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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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1-02-28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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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2월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건 1년 뒤 그들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꽤 크게 들리더니 4주년인 올해는 잠잠합니다. 기자도 그들의 죽음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 10명이 죽었지만 철저히 기자와 상관없는 죽음이었습니다.

    여수 화재사건을 다시 떠올린 것은 한 외국인 노동자 단체로부터 “살아남은 14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죽음은 비록 잊었지만 산 자의 목소리는 꼭 듣고 싶었습니다. 그중 3명을 만났습니다. 지난 4년간 그들이 보낸 시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부는 지옥불에서 살아남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1000만 원 주고 중국으로 보내거나,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곧장 다른 보호소에 가두는 무자비함을 보였습니다. 이 중에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들이 보호소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떠돌며 겪은 고초는 기사에 담지 못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그들이 기자에게 되묻기 시작했습니다. “언제쯤 병이 나을 수 있나” “우리 이야기를 당신이 전하면 달라질 수 있나” “우리의 요구가 지나친가” 등.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한 기자는 정작 그들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 자신들이 다시 잊힐 운명임을 잘 아는 듯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
    ‘잊힐까 두렵다’, 연평도 주민에게도 그 생각이 읽혔습니다. 어느새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발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은 조바심을 내고 있습니다. 복구 진척 속도는 더딘데 연평도 밖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는 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연평도 주민은 우리 국민이란 공감대가 아직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겹쳐졌다면 기자의 ‘오버’일까요? 우리 국민 연평도 주민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딱한 사연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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