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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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 경제 호재는 對中 수출 회복, 악재는 미국 경기침체”

김영익 교수 “경기선행지수 저점 찍고 반등, 일본 주가지수와 엔화 주목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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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7-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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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될 것 같습니다. 경기선행지수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이 워낙 많이 감소했기 때문에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많이 늘었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면서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최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망치 1.6%보다 0.2%p 낮춘 것이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1.5%), IMF(국제통화기금·1.5%), ADB(아시아개발은행·1.5%)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부 예상대로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한다면 역대

    6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건국 초반인 1956년(0.6%), 2차 석유 파동 직후인 1980년(-1.6%), IMF 금융구제가 있었던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했던 2020년(-0.7%) 등 5번뿐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조영철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조영철 기자]

    소비심리 개선으로 0.3% 성장한 1분기

    하지만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새 전망치에 대해서도 “가계부채가 많아 소비 성장이 힘들고, 대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1.4%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3% 성장한 것도 경제를 낙관한 이들의 소비 증가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에게 하반기 한국 및 세계 경제 전망에 관해 물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날 선 대립에서 한 발 물러나 대화를 시작했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현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변수가 있을까.

    “경기선행지수가 될 것 같다.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2021년 6월이 정점이었고, 그 뒤로 계속 경기가 나빠지고 주가도 떨어졌다. 지난해 말 올해 경제를 전망하면서 경기선행지수가 4월 전후로 저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통계청 발표를 보면 4월과 5월이 똑같았다. 6월 데이터는 7월 말에 발표된다. 아마도 4~5월을 저점으로 서서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기선행지수가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짧을 때는 6개월, 어떨 때는 9개월로 일정하지 않지만 일단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지난해 말에 비해 15%가량 올랐는데 전기전자, 운수장비 같은 경기 관련주는 30% 안팎으로 상승했다. 이런 업종들이 먼저 오르면서 경기회복이 기대됐고, 이제 경기선행지수가 오름으로써 빠르면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그동안 낮아지기만 하던 경제지표들이 빠른 속도로는 아니지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감지되는 변화들이 있나.

    “우리 일상에서는 경기가 완전히 좋아져야 느낄 수 있다. 다만 소비심리는 이미 많이 개선된 것 같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 6월 소비심리가 100.7로 나왔다. 2003년부터 발표되는 소비심리는 지난해까지 평균이 100이었다. 100이 넘으면 낙관적, 100 이하면 비관적이라고 판단하는데 1~2월에는 90 안팎까지 떨어졌다가 6월 100.7로 상승했다. 물론 실제 경제지표는 개선되지 않았으니 소비자들이 앞서간 측면이 있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발생한 것 같고 실제로 외식비, 여행비 같은 것이 많이 개선됐다. 또 코스피가 오르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1분기 한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는데, 투자와 수출이 다 감소한 상태에서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이제 남은 것은 기업의 투자와 수출 증가다. 4분기에는 대중 수출이 부분적으로 회복될 것 같다.”

    중국 경제가 안 좋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은 현재 이야기다. 지난해와 올해 대중 수출은 부진하고 대미와 대유럽 수출은 증가했는데, 대미 수출이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3~4분기 후반에 가면 부분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중 수출이 증가할 것 같다. 지난해 대중 수출이 적자로 돌아섰는데 구조적인 적자는 아닐 테고, 앞으로 흑자폭이 줄거나 균형 수준으로 유지되는 변화는 생길 수 있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악재를 꼽는다면.

    “악재는 미국에서 올 것 같다. 그동안 미국 경제가 무척 좋았으나 조만간 소비가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3가지 정도 들 수 있는데, 우선 미국 가계 저축률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연평균 3.7%로, 이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3.4%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금도 물가보다 덜 올라 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인상했는데 분석 결과 시차 효과가 12~18개월 사이에 나타난다고 한다. 이제부터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미국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도 문제다. 90% 중반이던 가계부채가 1분기 기준 103%까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 같다.”

    연준 의사록에도 4분기 ‘마일드 리세션’ 전망

    미국 경기침체 전망이 나온 지 벌써 1년여가 됐다. 경기침체가 오기는 올까.

    “요즘 미국 경기침체를 이야기하면 ‘늑대소년’이 되는데, 사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앞서갔다. 지난해 6월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이 역전됐고, 역사적으로 두 채권 수익률이 역전되면 경기침체가 왔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곧바로 오는 것은 아니고 일정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두 채권 수익률이 역전되자마자 경기침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 의사록을 보니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 ‘마일드 리세션(Mild Recession)’이 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경기침체가 그들이 원하듯 ‘마일드’는 아닐 것 같다. 미국 경제는 정말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기업들은 일자리 2200만 개를 줄여버렸다. 10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를 3~4월 단 두 달 만에 없애버린 것이다. 나는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 고용이 확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보면 ‘고용이 견조하다’는 데이터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고용이 좋았지만 서서히 나빠지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간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해 9월 19만 건에서 최근 4개월 이동평균 26만 건으로 증가했다. 과거 경기 순환 사이클을 보면 평균적으로 주간실업수당 청구건수는 경기침체에 11개월가량 선행했다. 또 실업률 12개월 이동평균은 경기침체에 2개월 정도 선행하는데 지금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3.7%로 낮지만 4월 3.4%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 중인 점에서 볼 때 경기침체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경기침체에 접어든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소비가 하락해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하고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문제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현재 주가지수가 역사상 최고점 근처에 가 있는 미국 S&P500 배당수익률은 1.5~1.6%다. 장기 평균 4.3%라는 점을 생각하면 배당수익률은 반대로 거의 역사상 최저치 근처까지 떨어져 있다. 이익에 비해 그만큼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금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9%, 2년물 수익률이 4.9%다. 나 같으면 이런 시점에 미 국채를 사지, S&P500은 안 산다. S&P500은 미국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용, 광의통화(M2), GDP(국내총생산) 등에 대비해도 최소 10%에서 20% 과대평가돼 있다. 최근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 등이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조만간 미국 주가가 한 번은 급락할 텐데, 적정 수준보다 과대평가된 만큼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계속 싸우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을 안다”

    최근 미국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며 유화 정책을 쓰고 있다. 지금 미·중 관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서로 계속 싸우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을 양국 모두 알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3830억 달러(약 487조7120억 원)로 과거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아무리 규제해도 중국산 수입은 더 늘었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월마트에 진열된 상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중국산이 없으면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미국 소비자이고,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은 미국에 소중한 존재다. 그동안 미국이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외국인들이 많이 샀는데, 특히 중국이 많이 사줬다. 중국은 2013년 대미 수출로 큰돈을 벌자 1조2700억 달러(약 1617조2180억 원) 정도 미 국채를 샀다. 그런데 올해 4월 통계를 보니 8700억 달러(약 1107조8580억 원)로 감소했다. 물론 중국이 이렇게 미 국채를 줄이는 동안 연준이 국채를 대신 사서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연준도 물가 때문에 양적축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국채를 팔아야 한다. 원래는 일본 보험회사와 미국 금융회사도 큰손이었는데, 일본은 환헤지 비용까지 더하면 수익률 0.5%인 일본 국채를 사는 게 더 이익이라서 안 사고, 미국 금융회사들은 국채를 샀다가 가격이 떨어진 것이 실리콘밸리은행 등 일부 은행의 파산 원인이 되면서 사줄 수 없게 됐다. 어찌 보면 이제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게 된 셈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7월 8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7월 8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부채 한도 상향으로 새로 발행하는 미 국채를 팔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미국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이 중국에 가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2.1% 성장했고,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보니 올해는 1.3%, 내년에는 0.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기를 부양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현재 그것을 사줄 경제주체가 별로 없다.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무역흑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그런 중국이 지금 미 국채를 계속 팔고, 그 대신 금을 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달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옐런 장관이 새로 발행하는 국채를 사달라는 말까지는 못 하더라도 갖고 있는 국채를 팔지 말아달라는 부탁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중 갈등이 완화되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까.

    “지금 우리는 미국 때문에 중국과 멀어졌는데, 정작 미국은 중국과 다시 가까워지려 한다. 최근 부쩍 친해진 한미일 3국의 공통된 경제적 특징이 뭔지 아나. 세계에서 GDP 비중이 계속 축소되는 나라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때 32%까지 갔다가 24%로, 일본은 17~18%에서 4%로, 한국은 2%에서 1%로 낮아졌다. 이념과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나. 한국 기업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돈이 보이면 투자를 잘한다. 정부가 그런 기업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제조업 경기 좋아질 것

    상반기 증시가 활황이던 유로존에도 경착륙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한다.

    “이번에 OECD가 국가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독일 경제성장률을 0%로 낮췄다. 그런데 주식시장을 보면 세계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나라가 일본이고 그다음이 독일, 대만, 한국 순이다. 모두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역으로 생각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현재는 제조업 경기가 나쁘지만 머지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의미다. 아마도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다. 또 OECD, IMF 전망치를 보면 독일이나 일본 경제 성적은 내년에 더 좋다고 하면서 미국은 더 나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서비스업 중심 경기다. 올해는 서비스 경기가 좋았지만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제조업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에도 빅테크 기업들이 있지 않나.

    “빅테크 기업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애플 같은 기업은 서비스업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은 아이디어만 갖고 있을 뿐, 생산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 다 하지 않나. 최근 미국 애플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3867조6000억 원)를 넘어서 화제가 됐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국 GDP가 1조7219억 달러(약 2219조1850억 원)다. 위대한 기업이 맞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 다만 한국 경제도 생산성을 높이려면 애플, 메타 같은 창조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 뜨거운 기업이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루닛이라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기업인데, 가장 빨리 암을 진단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을 처방해 암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인 회사다. 이 기업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가상병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에도 이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기업이 계속 나온다면 경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은 일본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요즘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탈피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주가도 저점에서 벗어나 꾸준히 올라가는 국면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요타, 소니 등 주요 8개 기업이 라피더스라는 반도체 회사를 만들었는데 일본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의 기술적 지원도 받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주가는 단기간에 너무 올라 조정을 받겠지만 과거처럼 추락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지금 일본 주가지수에 투자하면 환차익과 함께 주식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앞으로 미국보다 일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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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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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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