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탄의 야경.
상하이 밤의 절정은 황푸강을 즐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먼저 와이탄(外灘)의 밤은 신와이탄이라고 하는 황푸강 서쪽 둑인 빈지앙따다오(濱江大道)에서 맞는 게 좋다. 굳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 반대편 와이탄에서 조명이 시작돼 불이 모두 켜질 때까지면 충분하다. 영화에 등장한 카페 같은 바도 좋겠지만, 벤치에 기대 맥주를 홀짝이며 잠시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빈지앙따다오는 둥창루마토우(東昌路碼頭)에서 타이동찬마토우(泰同棧碼頭)에 이르는 약 2.5km 구간의 강변 여행길을 일컫는다. 길 주변을 꽃과 나무로 조경해놓았을 뿐 아니라 21개 분수로 조성된 분수광장도 잘 꾸며져 있다. 작게 난 길 옆으로는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하겐다스 등이 있어 간단한 휴식과 식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연인과 데이트를 한다면 이곳에 자리한 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야경을 보는 것도 좋다.
빈지앙따다오의 21개 분수 관광객 시선 한 몸에
이곳에서 와이탄 고건축물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려면 황푸강을 건너 서쪽으로 가면 된다. 가는 방법은 빈지앙따다오 뒤에 있는 국제회의센터 앞 지하의 와이탄관광케이블카(편도 35위안, 왕복 45위안)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조악하긴 하지만 레이저 쇼가 펼쳐져 터널을 지나는 동안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 이 밖에 지하철(陸家嘴-河南中路, 3위안)이나 와이탄 남단을 가로지르는 페리(5마오)도 있다.
황푸강에서는 동양 최고의 스카이라인 중 하나인 푸둥의 야경을 볼 수 있다. 둥팡밍주(東方明珠)에서 진마오따샤(金茂大廈), 새로 생긴 상하이환치우진용중신(上海環球金融中心, 국제금융센터) 등의 화려한 불빛을 감상할 수 있다. 와이탄에는 상하이 최고의 바에서부터 여행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와이탄 3호 요우리따루(有利大樓)는 1922년 완공된 건물로 상하이 초상류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명품점과 고급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와이탄 22호 사쑨따샤(沙遜大廈, 일명 和平飯店)는 우리에게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오면서 익숙해진 곳이다. 22층에 커피숍이 있는데 커피는 40위안 정도다. 맑은 날 황푸강과 푸둥을 바라보며 즐기는 재미가 있다.
와이탄 천이광창(陳毅廣場) 맞은편으로 시작되는 난징루(南京路)의 밤은 화려한 불빛으로 단장한 채 쇼핑과 미식으로 여행객을 유혹한다. 보통 난징루의 밤여행은 지하철 런민광창이 있는 중간에서 시작해 동쪽 와이탄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
런민광창의 지하도에서 나오면 앞에 보행거리 표지판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오른쪽에는 남색 창이 난 웅장한 건물이 있는데 이것이 바이롄스마오궈지상창(百聯世茂國際商場)이고, 왼쪽에는 상하이디이바이화상디엔(上海第一百貨商店)이 있다.
오른쪽에 가장 규모가 크고 세련된 현대식 명품가게, 왼쪽엔 가장 유서 깊은 백화점이 마주한 셈이다. 구경하고 싶다면 도보로 이 길을 걷고, 와이탄 쪽으로 빨리 가고 싶다면 보행거리 표지판 뒤쪽에서 출발하는 코끼리열차(4위안)를 타면 된다.
여기서 좀더 가면 큰 시계가 보인다. 이곳이 헝따리종피아오공스(亨達利鍾表公司)다. 1875년 만들어진 상하이 시계산업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층에선 스위스산 고급 시계 등 세계적인 명품을 판매하고, 2층에선 저렴한 중국산 시계를 판다. 조금 더 걸으면 오른쪽에 바오따샹칭샤오니엔얼통꼬우중신(寶大祥靑少年兒童購物中心)이 있다. 1998년 영업을 시작해 상하이 아동물품 상가의 대표격이 됐다. 옷이나 서적 등은 물론 다양한 놀이공간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조금 더 가면 용안바이화(永安百貨)가 있다. 1930년대엔 4대 백화점 중 하나였다. 2005년 인테리어를 바꿔 명품 중심의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백화점을 지나 더 가면 오른쪽에 스지광창(世紀廣場)과 시인스따샤(先施大廈)가 있다.
와이탄의 야경.상하이 중심부에 있는 위위안상창(豫園商場)의 야경.
시인스따샤 꼭대기에는 딩위화랑(頂屋畵廊)이 있다. 이 화랑은 상하이 전위예술가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이 건물 맞은편으로 좀더 가면 차이통더탕(蔡同德堂)이 있다. 1882년 세워진 전통 약국인데 정문에 걸린 편액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홍장이 썼다. 이 약국은 ‘호골모과주(虎骨木瓜酒)’ ‘통천창춘고(洞天長春膏)’ 같은 유명한 약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1층은 녹용, 산삼, 야생 약재 등 고가의 물품을 팔고 2층은 침 등 의료기기를 판다. 3층은 진료실이다.
이곳을 지나면 보행거리가 끝난다. 신호등으로 길을 건너 3분쯤 걸으면 왼쪽에 상하이구스(上海故事)가 있다. 이곳에선 중국 전통문양의 장식물이나 우산, 양산 등을 살 수 있다. 장식물 수집 취미를 가진 이들이라면 둘러볼 만하다.
이 길로 조금 더 가면 쩐스따왕(眞絲大王)이 있다. 상하이에만 10개 체인점이 있는 유명한 치파오 가게다. 난징루 아래 동서로 펼쳐진 푸저우루(福州路)의 밤은 약간 어둑하지만 그 자체의 문향(文香)이 행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곳이다.
낯선 인연이 그리운 이들이라면 신톈디(新天地)에 가볼 일이다. 신톈디는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밤문화 거리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서부터 공연을 하는 바, 중국 전통 음식점, 태국 음식점 등이 포진하고 있다. 신톈디 중간에는 중국 공산당 1차 회의 장소, 그곳에서 다시 500m 남짓한 곳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이 있다. 다만 신톈디는 주변에 들어서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알 수 있듯 지나치게 비싼 장소가 돼버린 것이 아쉽다.
낭만파 여행객이라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헝산루(衡山路)의 밤거리를 권한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해 3, 4번 출구로 나오면 조금은 적막해도 독특한 느낌의 헝산루 거리가 나온다. 통상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은 ‘상하이의 이태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 많이 거주하는 홍치아오 공항 인근도 매력 만점
3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100m쯤 가면 국제예배당이 나오는데, 이곳으로 인해 헝산루 거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국제예배당은 상하이의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교회다. 때문에 이 근처에서 외국인들이 외식을 많이 했고, 그 결과 헝산루 링관광창(領館廣場)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중동 음식점은 물론 TGI프라이데이나 스타벅스 등이 들어서게 됐다. 또 둔황 막고굴을 재현한 모얀(摩硯)은 상하이의 막고굴로 불리는 곳이다. 둔황 막고굴을 재현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와인바다. 안에는 막고굴의 모습뿐 아니라 ‘도덕경’이나 갑골문까지 있어 주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밤의 낭만이 지속되는 곳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홍치아오 공항 인근이다. 이곳은 우중루(吳中路), 홍메이루(虹梅路), 롱바이즈텅루(龍栢紫藤路) 등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낯익은 한국 음식점도 있지만 안마를 비롯해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상하이의 밤에 색다른 즐거움을 원하는 이들이 가볼 만한 곳도 적지 않다. 상하이의 가장 유명한 밤 볼거리는 서커스다. 베이징의 서커스가 80점 정도로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상하이 서커스는 스케일이 크고 스릴을 느끼게 한다. 한국에서 순회 공연을 펼치는 서커스단은 대부분 상하이에서 건너간 것이다.
대표적인 서커스단으로는 상하이자지투완(上海雜技團)이나 마시청(馬戱城)이있다. 두 서커스단 모두 중국어를 할 줄 모르면 예약이 쉽지 않은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하이의 직공여행(職工旅行)사 등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할인가격에 예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