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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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비관론, 외환위기 이후 지속돼온 ‘가스라이팅’일 뿐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2009년 이후 코스피200 기업 영업이익 4배 증가… 파괴적 혁신·노동력 재배치 기업 주목해야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4-03-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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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이어 겪으면서 비관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인기를 끄는 나라가 됐다. 한국 경제가 정점에 도달해 더는 성장이 어렵다는 피크코리아(Peak Korea)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2009년 이후 2022년까지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이 4배 가까이 늘었고, 구매력 기준 인당 국민소득은 2배 증가했다. 구매력 기준이란 교통요금이나 임대료 같은 필수 소비 항목 물가를 감안해 각 국가의 소득을 측정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 한국의 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2만8812달러(약 3776만9650원)에서 2023년 5만6694달러(약 7430만 원)로 늘어났다.

    파괴적 혁신과 연공서열 시스템

    최근 로봇 등 신산업이 부각되면서 기존 인력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로봇 등 신산업이 부각되면서 기존 인력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GETTYIMAGES]

    기업 이익이 늘어날 때는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 주식시장 참여자도 대체로 낙관적 성향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주요 증권사가 ‘장기 불황에 진입한 한국 경제’라는 내용을 주장할 정도로 비관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왜 다시 비관론이 높아졌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22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불황과 인구 고령화 공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는 오히려 인당 소득 증가를 촉진하는 한편, 기업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고질적 문제는 ‘연공서열’ 시스템이다. 한국 근로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은 연봉을 받는데,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그래프1 참조). 이 시스템은 1960~1970년대 한국 기업들이 가진 돈이 없고, 고등교육을 받은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기업은 근로자에게 “연차가 쌓일수록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약속을 통해 당장 인건비 부담을 덜고 사내 교육 등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근로자들의 이직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파괴적 혁신이 등장하는 시기에 높은 연봉을 받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신입 사원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 산업이 은행업이다. 과거에는 은행이 상가 1층에 자리했지만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이 자리 잡으면서 은행 점포는 2층 혹은 3층으로 올라가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은 단순 입출금 업무가 아닌, 금융상품 가입이나 대출 상담이 주된 업무일 텐데, 1990년대 초반 입사한 고참 은행원들이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은행들은 끊임없이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한편, 신입사원 대부분을 공학 계열에서 채용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 노동조합이 존재하기에 연공서열 시스템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2023년을 고비로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 연령에 접어들면서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20대 후반 고용률이 통계 작성 이후 최고 레벨에 도달한 것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은행뿐 아니라 앞으로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한국 주력 수출 산업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과 인공지능,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신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존 인력들의 노하우 혹은 숙련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 재배치 완료 기업, 우선적 투자 대상

    이 결과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의 판관비(감가상각비 제외)는 2010년 전후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2 참조). 판관비는 판매비와 관리비를 합친 것으로, 판매비는 제품 판매와 관련해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뜻한다. 관리비는 회사 관리와 유지에 필요한 비용으로 임금이나 임차료, 감가상각비가 포함된다.

    결국 판관비 하락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 구조 개선을 의미하기에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앞으로 개선될 공산이 크다.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동력 구성이 바뀌는 것도 생산성 향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이란 단위 시간당 만들어낸 상품 혹은 서비스의 양을 뜻하니,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적은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우리 기업들이 무조건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다만 경쟁에서 밀려 주저앉은 패배자 모습으로 단정 짓지 말자는 이야기다. 특히 파괴적 혁신이 진행 중인 산업에 속한 기업 중 신속하게 노동력 재배치를 마무리한 곳을 우선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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