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세대 아이폰을 공개했다. [뉴시스]
애플 주가 10년 사이 13배 상승
애플은 1994년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1997년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애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시대를 풍미한 첨단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다. 애플은 1998년 아이맥, 1999년 아이북, 2001년 아이팟, 2003년 아이튠즈 스토어, 2007년 아이폰과 애플TV, 2010년 아이패드, 2011년 아이클라우드, 2014년 애플워치, 2016년 에어팟, 2017년 홈팟 등 새로운 시장을 여는 굵직한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파죽지세와도 같은 애플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애플의 첫 제품은 AppleⅠ이라는 개인용 컴퓨터(PC)였다. ‘바이트 컴퓨터 상가’라는 곳에서 50대 주문이 들어왔는데, 휴렛팩커드에 생산을 의뢰했다가 퇴짜를 맞고 잡스의 집 차고에서 애플 멤버들이 직접 생산한 일화로 유명하다. 애플 경영진은 투자자를 만나 10년간 5억 달러 매출 목표를 세우고 AppleⅠ 판매망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매출 목표를 5년 만에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 애플을 있게 한 본격적인 제품은 1977년 선보인 AppleⅡ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나온 경쟁 모델과 비교해 높은 컬러 그래픽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대표작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AppleⅡ를 앞세운 애플은 1979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창업 후 비교적 순탄하게 안착한 애플은 1980년대 들어 시련을 맞았다. 1980년 출시한 AppleⅢ가 냉각팬 과열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었다. 1983년 야심 차게 내놓은 차세대 컴퓨터 Apple LISA는 1만 달러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 비해 호환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적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이듬해 매킨토시가 출시됐지만 역시 비슷한 이유로 흥행에 실패한다. 잇따른 실패에 책임을 지고 창업자 잡스가 애플에서 물러났다.
잡스가 떠난 후 애플은 제품 다양화로 활로를 모색했다. 개인용 컴퓨터뿐 아니라 서버, 프린터, 디지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정작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 시장에서 점유율은 계속 추락했다. 그사이 세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IBM 호환용 PC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 애플은 제품군만 다양해졌을 뿐 시장을 리드하는 ‘카테고리 킹’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군살만 늘어나고 기업 경쟁력은 약화된 것이다.
다급해진 애플은 1997년 잡스를 경영 일선에 복귀시켰다. 돌아온 잡스의 첫 행보는 고강도 체질 개선이었다. 매출이 시원찮은 제품을 대거 없애고 생산라인을 재정비했다. 또한 그간 적대 관계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애플 컴퓨터에서 매킨토시용 오피스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사용자 확보에 나선 것이다. 잡스는 컴퓨터 제품군의 품질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도 노력했다. 당시 애플은 1994년부터 외부 밴더들에 자사 컴퓨터 복제품을 제조할 수 있게 하는 운영체제(OS) 라이선싱 사업을 벌였다. 잡스는 이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컴퓨터 품질 제고에 나섰다.
칩셋 자체 개발로 수익률 극대화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오른쪽)과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뉴시스]
잡스에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스마트워치, 이어폰, 스피커 같은 디지털 액세서리 시장에서 고가·고성능 제품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쿡은 ‘공급망 관리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수많은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급 및 생산, 재고 관리 과정을 효율화했다.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한 것이다. 쿡이 추진한 공급망 효율화는 기술 혁신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애플은 2020년부터 자체 개발한 칩셋 ‘애플 실리콘’을 자사 제품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반도체 칩셋 디자인 기술력을 갖춤으로써 그만큼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애플의 시가총액 3조 달러 달성은 영역별로 최고 제품을 최적의 비용에 생산하고, 고객에게 혁신적인 디지털 경험을 선사한 결과다. 중구난방 문어발식이 아닌, 킬러 콘텐츠를 앞세운 사업 확장도 주효했다. 2014년 애플페이를 론칭한 애플은 이제 소비자의 일상 전반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변신은 2007년 아이폰 출시 당시 ‘애플컴퓨터’라는 사명을 ‘애플’로 바꾸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애플의 다음 포석은 무엇일까. 애플이 6월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주목된다.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등장한 애플의 새로운 디지털 기기다. 시장에서는 비전 프로가 내년 출시되더라도 당장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애플의 노림수가 앞으로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애플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혁신이 계속된다면 애플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153조6000억 원) 시대도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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