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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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큰 한국시장 매장 500개까지 늘릴 것”

레이 프롤리 한국 맥도날드 대표이사 “건강한 음식 빠르게 제공, 웰빙과도 잘 맞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9-05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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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재력 큰 한국시장 매장 500개까지 늘릴 것”

    한국맥도날드의 ‘제1호’ 외국인 사장 레이 프롤리.

    휴대전화가 드물었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압구정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라는 약속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주말 스케줄이었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입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골드아치는 ‘젊음의 해방구는 바로 여기서부터’라고 알리는 표지판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20세기의 낭만’이 서린 압구정동 맥도날드가 7월20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골드아치가 사라진 그곳에는 지역 성향에 맞는(?) 고급 의류매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웰빙 트렌드의 확산, 패스트푸드에 대한 전방위 공격, 그리고 최근 두드러지는 패스트푸드 업계의 부진…. 맥도날드의 첫 한국 매장인 압구정점의 폐점은 패스트푸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인가? 8월24일 한국맥도날드의 레이 프롤리 사장을 만났다.

    연 40억원 리모델링에 투자 … 새 서비스에 좋은 반응

    -압구정동 매장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폐장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7월 말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가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요구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임대료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어 폐점 결정을 내리게 됐다.”

    맥도날드는 1988년 3월 합작회사 형태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신맥과 ㈜맥킴이 각각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영업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맥도날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맥과 ㈜맥킴의 매출액은 2002년 2617억원을 정점으로 하락, 2004년에는 2040억원으로 22%나 감소했다. 2004년 두 회사의 당기 순손실 합은 1133억원에 이르렀다.

    이즈음 미국의 맥도날드 본사가 내린 결정은 한국시장에서의 ‘철수’가 아닌 ‘투자 확대’였다. ㈜신맥과 ㈜맥킴의 한국 쪽 지분을 모두 본사가 인수하기로 하고, 2005년 초 레이 프롤리 사장을 한국으로 보냈다. 그는 한국맥도날드의 ‘제1호’ 외국인 사장이다.

    -맥도날드 본사가 성적이 부진한 한국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4800만명의 인구, 높은 가처분 소득과 도시인구 비율, 외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쇠고기 소비 선호 등이 판단 근거였다.”

    -최근의 영업 상황은 어떠한가.

    “매우 고무적이다. 2005년 이후 연간 10%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프롤리 사장의 부임 이후 한국맥도날드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은 과감하게 폐점해 300여 개이던 매장 수가 현재 270여 개로 줄었다. 한편으로는 연간 40억원씩을 매장 리모델링에 투자하고 있다. 요즘 맥도날드 매장에 가보면 ‘얼른 먹고 나가라’는 인상을 주던 좁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 대신 인조가족을 덧씌운 의자, 심지어 푹신한 소파까지 볼 수 있다. 맥도날드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4시간 오픈 매장 확대, 맥모닝(McMorning) 아침메뉴 출시, 경기 포천 국도변 1000여 평 대지에 플래그십 매장 오픈 등 서비스를 다양화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포천의 플래그십 매장은 기존 매장과 성격이 판이하다.

    “넓은 주차공간, 맥드라이브, 어린이 놀이공간, 테라스 등을 갖춘 포천 매장은 한국에선 첫선을 보이는 ‘정통’ 맥도날드 매장 형태다. 올해 안에 이런 매장을 도심 외곽에 5곳 더 열 계획이다.”

    “잠재력 큰 한국시장 매장 500개까지 늘릴 것”
    -현재까지 매장을 30여 개 줄였는데, 앞으로는 늘려나가겠다는 의미인가.

    “한국보다 인구가 2배인 일본의 맥도날드 매장 수는 3000여 개다. 한편 인구가 훨씬 적은 홍콩에는 한국과 비슷한 수의 맥도날드 매장이 성업 중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매장이 증가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500개 정도는 가능하리라 본다.”

    맥도날드만큼 빈번하게 ‘공격의 대상’이 되는 기업도 드물다. 비만을 초래하는 고열량 음식, 미국화(Americanization)의 첨병, 환경 파괴, 세계화의 상징…. 각종 소송도 끊이지 않는다. 전 세계 119개국에 3만2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맥도날드는 단순히 햄버거를 파는 가게의 의미를 넘어선 지 오래다.

    -맥도날드에 대해서는 유독 부정적인 보도가 많다.

    “우리가 리더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한다. 옳든 그르든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는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게 돼 있지 않은가.”

    -웰빙 열풍이 거세다. 패스트푸드와 웰빙이 공존할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맥도날드를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맥도날드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Quick Service Restaurant)이다. 즉, 고객이 잠깐 들러 건강한 음식을 빠르게 서비스받는 곳이 맥도날드다. 맥도날드 식재료의 50% 이상을 한국기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우유 치즈 양상추는 매일유업, 소스는 오뚜기가 공급한다. 웰빙이란 ‘Quality Time, Quality Food(즐거운 시간, 질 높은 음식)’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맥도날드는 웰빙과 잘 들어맞는다.”

    내년 한국 진출 20년 본격적인 도약 기대

    맥도날드는 시급제 파트타이머인 ‘크루(Crew)’에서 시작해 임원에 이르는 독특한 인사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임원 중 40%가 크루 출신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크루 출신 임원이 탄생하지 않았다. 종종 맥도날드 크루는 ‘저임금 노동자’의 상징으로 인용되곤 한다. 한국맥도날드도 노동부가 정한 최저임금에 따라 크루들의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크루 대부분이 20대지만, 중장년층 크루도 종종 눈에 띈다. 현재 전체 크루의 약 5%가 30대 이상이라고 한다.

    -본인도 크루 출신인가.

    “아니다. 나는 회계부서 정규직원으로 맥도날드에 입사했다. 그러나 자녀 1남2녀가 모두 맥도날드 크루로 일한 경험이 있다. 5세짜리 손녀가 있는데, 만 16세가 되면 크루를 시킬 생각이다.(웃음)”

    -왜 맥도날드 크루를 권하는가.

    “맥도날드는 직원 훈련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젊은이들에게 평생 좋은 경험이 된다. 많은 크루 출신들이 ‘맥도날드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하곤 한다.”

    호주 출신인 프롤리 사장은 1977년 호주맥도날드에 입사해 호주맥도날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부회장, 맥도날드 사회공헌프로그램 최고경영자(CEO) 등을 지냈다. 아내와 단둘이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낙지볶음, 불닭, 골뱅이무침 등 매운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맥도날드는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는다. 프롤리 사장은 “내년에는 매장당 평균매출액이 가장 높은,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웰빙 트렌드의 파고와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수많은 외식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한국에 더 많은 골드아치가 세워질 것인가. 한국맥도날드의 내일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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