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13 합의가 방코델타아시아(BDA)라는 걸림돌을 넘느라 3개월을 지체하다 드디어 이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을 확인했고, 한국은 그 대가로 중유를 제공했다. 북한의 이번 핵동결은 핵폐기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북한 정권의 상습적인 약속 파기의 전례로 볼 때 낙관은 금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핵동결만 해도 13년 전 제네바 합의 상태로 원점 회귀했을 뿐이다.
북핵문제가 등장하면 늘 ‘김정일 정권 핵정책의 진심은 무엇인가’라는 논점이 제기됐다. 단순한 협상용이거나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한 생존적 방어수단이라는 관대한 평가는 북한은 핵포기 준비가 돼 있다는 유화 논리나 미국책임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90년대의 1차 북핵위기 이후 과정을 복기해보면 김정일 정권의 핵무기 보유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네바 합의에서 대폭적인 양보를 끌어내면서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은 북한이 경수로와 중유의 포기를 감수하면서 비밀 핵개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현 국면에서는 핵포기가 정권 안정에 위협을 줄 우려가 있고, 김정일 정권에게 최대 위협은 외부세력보다 내부의 군이나 주민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핵포기 의지는 낮다고 봐야 한다.
핵 협상에서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과거 핵의 규명에서,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정확히 계산하고 그 소재를 추궁한다면 북한 핵무기의 제조 규모를 확인하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다. 더구나 이미 북한은 핵무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보다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처럼 선전하다가도 회담장에서는 실제보다 적게 보유한 것처럼 말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를 추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북한 같은 나라에는 큰 효과가 없다. 그냥 플루토늄을 도난당했다고 말하고 핵무기 밀매 혐의로 몇 명을 처형해버리면 다른 나라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이처럼 핵물질 신고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는데, 핵 보유국이 리비아처럼 스스로 핵포기를 결단하지 않는 한 별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며, 특히 북한처럼 억지를 쓰는 경우에는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 유화책도 일장일단
그렇다면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선회는 잘못된 선택일까?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는 ‘북한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압박’을 선호하는 이론가나 전략가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이러한 전략은 도전을 받았다. ‘클린턴 시절 느슨해진 압박의 후유증이 지금 나타난 것’이라는 반박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돼버렸다.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 6년이나 지나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그 사이 미국은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며 북한은 활발하게 핵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강력한 동인이 생겼다.
미국의 대북 유화책은 첫째 적절한 관리로 핵무기의 해외유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다양한 동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 북한이 현실적인 이익 때문에 더는 막무가내로 행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 유화책은 단기적으로 김정일 체제의 안정화에 기여하며, 핵확산 금지 위반에 오히려 보상을 해줌으로써 향후 핵확산 방지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또한 김정일의 변덕 때문에 북한핵 관리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북핵문제가 등장하면 늘 ‘김정일 정권 핵정책의 진심은 무엇인가’라는 논점이 제기됐다. 단순한 협상용이거나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한 생존적 방어수단이라는 관대한 평가는 북한은 핵포기 준비가 돼 있다는 유화 논리나 미국책임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90년대의 1차 북핵위기 이후 과정을 복기해보면 김정일 정권의 핵무기 보유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네바 합의에서 대폭적인 양보를 끌어내면서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은 북한이 경수로와 중유의 포기를 감수하면서 비밀 핵개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현 국면에서는 핵포기가 정권 안정에 위협을 줄 우려가 있고, 김정일 정권에게 최대 위협은 외부세력보다 내부의 군이나 주민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핵포기 의지는 낮다고 봐야 한다.
핵 협상에서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과거 핵의 규명에서,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정확히 계산하고 그 소재를 추궁한다면 북한 핵무기의 제조 규모를 확인하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다. 더구나 이미 북한은 핵무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보다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처럼 선전하다가도 회담장에서는 실제보다 적게 보유한 것처럼 말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를 추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북한 같은 나라에는 큰 효과가 없다. 그냥 플루토늄을 도난당했다고 말하고 핵무기 밀매 혐의로 몇 명을 처형해버리면 다른 나라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이처럼 핵물질 신고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는데, 핵 보유국이 리비아처럼 스스로 핵포기를 결단하지 않는 한 별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며, 특히 북한처럼 억지를 쓰는 경우에는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 유화책도 일장일단
그렇다면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선회는 잘못된 선택일까?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는 ‘북한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압박’을 선호하는 이론가나 전략가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이러한 전략은 도전을 받았다. ‘클린턴 시절 느슨해진 압박의 후유증이 지금 나타난 것’이라는 반박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돼버렸다.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 6년이나 지나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그 사이 미국은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며 북한은 활발하게 핵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강력한 동인이 생겼다.
미국의 대북 유화책은 첫째 적절한 관리로 핵무기의 해외유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다양한 동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 북한이 현실적인 이익 때문에 더는 막무가내로 행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 유화책은 단기적으로 김정일 체제의 안정화에 기여하며, 핵확산 금지 위반에 오히려 보상을 해줌으로써 향후 핵확산 방지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또한 김정일의 변덕 때문에 북한핵 관리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