지난 6·13 지방선거에 394명의 여성이 출마해 142명이 당선되었다. 이는 지난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가 96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하고, 보수적인 정치판은 여전히 변하지 않아 여성 후보들은 숱한 포기와 좌절을 참아내야 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초토화된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유선목씨(50), 전국 최다득표를 자랑하며 구의원 3선에 성공한 박정자씨(59·영등포구·한나라당), 4선째 지역살림을 맡게 된 구의원 허명화씨(54·서초구·한나라당), 그리고 젊음과 의욕이 넘치는 경기도 용인시의원 주경희씨(31·민주노동당)가 만났다.
박정자: 광역의원은 당내 경선을 하잖아요. 경선에서 남자 후보들과 다투는 데 어렵지 않았나요?
유선목: 왜 안 어려웠겠어요. 저는 지난 2월부터 선거를 치른 셈이에요.
박: 당에서 보배라고 하겠어요.
유: 보배는커녕 살아남은 게 비정상이라고 하지요. 저는 사실 경선이 더 어려웠어요.
박: 일차 관문이 당내 경선인데, 아직까지 경선이 여성들에게는 불리하죠. 그게 가장 어려운 걸림돌이에요. 유권자들은 단순히 여자라고 해서 제쳐두지는 않는데 오히려 당내 장벽이 너무 높아요.
허명화: 초선 때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지만, 재선 삼선 이어갈수록 여자가 선거에 나선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해요. 말로는 광역의원 공천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고 하지만 사실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잖아요.
유: 경선제도 자체보다 한국의 정치풍토가 문제죠. 제도나 법과 같은 틀이 아무리 좋아도 정치적 분위기나 사회적 토양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렵잖아요. 각 지구당위원장들의 의식이 얼마나 여성을 생각하는지, 깨어 있는지가 관건인데 사실 얼마나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입니까?
허: 대부분 지구당위원장이 남성이고, 중앙당에서 여성 국회의원 수는 극히 적다는 것도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되지요. 여성 국회의원들이 여성할당제를 따내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구체적인 방법은 명시하지 못했거든요. 아직까지 여성 국회의원이 수적으로 밀려 지구당위원장에게 아무리 협조를 구해도 먹혀들지 않아요. 만약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 수가 많아진다면 남자들이 그렇게 할 수 없을 거예요.
유: 당에서 여성할당제에 관한 내용을 당규로 정했어도 지구당에서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여성할당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실력과 능력으로 겨루지 않고 할당제에 의존하는 여성들 때문에 자기네들이 오히려 불리하다면서, 마치 실력이 모자라 그러는 것처럼 간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구당에서 일절 할당제 이야기를 안 해요.
주경희: 저희 민주노동당은 좀 달라요. 당내 집행위원 대부분이 여성이고, 당 분위기도 여성이 후보로 나서는 것에 고무적인 편이에요.
허: 남자들이 주가 된 정치판에서 여성은 아직 껄끄러운 존재인가 봐요.
박: 사사건건 그냥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죠.
유: 의정활동을 잘하는 거죠. 같은 당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 없잖아요. 저는 구의원 시절에 별명이 면도칼이었어요.
허: 저는 족집게였어요.
유: 한번 아니면 죽어도 아니거든요. 타협 그런 것 없어요.
허: 저도 지구당 회의에서 유일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었어요.
유: 저도 마찬가지예요. 미운 오리새끼 취급 받았어요. 하지만 지구당위원장 눈 밖에 나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요.
허: 그런 이의 제기,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대의원들에게 거부감을 줬는지 몰라도 나중에는 공감을 표시해요. 지구당 운영방식이 굉장히 비민주적이잖아요. 어떤 대의원은 제가 이의 제기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고 털어놨어요.
주: 모든 남성 의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술로 일을 처리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구청장이니 시장하고 형님 동생 하다 보면 견제할 수가 없지요. 그런 면에서 여자는 좀 다르잖아요.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튕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부에서는 제가 여자고 젊으니까 의회에서 계속 부딪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에 기름 탄 것처럼 굴고 싶지는 않아요. 개혁이 혼자 힘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허: 이렇게 똑부러지지만 선거에서는 여성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남편까지 총동원해도 역부족이지요. 남편이 선거 나가면 아내가 발 벗고 나서지만 여자가 후보로 나서면 남편들은 그만큼 못 도와줘요.
유: 여성 의원들이 가장 취약한 게 첫째는 자금, 둘째는 인맥, 셋째는 조직이에요. 그리고 가장 불리한 게 ‘마누라’가 없다는 거죠. 남편은 그저 반대 안 하면 다행이고 그 밖에는 간섭 안 하는 게 좋아요. 남성이 후보일 때 아내가 뛰어주는 것을 보는 시각과 여성이 후보일 때 남편이 나서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다르거든요. 아직 가부장적 의식이 남아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 나서면 여자 혼자 뭘 못하니까 그런다고 생각해요.
주: 제가 98년에도 출마했다 낙선했는데 그때만 해도 29세의 젊은 여자가 선거에 나왔다니까 연세 많으신 분들은 “여자가 어디…”라는 말씀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당선은 안 됐지만 거의 지켰어요. 그랬더니 약속을 지키고 꾸준히 일해온 사람, 일꾼으로 보지 여자이기 때문에 다르게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허: 지역살림은 여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건 맞아요. 여성이 나서면 깨끗하고,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해요.
유: 처음엔 여성 후보자들을 하나쯤 껴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봤다가 이젠 하나의 정치인으로 봐요. 저도 이제 여성 후보라는 것을 강조해요. 기존에 남자들이 주름잡던 정치판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죠. 이제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여성 의원들의 모임이 하나쯤 있어야 돼요. 여성 의원들이 연대해야 어떤 입장이라도 정리해서 조직적으로 주장할 수 있지, 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어렵거든요.
허: 사실 시간 맞추기도 힘들지만 정말 여성 정치인을 위해서는 여야 불문하고 함께 모여야죠.
주: 정보 교환을 할 수 있고, 또 여성 후보들끼리 뭉쳐 공통의 공약을 내놓고 힘을 보태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허: 그동안 선거나 의회활동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된 건 우리 지역이 변하고 있고, 공무원들이 여성 의원 누구누구가 있어 긴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4년 후에 제 맘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이제 제 후임자가 될 만한 참여성을 물색해야죠.
유: 여성이 세심하고 깨끗한 것도 좋지만 프로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20, 30년씩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들한테 실력 없이 큰소리만 친다고 해서 먹혀들지 않아요.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실력을 갖춰야죠. 그래서 저는 행정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정책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박: 전 여성 후배들이 좀더 꾸준하게 인내를 갖고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하려 하지 말고, 늘 봉사하고 성실하게 자기관리를 잘하면 지역주민들의 인정을 받게 되죠.
주: 저는 여성이기보다 엄마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5개월 된 애가 있는데, 애 둘셋씩 데리고 모임에 나오고 활동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이 엄마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여성의 사회 진출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유: 제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것도 여자들이 사회의 주변부에만 있다 보니 여성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여성의 소리를 전해줄 코드가 되겠다고 나섰지요.
주: 사소한 민원조차 10년 넘게 끌어온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불신의 감정이 얼마나 깊을까 생각했어요. 발로 뛰고 함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의정활동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 신나는 정치의 모범이 되고 싶어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초토화된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유선목씨(50), 전국 최다득표를 자랑하며 구의원 3선에 성공한 박정자씨(59·영등포구·한나라당), 4선째 지역살림을 맡게 된 구의원 허명화씨(54·서초구·한나라당), 그리고 젊음과 의욕이 넘치는 경기도 용인시의원 주경희씨(31·민주노동당)가 만났다.
박정자: 광역의원은 당내 경선을 하잖아요. 경선에서 남자 후보들과 다투는 데 어렵지 않았나요?
유선목: 왜 안 어려웠겠어요. 저는 지난 2월부터 선거를 치른 셈이에요.
박: 당에서 보배라고 하겠어요.
유: 보배는커녕 살아남은 게 비정상이라고 하지요. 저는 사실 경선이 더 어려웠어요.
박: 일차 관문이 당내 경선인데, 아직까지 경선이 여성들에게는 불리하죠. 그게 가장 어려운 걸림돌이에요. 유권자들은 단순히 여자라고 해서 제쳐두지는 않는데 오히려 당내 장벽이 너무 높아요.
박정자씨
유: 경선제도 자체보다 한국의 정치풍토가 문제죠. 제도나 법과 같은 틀이 아무리 좋아도 정치적 분위기나 사회적 토양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렵잖아요. 각 지구당위원장들의 의식이 얼마나 여성을 생각하는지, 깨어 있는지가 관건인데 사실 얼마나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입니까?
허: 대부분 지구당위원장이 남성이고, 중앙당에서 여성 국회의원 수는 극히 적다는 것도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되지요. 여성 국회의원들이 여성할당제를 따내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구체적인 방법은 명시하지 못했거든요. 아직까지 여성 국회의원이 수적으로 밀려 지구당위원장에게 아무리 협조를 구해도 먹혀들지 않아요. 만약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 수가 많아진다면 남자들이 그렇게 할 수 없을 거예요.
허명화씨
주경희: 저희 민주노동당은 좀 달라요. 당내 집행위원 대부분이 여성이고, 당 분위기도 여성이 후보로 나서는 것에 고무적인 편이에요.
허: 남자들이 주가 된 정치판에서 여성은 아직 껄끄러운 존재인가 봐요.
박: 사사건건 그냥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죠.
유: 의정활동을 잘하는 거죠. 같은 당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 없잖아요. 저는 구의원 시절에 별명이 면도칼이었어요.
허: 저는 족집게였어요.
유: 한번 아니면 죽어도 아니거든요. 타협 그런 것 없어요.
유선목씨
유: 저도 마찬가지예요. 미운 오리새끼 취급 받았어요. 하지만 지구당위원장 눈 밖에 나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요.
허: 그런 이의 제기,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대의원들에게 거부감을 줬는지 몰라도 나중에는 공감을 표시해요. 지구당 운영방식이 굉장히 비민주적이잖아요. 어떤 대의원은 제가 이의 제기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고 털어놨어요.
주: 모든 남성 의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술로 일을 처리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구청장이니 시장하고 형님 동생 하다 보면 견제할 수가 없지요. 그런 면에서 여자는 좀 다르잖아요.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튕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부에서는 제가 여자고 젊으니까 의회에서 계속 부딪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에 기름 탄 것처럼 굴고 싶지는 않아요. 개혁이 혼자 힘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허: 이렇게 똑부러지지만 선거에서는 여성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남편까지 총동원해도 역부족이지요. 남편이 선거 나가면 아내가 발 벗고 나서지만 여자가 후보로 나서면 남편들은 그만큼 못 도와줘요.
주경화씨
주: 제가 98년에도 출마했다 낙선했는데 그때만 해도 29세의 젊은 여자가 선거에 나왔다니까 연세 많으신 분들은 “여자가 어디…”라는 말씀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당선은 안 됐지만 거의 지켰어요. 그랬더니 약속을 지키고 꾸준히 일해온 사람, 일꾼으로 보지 여자이기 때문에 다르게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허: 지역살림은 여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건 맞아요. 여성이 나서면 깨끗하고,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해요.
유: 처음엔 여성 후보자들을 하나쯤 껴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봤다가 이젠 하나의 정치인으로 봐요. 저도 이제 여성 후보라는 것을 강조해요. 기존에 남자들이 주름잡던 정치판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죠. 이제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여성 의원들의 모임이 하나쯤 있어야 돼요. 여성 의원들이 연대해야 어떤 입장이라도 정리해서 조직적으로 주장할 수 있지, 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어렵거든요.
허: 사실 시간 맞추기도 힘들지만 정말 여성 정치인을 위해서는 여야 불문하고 함께 모여야죠.
주: 정보 교환을 할 수 있고, 또 여성 후보들끼리 뭉쳐 공통의 공약을 내놓고 힘을 보태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허: 그동안 선거나 의회활동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된 건 우리 지역이 변하고 있고, 공무원들이 여성 의원 누구누구가 있어 긴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4년 후에 제 맘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이제 제 후임자가 될 만한 참여성을 물색해야죠.
유: 여성이 세심하고 깨끗한 것도 좋지만 프로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20, 30년씩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들한테 실력 없이 큰소리만 친다고 해서 먹혀들지 않아요.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실력을 갖춰야죠. 그래서 저는 행정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정책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박: 전 여성 후배들이 좀더 꾸준하게 인내를 갖고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하려 하지 말고, 늘 봉사하고 성실하게 자기관리를 잘하면 지역주민들의 인정을 받게 되죠.
주: 저는 여성이기보다 엄마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5개월 된 애가 있는데, 애 둘셋씩 데리고 모임에 나오고 활동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이 엄마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여성의 사회 진출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유: 제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것도 여자들이 사회의 주변부에만 있다 보니 여성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여성의 소리를 전해줄 코드가 되겠다고 나섰지요.
주: 사소한 민원조차 10년 넘게 끌어온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불신의 감정이 얼마나 깊을까 생각했어요. 발로 뛰고 함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의정활동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 신나는 정치의 모범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