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있었던 일이다. 점심시간에 MP3를 들여다보는 학생에게 “무슨 음악을 듣니?”라고 물었다. 학생의 대답은 “책 보는 건데요”였다. 무척 당황했다. MP3에 음악 파일뿐 아니라 텍스트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학생의 MP3를 빌려 그가 읽던 소설을 조금 훔쳐봤다. 작은 화면에 들어 있는 글을 읽는 게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책은 책장을 넘기며 읽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버튼을 누르며 다음 내용을 읽는 방식은 낯설었다. 인터넷 소설 특유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도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 경험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학생들에게 (종이로 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뻗어갔다. 생각의 종착역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독서 지도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지점이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무렵에 몸과 마음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또래 집단의 역할이 중요해져서 친구 관계에 큰 관심을 쏟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상황이 일어난다. 먼저 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키가 작거나 뚱뚱할 경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성에 눈뜨는 시기라 사랑과 연애 문제에 대한 고민도 싹튼다.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잘 풀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답답해하고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책은 이 시기 학생들에게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어른은 중·고교 시절 읽은 책 한 권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결정해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의 이 같은 구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를 들어 뚱뚱한 것이 고민인 학생이라면 ‘씁쓸한 초콜릿’(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낭기열라 펴냄)을 읽어보는 게 좋다.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에 힘든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 친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불균형’(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우리교육 펴냄), ‘지독한 장난’(이경화 지음, 대교출판 펴냄), ‘새로운 엘리엇’(그레이엄 가드너 지음, 생각과느낌 펴냄) 등을 추천한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은 ‘불량 소년의 꿈’(요시이에 히로유키 지음, 양철북 펴냄)이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지음, 푸른숲 펴냄)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학과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학생들에게 국어 공부 방법을 물으면 답이 대부분 똑같다. 교과서를 읽고 교사의 설명을 들은 뒤, 필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한다는 것. 마지막 단계는 대개 문제집 풀이다.
이 방법은 단기간에 국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공부법이다. 문제를 많이 풀면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실전 감각도 익힐 수 있어 금세 성적이 오른다. 그러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어를 공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교양, 상식을 쌓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어 실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교과서 밖의 제시문이 많이 나오는 수능시험이나 논술을 대비하는 데 유용하다.
독서는 ‘배경지식, 교양, 상식’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쓴 책을 읽거나 신문·잡지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 시사토론·교양 프로그램을 보면서 말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 등은 모두 국어 실력을 높여준다.
그럼 학생들에게 어떤 책을 읽도록 해야 할까. 독서 지도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수준과 입맛에 맞는 책을 찾아 권하는 것이다. 이른바 ‘고전’으로 통하는 책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날 학생들의 정서나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책을 권하면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잘 소화하지 못하고, 나아가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찾을 때는 청소년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단체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책 읽기 효과 높이는 ‘메모의 기술’
책을 권한 뒤에는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하면서 읽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메모하면서 읽으라고 하면 막상 무엇을 메모를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소설을 읽을 때 아래와 같은 메모 방법을 사용하도록 지도한다.
1) 문장부호 쓰기 :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 재미있는 부분,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내용 등에 느낌표를 찍는다. 뜻을 잘 모르는 낱말이나 구절, 등장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 등에는 물음표를 단다.
2) 감탄사 쓰기 :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에 ‘아하, 예, 오호, 음, 어머’ 등의 감탄사를 적는다. 인터넷 용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3) 감명 깊은 부분에 밑줄 긋고 그 이유를 짧게 쓰기
4) 좋아하는(또는 싫어하는) 인물을 찾고, 좋아하게 된(또는 싫어하게 된) 이유 부분에 밑줄을 그은 뒤 그 이유를 짧게 쓰기
책을 읽는 것은 텍스트를 매개로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메모를 하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저자와 대화를 시도하게 되고, 나름의 방식으로 내용을 소화한다. 메모하는 연습을 충분히 한 뒤에는 좀더 발전한 형태의 ‘소통’도 할 수 있다. 예컨대 3가지 색깔 볼펜을 준비한 뒤 책에서 중요한 단어나 구절 또는 장면, 나의 경험과 관련 있는 부분(또는 우리 사회 현실과 관련 있는 부분),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또는 새로운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는 점) 등에 각각 다른 색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꾸준히 하면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한 번에 끝내는 독후감 쓰기
책 읽기의 마무리는 글쓰기로 하는 것이 좋다. 독후감은 읽기와 쓰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좋은 독후 활동이다. 앞서 연습한 메모 방법을 조금만 활용하면 좋은 독후감이 완성된다.
1)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다섯 군데 찾은 뒤 그 이유를 세 줄씩 쓰기 : 이렇게 하면 전체 15줄의 글이 나오는데, 이것을 독후감의 중간 부분(본론)으로 삼는다.
2) 본론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덧붙여 마지막 부분(결론) 완성하기
3) 결론의 내용을 조금 비틀어 첫 부분(서론) 만들기 : 예를 들어 결론이 ‘교통 질서를 확립하자’는 내용이면 서론에는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사회 현실’에 대해 쓴다.
몇 년 전부터 필자는 고집스럽게 학생들에게 책을 권하고 있다. 추천하는 책을 학생들이 꼭 구입하게 하고, 수업 시간에 읽은 뒤 독후 활동도 한다.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은 참으로 예쁘다.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얼굴을 찌푸리는 학생, 책에 무언가를 메모하는 학생, 삐딱한 자세로 한 발을 꼬고 책을 읽는 학생, 책 내용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학생 등 교사의 눈에 비치는 이들 가운데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다. 더 많은 학생이 독서의 필요성을 깨닫고 책을 읽는 소중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 경험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학생들에게 (종이로 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뻗어갔다. 생각의 종착역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독서 지도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지점이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무렵에 몸과 마음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또래 집단의 역할이 중요해져서 친구 관계에 큰 관심을 쏟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상황이 일어난다. 먼저 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키가 작거나 뚱뚱할 경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성에 눈뜨는 시기라 사랑과 연애 문제에 대한 고민도 싹튼다.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잘 풀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답답해하고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책은 이 시기 학생들에게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어른은 중·고교 시절 읽은 책 한 권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결정해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의 이 같은 구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를 들어 뚱뚱한 것이 고민인 학생이라면 ‘씁쓸한 초콜릿’(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낭기열라 펴냄)을 읽어보는 게 좋다.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에 힘든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 친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불균형’(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우리교육 펴냄), ‘지독한 장난’(이경화 지음, 대교출판 펴냄), ‘새로운 엘리엇’(그레이엄 가드너 지음, 생각과느낌 펴냄) 등을 추천한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은 ‘불량 소년의 꿈’(요시이에 히로유키 지음, 양철북 펴냄)이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지음, 푸른숲 펴냄)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학과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학생들에게 국어 공부 방법을 물으면 답이 대부분 똑같다. 교과서를 읽고 교사의 설명을 들은 뒤, 필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한다는 것. 마지막 단계는 대개 문제집 풀이다.
이 방법은 단기간에 국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공부법이다. 문제를 많이 풀면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실전 감각도 익힐 수 있어 금세 성적이 오른다. 그러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어를 공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교양, 상식을 쌓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어 실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교과서 밖의 제시문이 많이 나오는 수능시험이나 논술을 대비하는 데 유용하다.
독서는 ‘배경지식, 교양, 상식’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쓴 책을 읽거나 신문·잡지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 시사토론·교양 프로그램을 보면서 말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 등은 모두 국어 실력을 높여준다.
그럼 학생들에게 어떤 책을 읽도록 해야 할까. 독서 지도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수준과 입맛에 맞는 책을 찾아 권하는 것이다. 이른바 ‘고전’으로 통하는 책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날 학생들의 정서나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책을 권하면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잘 소화하지 못하고, 나아가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찾을 때는 청소년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단체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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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효과 높이는 ‘메모의 기술’
책을 권한 뒤에는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하면서 읽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메모하면서 읽으라고 하면 막상 무엇을 메모를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소설을 읽을 때 아래와 같은 메모 방법을 사용하도록 지도한다.
1) 문장부호 쓰기 :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 재미있는 부분,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내용 등에 느낌표를 찍는다. 뜻을 잘 모르는 낱말이나 구절, 등장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 등에는 물음표를 단다.
2) 감탄사 쓰기 :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에 ‘아하, 예, 오호, 음, 어머’ 등의 감탄사를 적는다. 인터넷 용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3) 감명 깊은 부분에 밑줄 긋고 그 이유를 짧게 쓰기
4) 좋아하는(또는 싫어하는) 인물을 찾고, 좋아하게 된(또는 싫어하게 된) 이유 부분에 밑줄을 그은 뒤 그 이유를 짧게 쓰기
책을 읽는 것은 텍스트를 매개로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메모를 하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저자와 대화를 시도하게 되고, 나름의 방식으로 내용을 소화한다. 메모하는 연습을 충분히 한 뒤에는 좀더 발전한 형태의 ‘소통’도 할 수 있다. 예컨대 3가지 색깔 볼펜을 준비한 뒤 책에서 중요한 단어나 구절 또는 장면, 나의 경험과 관련 있는 부분(또는 우리 사회 현실과 관련 있는 부분),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또는 새로운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는 점) 등에 각각 다른 색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꾸준히 하면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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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끝내는 독후감 쓰기
책 읽기의 마무리는 글쓰기로 하는 것이 좋다. 독후감은 읽기와 쓰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좋은 독후 활동이다. 앞서 연습한 메모 방법을 조금만 활용하면 좋은 독후감이 완성된다.
1)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다섯 군데 찾은 뒤 그 이유를 세 줄씩 쓰기 : 이렇게 하면 전체 15줄의 글이 나오는데, 이것을 독후감의 중간 부분(본론)으로 삼는다.
2) 본론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덧붙여 마지막 부분(결론) 완성하기
3) 결론의 내용을 조금 비틀어 첫 부분(서론) 만들기 : 예를 들어 결론이 ‘교통 질서를 확립하자’는 내용이면 서론에는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사회 현실’에 대해 쓴다.
몇 년 전부터 필자는 고집스럽게 학생들에게 책을 권하고 있다. 추천하는 책을 학생들이 꼭 구입하게 하고, 수업 시간에 읽은 뒤 독후 활동도 한다.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은 참으로 예쁘다.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얼굴을 찌푸리는 학생, 책에 무언가를 메모하는 학생, 삐딱한 자세로 한 발을 꼬고 책을 읽는 학생, 책 내용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학생 등 교사의 눈에 비치는 이들 가운데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다. 더 많은 학생이 독서의 필요성을 깨닫고 책을 읽는 소중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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