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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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학을 훔치다

‘학종’이라면 “불법이라도 좋다”

유령회사 차려 ‘학생 CEO’ 만들고, 발명·특허 출원도 유행…고액 입시컨설팅 천태만상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6-27 15: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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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대학에 입학한 박모(19) 씨는 얼마 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지난해 부모 손에 이끌려 받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자기소개서 컨설팅 비용이 100만 원이 넘었다는 것. 박씨는 “논술학원과 비슷하게 문장 몇 군데 고쳐주고 간단히 조언해주는 정도라 많아야 20만 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100만 원이 넘는 고액이었다. 첨삭을 해줬지만 나아진 게 별로 없어 컨설팅비를 쓴 것 자체가 아까웠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학생부종합전형, 무엇이 문제일까. 몇 년 새 각 대학은 이 전형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7학년도 입시 요강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은 전체 수시모집 인원의 50%에 이르며, 향후 이 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 대다수 대학의 방침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전 학년 교과성적(내신)과 봉사활동 실적, 수상경력 등 비교과영역을 각 대학이 종합적으로 평가해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학전형 방식의 하나다. 2008년 서울대에서 ‘입학사정관제도’라는 이름으로 시범 도입한 후 서울 소재 대학으로 확산돼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학부모 63.4% ‘학종’ 비중 늘수록 부담

    학생부종합전형은 비교과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자기 적성을 발견하고, 이 과정을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결과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선하고자 도입됐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달리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논술시험과 달리 모범답안을 구하기 어렵고 평가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입을 위해 “학교생활만 잘하면 된다”는 교육부의 주장과 달리 ‘학종 스펙 관리’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이 전형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커졌다. 이에 교육부는 2016학년도 입시부터 교내대회 수상 실적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도록 방침을 바꿨고, 이 과정에서 이름도 ‘입학사정관제도’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학종 관리’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5월 16일~6월 6일 진행된 인터넷 입시정보 사이트 유웨이닷컴(유웨이중앙교육)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설문에 참여한 학부모 가운데 63.4%가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학교 생활만 평가한다지만 각 학교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르고 비교과활동 평가를 담당하는 교사가 무관심, 무성의할 경우 학생만 낭패를 보게 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불안감을 안고 학생과 학부모가 찾는 곳은 바로 ‘입시컨설팅업체’다. 5월 7일 입시학원 이투스의 대학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49명(23.7%)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소논문, 독서지도 등 비교과영역을 위한 사교육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수시모집의 확대로 입시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그중 일부 업체의 불법 컨설팅은 교육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6월 11일 ‘주간동아’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운영되는 불법 A입시컨설팅업체에 관한 내용을 제보받았다. 이 업체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했다는 제보자는 “A컨설팅업체는 일부 학생에게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유령회사를 만들어주는 식의 컨설팅을 하고 대가로 1억 원 넘는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중 자기추천전형을 통해 대입에 성공한 학생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A컨설팅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묻자 업체 관계자는 “교내창업대회에 대한 컨설팅은 있지만 실제 창업을 돕는 컨설팅은 없다”고 발뺌했다. 그렇다면 제보자가 지목한 유령회사는 과연 어디일까. 인터넷 검색으로 고등학생이 창업한 사회적기업을 모두 찾아 확인하고 그중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A컨설팅업체로 연결됐다. 이에 대해 A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업 등으로 전화를 못 받을 경우에 대비해 착신전환을 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음 날 재확인 차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없는 홈페이지 주소로 나왔다.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상담 맡기도

    일부 업체는 발명과 특허에 관한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발명·특허 전문 강사가 있다는 한 업체에 전화를 걸어 발명·특허 과정에 대해 묻자 업체 관계자는 “발명·특허 출원 컨설팅만 따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초기 상담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진학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발명·특허 일대일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는 것. 발명·특허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을 때 드는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초기 상담 비용은 회당 평균 55만 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발명·특허 과정은 누가 진행하는 걸까. 이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대 발명창업동아리 회장과 컨설팅 대표가 함께 지도한다”고 답했다. 결국 대학생에게 컨설팅을 받으려고 고액의 상담 비용과 발명·특허 컨설팅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주간동아’가 확인한 결과 이 업체뿐 아니라 입시컨설팅업체 대부분이 고액의 상담 비용을 받고 있었다. B입시컨설팅업체 상담실장은 전화 상담 요구에 “성적 및 관련 자료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 정확한 상담이 가능하다”며 대면상담을 추천했다. 비용에 대해서는 “일반상담은 90분에 55만 원, 특별상담은 60분에 60만 원, 방문상담은 120분에 120만 원”이라고 했다. 일반상담은 내신과 학생부 내용에 맞춰 현재 지원 가능한 대학 및 학과를 설명해주는 것이고, 특별상담은 희망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끔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것이라고 한다.

    방문상담은 특별상담과 내용은 같으나 컨설팅업체 대표가 직접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더 비싸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7월까지 일반상담과 특별상담은 예약이 다 차 있지만, 성적과 지망 학교를 들어보니 지금 당장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방문상담은 다음 주에도 가능하다”며 고가의 방문상담을 종용했다. 나머지 5개 업체의 상담 비용도 거의 비슷했다.  

    2015년 11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 강남지역 입시컨설팅업체 10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운영하는 컨설팅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62.5%)이 분당 비용 1만 원을 상회했다. 이는 강남교육지원청이 학원 교습비 가이드라인으로 정해놓은 분당 5000원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참고로 입시 단과학원의 수업료는 분당 125원이다.



    소논문, 주제 설정부터 작성까지 일괄 서비스

    진학 컨설팅 가격이 비싸다면 그 가격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비전문가가 컨설팅 상담에 참여하기도 한다. 강남역 일대 한 입시컨설팅업체에서 근무했다는 이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컨설턴트를 가장해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자녀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는 김모(53·여) 씨도 “비싼 돈을 주고 입시컨설팅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담임교사가 해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논문 활동(Research&Education·R&E), 자기소개서 작성과 관련해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소논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학교 등 특수목적고교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일반고에서도 소논문 관련 대회를 여는 등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부에 적힌 경력 가운데 교내 수상 경력을 주로 평가에 반영한다는 각 대학의 발표 때문이다.

    소논문 활동이란 학생이 교육과정 중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한 후 이에 대한 논문을 쓰는 활동으로, 대입 학생부 내용을 차별화하기 위한 스펙으로 사용된다. 학생의 희망 전공과 관련해 궁금했던 내용을 학생 주도로 탐구하기 때문에 전공적합성이나 문제해결력을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줄 수 있다. 또 학교마다 대동소이한 학생부에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펙을 넣을 수 있고, 논문 작성 과정에서 느낀 점을 자기소개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대부분 소논문 활동에 뛰어든다.

    그러나 대학생도 쓰기 난감해하는 논문을 고등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쓰기란 무척 어렵다. 교내 교사들이 특별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학생을 지도해주고 있으나, 학생이 원하는 전공이 다양한 만큼 교사가 학생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도 난망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양천구 한 일반고 인문계 교사는 “일부 이공계 연구의 경우 실험실을 빌려 직접 실험해봐야 하는데 장소 협조가 쉽지 않다. 인문계 연구에도 도와줄 전공자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섭외가 어려워 학생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논문 활동과 관련한 컨설팅 비용은 얼마나 들까. 업체 한 관계자는 “소논문은 한 달에 4차례 지도하고 비용은 100만 원 선”이라고 말했다. 지도가 첨삭 형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묻자 “첨삭이라기보다 연구 주제 설정을 도와주고, 논문 작성 양식을 지도하며, 마지막 탈고까지 도와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소논문 작성 컨설팅은 사실상 ‘대필’이나 마찬가지다.



    입시컨설팅업체는 명백한 학원, “단속하겠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도해주는 컨설팅업체도 매우 많은데, 서울 강남 일대 6개 업체에 문의한 결과 편당 30만~40만 원 선이고 비싼 곳은 10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각 대학 입학처는 “소논문과 자기소개서는 주요 평가 대상이 아니므로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는 것.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6월 15일 한양대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에서 “서울대 입시에서는 학생부가 유일한 평가서류이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등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려대도 4월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소논문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오성근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 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소논문은 학생이 전공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지표일 뿐, 그 내용이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다수 컨설팅업체는 다른 교습시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비용을 받는 데다, 교습 내용도 명확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영업 중이다. 이들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교습법)의 제재를 피하고자 학원이 아닌 전문 컨설팅업체로 등록하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2호선 선릉역 근처의 C입시컨설팅업체는 홈페이지에 ‘학생에 대한 교습행위를 하는 학원과 달리 통계분석을 통한 예측으로 일대일 클라이언트 맞춤형 조언을 하는 컨설팅으로 학원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해뒀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컨설팅은 학원으로 등록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강양은 교육부 학원정책팀 사무관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컨설팅은 무조건 학원교습법상 학원으로 분류된다. 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라면 관할지역 교육청이 지역 점검을 통해 검찰 고발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관은 “불법 컨설팅업체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제재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학종’ 공정성 논란 일자 각 대학 “출신 지역 유불리 없어” 해명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형평성 논란이 일자 대학 관계자들이 진화에 나섰다.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6월 15일 한양대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각 대학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 현황 등 입시 결과를 토대로 이 전형이 특정 계층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서울대 최초 합격자 유형별 구성 비율을 근거로 들며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기면서 오히려 일반고 합격자 비중이 늘었다”고 밝혔다.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을 통틀어 영재고·과학고의 합격자 비율은 2014년 14%에서 2015년 10.3%, 2016년 9.5%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외국어고·국제고 역시 2014년 12.6%에서 올해 11.5%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2014년 47.2%에서 올해 49.7%로 소폭 증가했다.

    권 본부장은 “많은 학교가 자율형공립고교로 전환돼 일반고 학생 자체가 줄었지만 그럼에도 합격자 비율이 소폭 증가한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일반고에서 많은 학생이 들어온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2015학년도 경희대 입학생의 전형 유형별 출신 현황을 근거로 “학생부종합전형에는 출신 지역에 따른 유불리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 수도권지역 거주자는 47.5%로 논술(77.3%), 대학수학능력시험(61.8%)전형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불안한 수험생과 학부모 “평가지침과 과정 공개하라”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각 대학에서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한국진로교육학회는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재와 개선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교육계 인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려면 평가 반영요소가 자세히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숙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여자고교 교장은 “일부 학부모나 학생이 소논문 작성(R&E)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활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학에 도움이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과정을 공개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연근 서울 잠실여고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적이고 종합적인 평가인데, 정확한 합격선과 합격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서 학생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성평가가 신뢰를 얻으려면 학생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대학은 모의서류 평가를 확대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수험생의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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