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재사건을 다시 떠올린 것은 한 외국인 노동자 단체로부터 “살아남은 14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죽음은 비록 잊었지만 산 자의 목소리는 꼭 듣고 싶었습니다. 그중 3명을 만났습니다. 지난 4년간 그들이 보낸 시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부는 지옥불에서 살아남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1000만 원 주고 중국으로 보내거나,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곧장 다른 보호소에 가두는 무자비함을 보였습니다. 이 중에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들이 보호소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떠돌며 겪은 고초는 기사에 담지 못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그들이 기자에게 되묻기 시작했습니다. “언제쯤 병이 나을 수 있나” “우리 이야기를 당신이 전하면 달라질 수 있나” “우리의 요구가 지나친가” 등.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한 기자는 정작 그들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 자신들이 다시 잊힐 운명임을 잘 아는 듯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2/28/201102280500002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