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홈쇼핑에서 깜찍한 디자인에 가격도 10만원대로 낮춘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선보이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려 루펜리의 2007년 매출액은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5년 20억원, 2006년 500억원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중동과도 52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일본 TV 홈쇼핑을 통해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대표는 주부 출신 사업가다. 그는 2남1녀를 둔 맏며느리로, 1980년 결혼한 뒤 줄곧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외환위기 때 남편 회사가 부도를 맞자 ‘가족 생계를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평소 살림을 하면서 시래기나 무말랭이 말리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개발로 이어졌다. 이 회사의 제품은 건조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바삭하게 말린다.
루펜리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상인 ‘레드닷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이 회사 수석 디자이너 박상우 씨는 이 대표 아들의 친구.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친구 엄마’를 돕다가 아예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재벌이 되는 것이 꿈인, 포부가 큰 소녀였다. 정주영이나 이병철 회장의 전기도 즐겨 읽었다. “그러나 여성이 사업은커녕 직장 다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탓”에 대학 졸업 후 결혼해 주부로 살았다. 그리고 49세 나이에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나이에 대해 “일하기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인생 2막을 충분히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주부로 27년을 살았어요. 그동안 엄마로서, 아내로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공익에 부합하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요. 음식물쓰레기를 위생적으로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고객을 위하고,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이 대표가 꿈꾸는 것은 유명한 여성 CEO(최고경영자)보다 건조한 음식물쓰레기를 재생연료로 ‘변신’시키는 일이다. 이 소망을 위해 그는 10여 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윤의 상당 부분을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재생연료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는 귀띔이다. “왜 그런 시도까지 하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말한다. “원래 주부들은 뭘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잖아요. 음식물쓰레기도 아깝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