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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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사랑받는 불닭볶음면 인기에 삼양식품 1등 재탈환

매운맛 참고 먹는 ‘불닭볶음면 챌린지’ 등 K-푸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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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5-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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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사는 한 소녀가 분홍색 쇼핑백에 담긴 생일선물을 확인하고 감격해 주저앉아서 우는 영상이 화제였다. 이 소녀가 받은 선물은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이었다. 이 영상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억 뷰를 돌파했고, 주인공 아달린 소피아는 일약 스타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달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손에 넣을 수 있길, 행운을 빈다” 제하의 기사에서 소피아를 소개하며 미국 내 불닭볶음면 열풍을 다뤘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품귀 현상이 벌어지며 삼양식품 위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다양한 맛의 붉닭볶음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은 다양한 맛의 붉닭볶음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영업이익 235% 증가

    삼양식품이 5월 16일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올해 1분기 실적을 공시하며 라면업계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857억 원, 801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그래프 참조).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해 증권가 예상치(424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농심의 영업이익이 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 덕분에 다음 날 삼양식품 주가는 상한가를 달렸고, 농심에 빼앗겼던 라면시장 1위 자리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삼양식품은 올해만 주가가 130% 가까이 상승했다.

    [자료 | 금융감독원]

    [자료 | 금융감독원]

    매출 상승의 1등 공신은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은 SNS를 무대로 전 세계에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매운맛을 가진 불닭볶음면의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속성이 마케팅에 특화됐다는 시각이 많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튜브 등 SNS에서 먹방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불닭볶음면의 콘텐츠 친화적 속성이 더욱 잘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매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이른바 ‘불닭볶음면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이다. 과거 유튜버 영국남자가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국인들의 반응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고, BTS 지민 역시 라이브 방송 도중 몇 차례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을 보여 해외 팬들에게 전파했다. 최근에도 유명인의 불닭볶음면 시식 영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유명 래퍼 카디비는 지난달 “30분을 운전해 결국 샀다”면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조리해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1630만 팔로어를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키스 리 역시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공개했다.

    불닭볶음면 신화의 중심에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있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이자 전인장 전 회장의 배우자인 김 부회장은 2011년 서울 명동에서 청년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불닭, 불곱창 등 매운 음식을 만드는 맛집 탐방은 물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했다. 그리고 1년간 개발한 끝에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는데, 이 기간 매운 소스 1t과 닭 1200마리가 사용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부회장을 “500억 달러(약 68조1700억 원) 인스턴트라면 산업을 뒤흔드는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호조

    불닭볶음면은 출시 10여 년 만에 삼양식품의 핵심 제품은 물론, 수출 효자 종목으로도 자리매김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 이래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심에 불닭볶음면이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 달러(약 1480억 원)로 전년 대비 46.8% 증가했다. 한국의 라면 수출액이 월 기준 1억 달러(약 1360억 원)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은 국내에서 라면을 전량 생산해 수출하는 만큼 불닭볶음면 인기가 라면 수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불닭볶음면은 미국 대형마트 코스트코, 월마트, 앨버슨 등에 진출한 상태다.

    그간 삼양식품은 단일 브랜드에 과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전체 매출에서 오리지널 제품의 비중이 과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비중이 41.8%로 크게 줄어들어 이런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해외에서 잇따른 호평을 받은 결과다. 삼양식품은 현지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일본시장을 겨냥해 야끼소바불닭볶음면을 만들었고, 중국시장을 겨냥해 마라불닭볶음면을 만든 것이 대표적 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는 점은 해외시장에서 성장 여력 및 지속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해외시장에서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이 불닭볶음면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상태다. 1분기 까르보불닭볶음면의 매출 비중이 34.4%에 달해 오리지널 제품(33.0%)을 넘어선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아시안과 히스패닉 사이에서 불닭볶음면 수요가 높아 오리지널 제품이 인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백인 등 여러 사람이 폭넓게 불닭볶음면을 찾으면서 오리지널 제품보다 덜 매운 까르보불닭볶음면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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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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