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방송을 시청하며 학습하는 고등학생. 과외비를 절감하는 데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아래).
학습방법론적으로는 사교육이 무조건 안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 골프를 처음 배운다고 해보자. 레슨 비용이 비싸서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며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개인 레슨을 받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으로 골프를 익히는 방법인 것과 마찬가지다.
공교육은 30명 넘는 학생이 동시에 배우는 대형 강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강의를 소화할 만한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학교 수준을 뛰어넘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겐 공교육을 통한 학습방법이 맞지 않아 추가적인 사교육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자녀의 학습능력에 맞게 과외의 단점인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되 장점인 지식전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짠다면 투자 대비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아래에서 경제적으로 과외를 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1. 과외보다는 복습시간이 더 중요하다
서울 강남권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유명 학원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학습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과외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 현재 자녀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학습내용을 소화할 수 있는 복습시간이 확보돼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집을 분석해보면, 이것저것 많이 하기는 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들을 복습하고도 시간이 남을 경우에만 과외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돈만 낭비하는 셈이다.
2. 학원 강사의 개인과외는 되도록 피하라
서울 기준으로 대학생의 개인과외비는 몇 년째 그대로인 반면 일반 학원비는 크게 올라, 대학생 개인과외비와 학원비가 엇비슷해졌다.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과거보다는 싸졌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전문 과외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개인과외비는 부르는 게 값일 만큼 여전히 높다. 통상 학부모들은 자녀의 점수가 지나치게 안 나올 때 전문 과외선생님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교수법이 뛰어난 유명 강사는 절대 개인과외를 하지 않는다. 학원에서 강의할 때 더 큰 수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외전문 강사의 과외는 투자 대비 효과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신고도 되지 않은 불법과외일 가능성도 높다. 오히려 유명 대입종합학원에서 재수를 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에게 개인과외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3. 상위권은 인터넷 강의로 옮겨라
상위권 학생들도 간혹 과외를 받는 일이 있다. 그러나 유독 점수가 나오지 않는 과목에 한해서만 단기적으로 과외를 받는 것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놓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사교육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메가스터디처럼 비싼 인터넷 강의가 부담된다면 메가스터디 강사들 못지않은 유명학원 강사들이 강의를 하면서도 무료에 가까운 서울 강남구청의 인터넷 수능강의나 곰스쿨 강연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중하위권은 명문대 출신보다 성실한 선생님을 우선시하라
사교육 시장에서는 명문대 프리미엄이 심하다. 대학생 개인과외를 하더라도 명문대 재학생이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명문대 출신 선생님이 많은 학원은 그래서 붐비고 수강생도 많다.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명문대 출신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많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이들에겐 어려운 문제를 푸는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습관을 바로잡아줄 성실한 선생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줄 수 있는 학원을 찾아라. 그것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는 길이다.
5. 영어 수학 제외하고는 적성에 신경 쓰라
학습능력도 타고난 능력 중 하나다. 타고난 범위 내에서는 꾸준히 향상할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이 기적을 바라기 때문에 교육비가 과도하게 지출된다. 꼭 하나 사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아이의 평생을 괴롭힐 영어를, 하나 더 시킬 여유가 있다면 아이를 고3 때까지 괴롭힐 수학을 택하는 게 좋다. 그런데 수학과 영어 점수가 사교육을 시켜도 제대로 안 나올 때 학부모들은 다른 과목에 눈을 돌리는데, 사실은 영어와 수학을 시켰는데도 점수가 안 나온다면 ‘학습능력보다는 다른 더 좋은 능력이 내 아이에게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감성을 기르기 위한 예체능 과목을 제외하고 영어 수학 외의 다른 과목에 장기적으로 돈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보면 된다.
6. 좋은 습관이 돈이다
어린 시절에 독서습관과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만 제대로 들여도 사교육비가 절약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다 똑같이 공교육을 시작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입학 전까지 가정에서 얼마나 습관을 잘 들여왔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다른 아이들과의 차이가 적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라도 계획을 세우는 습관, 독서습관, 복습습관 등을 들여놓으면 중학교 이후의 과외비가 절감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도 많이 들어온 당연한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과외비 절감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