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런 상황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변이를 일으켜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처럼 두 집 건너 한 집에서 사망자가 속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선진국들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그간 비축해둔 항바이러스제제와 백신, 그리고 그 생산기술의 국외 유출을 철저히 막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은 꼼짝없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빈즉사 부즉생(貧則死 富則生)’의 참극이 전 세계 저개발국에서 벌어진다. 속수무책이다.
황우석 씨가 줄기세포로 온갖 장애와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며 세상을 현혹하고 다닐 때 기자는 연구의 객관성이나 과학성 외의 이유로 그의 활동에 반대했다. 황씨의 연구가 성공한다고 해도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의 부자에 한정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빈즉사 부즉생이 현실화되면서 황씨와 국가가 국민 위에 신(神)으로 군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정말 ‘이성적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돈 없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또 가난하다는 이유로 손 한번 못 써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