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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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北 무수단 발사 성공, 숨어 있는 1인치

고체연료로 실패 만회? 화염 색깔 보면 액체연료 확실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6-06-24 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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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 1000km, 비행거리 400km. 6월 22일 오후 북한 원산 해안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의 궤적과 관련해 한국 군 당국이 밝힌 데이터다. 4월 15일 이래 여섯 차례의 시도 끝에 비로소 ‘성공이라 부를 만한’ 결과가 나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이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은 6월 23일 현재 이 실험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로서는 미사일을 일부러 높은 각도로 쏘아 올려 낙하 속도를 극대화하는 ‘고각사격’ 방식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마찰열을 이겨내고 살아남게 해주는 삭마(削磨) 기술의 완성을 과시하려는 게 핵심 목표라는 것.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시험발사는 탄도로케트의 최대사거리를 모의해 고각발사 체제로 진행됐다”고 보도해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 대목에서 제기되는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평양은 과연 첫 시험발사부터 고각사격 방식을 염두에 두고 미사일을 날렸을까. 이 질문이 의미심장한 것은 이 경우 연속적으로 실패하는 바람에 치명타를 입었다던 무수단의 신뢰도를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각발사의 경우 중력의 저항을 훨씬 더 크게 받으므로 정상궤도에 비해 엔진이나 동체에 걸리는 부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숫자로만 따지면 6회 시도에 1회 성공이므로 신뢰도가 매우 낮지만, 그간의 시도가 모두 고각사격이었다면 정상궤도 사격에서는 성공률이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첫 시험발사 날짜가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이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고각사격을 시도했을 개연성은 적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대외적 위상 과시를 중시해온 평양으로서는 ‘위대한 수령’의 생일에 발사된 미사일이 실패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고각사격을 기획했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것. 더욱이 이 시점은 7차 당대회와 이수용 외무상의 미국 방문 등을 앞두고 ‘성공 과시’ 자체가 절실했던 상황이다.

    두 번째 궁금증은 일각에서 제기된 고체연료 엔진설(說)이다. 옛 소련의 SS-N-6(러시아 명칭으로 R-27)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알려진 무수단은 원래 액체연료를 사용하지만, 거듭된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별도 버전을 꺼내 들어 마침내 성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러한 흐름은 역시 SS-N-6를 기반으로 만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호의 시험 경로와 흡사하다. 이 미사일 역시 지난해 이후 반복되는 시험에도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다 고체연료를 사용한 4월 23일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북한 관영언론이 6월 23일 공개한 무수단 발사 사진을 보면 급속도로 힘을 잃는다. 사진 속 무수단의 화염 색깔은 뚜렷한 오렌지색이고 그 형태 역시 일직선에 가깝다. 케로신 같은 액체연료 화염의 전형적인 형태다. 고체연료가 연소될 때 나오는 화염은 대개 흰색으로 분사구 뒤편에서 넓게 퍼져나간다. 4월 23일 북극성 1호의 화염이 바로 이러한 색깔이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이번 실험은 무수단의 액체연료 버전을 활용해 진행한 고각사격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4월 15일 첫 시험발사 이후 실패가 누적되자, 아예 탄두 재진입 기술 과시가 목표였던 것처럼 전략을 수정함으로써 그 기술적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을 우회하려 했을 개연성이 가장 커 보인다. 북한의 대표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14(KN-08 개량형)의 1단은 무수단 미사일에 쓰는 4D10 엔진 2기를 묶어 만들었다는 게 서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추정. 결국 평양은 이번 시험발사 성공을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데 필요한 ICBM의 기술적 요소 대부분을 보유했다고 말하고 싶었던 셈이지만, 여전히 낮은 신뢰도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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