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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 선정 ‘2012년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11명’ ‘타임’지 선정 ‘2012년 초 가장 기대되는 앨범 15장’에 선정되며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라나 델 레이의 데뷔작 ‘본 투 다이(Born To Die)’가 2월 2일 세상에 나왔다. 앨범은 공개 동시에 아이튠스 차트와 영국 차트 1위, 미국 차트 2위 등 화려한 성공을 거뒀지만, 그를 지속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놓는 것은 긍정적인 힘만은 아니다. 부동산 재벌인 아버지의 후광으로 성공했다느니, 인디 시절의 앨범을 전량 회수하고 입술성형을 한 후 다시 데뷔했다느니 구설수가 쉴 새 없이 쏟아지기 때문. 결정타는 굴지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음악 게스트로 출연해 펼친 퍼포먼스였다. ‘SNL 역사상 최악의 공연’ 같은 악성댓글이 홍수를 이뤘고, 줄리엣 루이스 같은 유명인사는 숫제 트위터를 통해 “12세짜리가 자기 방에서 거울을 보며 가수 흉내 내는 것 같았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라나 델 레이로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미지와 콘셉트 만들기는 다들 하는 일이고, 라이브는 어쩌다 하루 정도 망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필자의 눈에 그의 위험요소는 오히려 딴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와 음악이 자아내는 감성 자체가 다소 얄팍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옛날 영화배우의 이름을 조합해 소속사에서 만들어줬다는 라나 델 레이라는 예명도 그렇고, 스스로 자기 음악을 표현할 때 쓰는 ‘갱스터 낸시 시내트라’라는 표현도 어딘지 모르게 상표 같다. 흡사 새로 나온 막대사탕에 붙인, 사탕이 다 녹아 없어진 다음에는 모두가 잊어버릴 것 같은 팬시한 이름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타이틀곡 ‘본 투 다이’의 뮤직비디오(그 자신도 매우 만족해했다고 알려진)는 건스앤로지스의 화려한 비디오 클립을 연상케 한다. 왜 뉴욕 출신의 인디 싱어송라이터가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메탈밴드 같은 분위기의 비디오를 만들어놓고 좋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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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