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5

..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1초에 1.98원 내고 정말 배불리 먹다

서울 홍대 앞 KT ‘ON식당’ 가보니

  •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2018-09-11 11:00:5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 9월 20일까지 문을 여는 KT의 팝업스토어 ‘ON식당’.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 9월 20일까지 문을 여는 KT의 팝업스토어 ‘ON식당’.

    “여기 재밌어 보이는데 ‘쿠스타그램’으로 어때?” 

    한 선배가 ‘KT가 8월 28일부터 1초당 1.98원에 음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ON(온)식당’을 연다’는 내용의 기사를 건네줬다. 아니, KT가 뷔페식당을 연다고? 무제한 뷔페 이용료가 30분에 3565원, 60분에 7130원밖에 안 한다고? 회사 근처 식당에서 곰탕 한 그릇이 9000원, 육개장 한 그릇이 8500원인데 뷔페가 저 가격이라니. KT는 왜 이런 ‘무리수’ 가격을 책정한 걸까. 남는 건 뭘까. 궁금해서 사진기자와 식당이 있다는 서울 홍대 앞으로 향했다. 

    강호동의 ‘강식당’, 윤여정의 ‘윤식당’처럼 KT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차린 ON식당은 KT가 올해 론칭한 ‘데이터ON’ 요금제를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다. ‘무제한 제공’과 ‘저렴한 요금’이라는 데이터ON 요금제의 장점을 식당으로 구체화했다는 게 KT 관계자의 설명. 데이터ON 요금제의 속성(1초에 1.98원, 무제한)을 콘셉트화한 것이다. 물가가 비싼 서울에서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배불리 먹고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다니. 기자처럼 밥을 빨리 먹는다면 5000원 미만으로 후다닥 먹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사에서 ‘식당’을 여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사례다. KT 관계자는 “요금제의 프로모션 성격보다 젊은 고객의 트렌드에 부합하고, 고객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라며 “여기에 공간 마케팅의 성격을 추가해 ON식당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먹고도 7130원?

    식사를 하고 낸 돈은 결식아동들을 후원하는 데 쓰인다(왼쪽). 기자가 방문한 날 폭우가 내렸음에도 ‘ON식당’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식사를 하고 낸 돈은 결식아동들을 후원하는 데 쓰인다(왼쪽). 기자가 방문한 날 폭우가 내렸음에도 ‘ON식당’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9월 20일까지 문을 여는 ON식당에서는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가입한 이동통신사가 KT가 아닌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단체고객의 경우 데이터ON 요금제 구간에 맞춰 6~8명은 4만9000원, 9~11명은 6만9000원, 12명은 8만9000원을 내면 1시간 동안 식당의 전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케이터링이 돋보이는 식당 내부.

    깔끔한 인테리어와 케이터링이 돋보이는 식당 내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무제한 디저트’ 타임이다. 커피와 음료를 비롯해 베이커리, 스낵, 젤리, 케이크 등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하는 ‘무제한 뷔페’ 타임에는 매일 달라지는 메인 요리와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 베트남, 일본, 태국 등 로밍ON 적용 국가의 대표 요리들을 선보인다. 치즈 풍미가 가득한 파스타는 물론, 미국(등심과 치킨스테이크), 일본(연어회와 오코노미야키), 베트남(반미와 짜조), 중국(딤섬과 칠리새우), 러시아(샤슬릭과 보르스치), 태국(카오팟과 팟퐁커리) 요리 등으로 그날그날 구성이 바뀐다. 식당에 마련된 ‘오뚜기존’에서는 떠먹는 컵피자와 라면, 컵밥 등 오뚜기의 다양한 제품을 점심, 저녁시간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폭우에도 늘어선 줄

    오픈일인 8월 28일에는 ‘윤식당’에서 활약했던 배우 박서준이 팬들과 이곳에서 포토 이벤트를 열었다. 9월 16일에는 ‘곱창여신’ ‘곱통령’으로 불리는 마마무 멤버 화사가 손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셀렙 데이’ 이벤트가 열린다. 기자는 8월 29일 오후 5시쯤 이곳을 찾았다. 박서준이 왔다 간 다음 날이었다. 입소문이 나 앉을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됐다. 

    그런데 아뿔싸. 날짜 선정에 실패한 것일까. 이날 하천이 범람해 인명사고가 날 정도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차창 밖으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호우주의보 문자메시지가 수시로 ‘띠링띠링’ 울렸다. 식당이 한산하겠다는 예측도 잠시, 민트색 건물 입구에 우산과 우비로 무장한 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후 6시 ‘무제한 뷔페’ 오픈을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폭우도 사람들의 호기심과 식욕을 꺼뜨릴 수 없는 모양이다. 

    보통 이렇게 잠깐 열었다 사라지는 핫플레이스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에 밝은 젊은 층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 그런데 이날은 입구에 ‘무제한 뷔페를 즐기세요’라는 팻말이 놓였기 때문인지,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가족 단위 손님도 많았다. 이런 ‘꿀정보’를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신기했다. 

    수요일의 메인 요리는 일본식이었으며, 매일 메뉴가 바뀐다. 줄을 서서 메인 메뉴를 받는 사람들. 직원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왼쪽부터).

    수요일의 메인 요리는 일본식이었으며, 매일 메뉴가 바뀐다. 줄을 서서 메인 메뉴를 받는 사람들. 직원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왼쪽부터).

    주방에서는 오픈을 앞두고 메뉴 준비가 한창이었다. 수요일이라 ‘일본’ 콘셉트에 맞춰 연어회와 오코노미야키, 그리고 파스타가 마련돼 있었다. 추가로 15가지의 사이드와 디저트 메뉴도 있었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는 기자의 본능(?)을 읽었는지, 매장 관계자가 “화요일에 다시 오면 등심과 치킨스테이크도 맛볼 수 있다. 음식 맛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귀띔했다. 그렇잖아도 화요일에만 파는 미국 스테이크와 토요일에만 파는 러시아 샤슬릭이 궁금했는데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카운트다운 시작, 바빠지는 마음

    오뚜기와 KT가 컬래버레이션 한 덕에 식당 이용료를 낸 방문객은 오뚜기 컵밥과 라면, 떠먹는 컵피자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위). 식당 한쪽에 전시된 조형물과 캐릭터 인형들.

    오뚜기와 KT가 컬래버레이션 한 덕에 식당 이용료를 낸 방문객은 오뚜기 컵밥과 라면, 떠먹는 컵피자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위). 식당 한쪽에 전시된 조형물과 캐릭터 인형들.

    오후 6시. 입장이 시작됐다. 테이블마다 시계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2층에 자리 잡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1층으로 내려가 줄을 섰다. 메인 메뉴가 3가지인데 손이 둘뿐이라 천수관음이 아닌 게 아쉬웠다. 메뉴를 받아 테이블에 놓고 다시 내려가 다른 접시에 핫윙과 맥앤치즈, 샐러드를 듬뿍 담았다. 맥앤치즈가 쫀득하니 맛있어 한 접시를 비우고 더 먹으러 내려가니 텅 비어 있었다. 잠시 후 채워지긴 했지만 줄이 길어 한 번 먹은 걸로 만족했다. 매장 관계자는 “이태원동에서 ‘저스틴스테이크’를 운영하는 케이터링 업체와 함께 음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주스, 아이스크림 등 후식을 먼저 챙겨 들고 왔다. 취재로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식어버린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식었는데도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괜찮아 한 접시를 거뜬히 비웠다. 어느 정도 배가 찼다 싶어 시계를 보니 6시 28분. 2분만 더 있으면 30분이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줄을 빨리 서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옆자리 중학생 무리가 “우리 지금 나가면 3000원만 내면 되는 거 아냐?” “아니다, 한 번 더 먹을까?”라며 진지하게 ‘먹부림’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갑이 가벼운 학생이라도 이곳에서는 위장을 두둑이 채울 수 있었다. 

    과일과 조각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1층에 내려갔던 사진기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올라왔다. 오뚜기 떠먹는 컵피자와 라면이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전자레인지 앞에 줄이 길었던 것. 몇몇은 시간 절약을 위해 모르는 사람과 전자레인지를 같이 쓰기도 했다. 

    TV에서 광고만 보고 먹어보지는 못한 떠먹는 컵피자가 궁금했기에 기어이 차례를 기다려 1시간이 되기 10여 분 전 컵피자 하나를 데워서 들고 오는 데 성공했다. 내일 오후까지는 굶어도 될 것 같았다. 광고처럼 치즈가 쭉쭉 늘어나 치즈 마니아라면 만족할 만한 아이템이었다. 기내에서 누군가 라면을 시키면 냄새에 이끌려 승무원에게 줄줄이 라면을 주문하듯, 다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떠먹는 컵피자와 라면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직원 안내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샷을 올리면 다양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직원 안내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샷을 올리면 다양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테이블마다 데이터ON 요금제와 식당 메뉴 설명이 함께 놓여 있었는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거나 SNS 인증샷을 올리기만 해도 축구공, 손선풍기, VR(가상현실) 게임관 이용권 등 다양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KT가 생각하는 데이터ON 요금제의 강점은 뭘까. KT 관계자는 “데이터ON 요금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측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로밍ON 요금 역시 해외 통화료가 국내와 같아 긍정적인 피드백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답했다.

    수익금은 전액 좋은 일에

    궁금한 게 또 있었다. 오뚜기와 KT는 어쩌다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된 걸까. KT는 2월 오뚜기 진라면을 활용해 KT 5G라면을 만들었다. 진짜쫄면을 활용해 ON쫄면을 내놓기도 했다. “오뚜기는 국민 기업 이미지가 있고, KT와도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 올해 초부터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KT 관계자의 말이다. 

    KT는 이번 ON식당의 프로모션 수익금을 전액 결식아동 후원금으로 기부한다. 기업은 독특한 콘셉트로 요금제를 홍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계산하면 영수증과 함께 기부 도장이 찍힌 카드를 받을 수 있다. 밥을 신나게 먹었는데 기부도 된다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팝업스토어 명소인 홍대 앞,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ON식당. 자체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과 외국인 관광객이 매일 찾아온다. 저녁 뷔페만 진행한 영업 1일 차에 150명, 2일 차에 400명이 방문해 이틀간 기부금 160만 원이 적립됐다. 식당이 문을 닫기 전까지 쌓이는 기부금은 입구 안내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재상 KT 마케팅부문 상무는 “앞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더 많은 고객이 ON식당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ON식당의 운영 연장 여부는 미정이다. 매장 주인과 9월 20일까지 계약했다. 호응이 좋으면 계약을 연장할지, 다른 장소로 옮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ON식당이 전원을 OFF 하기 전, 고기 메뉴가 나오는 날 홍대 앞에서 저녁 한 끼 하자고 회사 동료들을 꼬드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엄청저렴하군 #윤식당말고온식당 #다른날또와야지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핫플레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와글와글한 명소가 궁금한가요? 검증되지 않았는데 생돈 주고 ‘도전’하는 건 조심스럽다고요? 걱정 마세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대신 찾아가 속속들이 살펴보고 알려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되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도 #매거진동아 #쿠스타그램 등으로 검색하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