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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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피부색이 아닌 ‘파트너’에게 주목하라

글로벌 협상의 비법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2-20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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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과장에게 2012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다. 회사가 해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면서 만든 ‘글로벌 프로젝트 팀’에 멤버로 참여하게 됐기 때문. 팀의 첫 프로젝트는 일본 기업과의 제휴다. 방 과장이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까닭에 팀에선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요즘 방 과장은 밤잠을 설친다. 제휴 조건을 협의하려고 사흘 전 한국에 온 일본인 파트너와의 협상이 지지부진, 진전이 없어서다. 물론 방 과장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초밥집에는 다 데리고 다녔고, 호텔도 겨우 다다미방을 찾아 예약했다. “일본사람들은 협상을 하거나 일을 처리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서두르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기다림에도 한계가 있다. 위에선 계속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닦달이다. 뭔가 보여줘야 하지만 별 소득이 없는 협상. 그는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5와 5를 더하면 10이다. 하지만 10은 5 더하기 5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1 더하기 9도 10이고, 3과 7을 더해도 10이다. 갑자기 초등학교 수학문제를 내는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기 쉬운 ‘전체’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우리는 어쩌면 ‘전체’만 보고 전체를 이루는 하나하나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방 과장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방 과장은 일본인 파트너의 문화를 배려하려고 초밥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편하게 생활하라고 다다미방도 잡아줬다. 좋다. 하지만 과연 ‘그’ 일본인이 초밥을 정말 좋아할까. 그리고 한국까지 와서 다다미방에서 지내고 싶을까.



    거꾸로 물어보자. 우리가 외국으로 출장을 갔는데, 외국인 파트너가 ‘한국에는 폭탄주 문화가 있으니 술대접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며칠간 저녁마다 술자리를 만든다면 어떻겠는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접대는 배려가 아니라 고문이다. 상대를 위해 하는 일이 오히려 점수를 깎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협상 관련 책에서 ‘글로벌 협상’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중국 문화는 관계를 중시한다’ ‘미국 협상가는 협상을 빨리 진행시키는 걸 좋아한다’ 같은 식이다. 맞는 얘기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중국인에겐 관계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미국인은 바로 협상 이슈에 대해 얘기하는 것보다 친분을 쌓는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와튼스쿨에서 13년 연속 최고 인기 강의로 꼽힌, ‘협상’에 대해 가르치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스라엘의 중산층 유대인 가족은 이집트의 중산층 아랍인 가족과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한 극우파 유대인 중 어느 쪽과의 차이를 더 크게 느낄까?” 극우파에 대해 훨씬 더 큰 정서적 괴리감을 느낀다고 그는 설명한다. 국적이 어디냐, 종교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이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글로벌 협상을 앞두고 상대 나라의 문화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개인 성향이 꼭 전체 성향과 같지는 않다는 것,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이 쉽게 놓치는 사실이다. 글로벌 협상은 국가와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국가, 그 기업에 속한 ‘개인’과 하는 것이다. 어떨 땐 개인이 전체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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