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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손정은 : 명명할 수 없는 풍경’전은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전시입니다. 야한 것 같으면서도 끔찍하고, 아름답지만 그로테스크하죠.
2층으로 내려오니, 온통 분홍빛 공간에 크고 작은 사진이 다닥다닥 걸려 있습니다. 사진은 하나같이 흐드러지게 핀 붉은 꽃들을 담았는데요. 꽃들 사이로 벌거벗은 ‘예쁜’ 남자들이 분홍빛 끈으로 묶여 있습니다. 하얀 속옷에 번진 붉은 얼룩은 생리혈 같기도, 사랑스러운 꽃물 같기도 합니다. 2막의 제목은 ‘부활절 소년’. 부제 “너는 젊고 아름답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문구도 눈에 쏙 들어옵니다.
전시 마지막인 1층에 들어서자 붉은빛 베일을 쓰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우뚝 선 ‘남성’처럼, 또는 블랙홀 같은 ‘여성’처럼 느껴지죠. 이 사진 작품의 제목은 ‘베일을 쓴 아버지의 초상’. 남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베일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막의 제목은 ‘코러스의 합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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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쓴 아버지의 초상’, 2010
그런데 해석은 관람객, 즉 당신의 몫입니다. 저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 속 피조물들처럼 묶여 있고, 갇힌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전시를 함께 보러 간 남자 후배 기자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2층의 예쁜 남성들을 보며 일종의 성적 흥분을 느꼈다는 거죠.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지만, 이를 ‘나는 이성애자’라는 이성이 꾹 눌렀다고 합니다. 작가 또한 이렇게 다양한 반응이 나오길 원했다고 하네요. ‘명명할 수 없는 풍경’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말이죠. 이 전시에 대한 당신의 해석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문의 02-73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