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8

..

‘봉천동 슈바이처’ 의사 윤주홍의 나눔과 헌신

달동네 병원 열어 무료 진료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1호 환자’로 건강검진

  • reporterImage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3-07-14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프리카 오지에 병원을 세워 평생 가난하고 병든 흑인들을 치료한 ‘검은 대륙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행복은 나눌 때 배가 되는 유일한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국내에도 슈바이처 박사처럼 평생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한 의료인이 있다. ‘봉천동 슈바이처’로 불리는 윤주홍 원장(89)이 그 주인공이다. 고려대 의과대학 26회 졸업생인 윤 원장은 의대 졸업 후부터 어려운 이웃을 찾아 꾸준히 의료 봉사를 실천해왔다.

    평생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봉천동 슈바이처’ 윤주홍 원장. [홍태식]

    평생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봉천동 슈바이처’ 윤주홍 원장. [홍태식]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삶

    1971년 경찰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시작한 그는 낙안도, 외도, 간월도, 내파수도, 장고도 등 서해안 일대 낙도를 돌며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한 번 찾은 섬은 보통 10년 넘게 다니며 진료했고, 외도 진료는 30년 넘게 이어갔다. 1974년에는 판자촌이 즐비한 달동네였던 서울 봉천동에 ‘윤주홍의원’을 열었다. ‘돈보다 생명이 먼저’라는 신조에 따라 진료비에 연연하지 않고 가난한 환자들을 무상으로 또는 진료비의 절반만 받으면서 치료에 전념했다. 돈이 없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1994년부터 관악장학회를 설립해 2000여 명에 이르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관악장학회 설립 당시에는 지역 주민이 1인 1구좌 1000원 이상씩 출자하는 ‘이웃사랑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일평생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온 윤 원장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 제1회 서울시민대상 등을 수상했다. 따뜻함을 나누는 존경받는 이 시대의 의인 윤 원장을 7월 10일 ‘주간동아’가 만났다.

    윤 원장은 충남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동기들보다 8년 늦게 의대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의대에 진학한 계기는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의대 입학시험을 볼 때 해부학 문제에 정답 대신 “노폐물로 가득한 정맥 같은 삶을 버리고 의사가 되어 동맥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진심 어린 글을 적어 입학 관계자들을 감동시킨 일화도 있다.

    윤 원장에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일깨워준 이는 바로 친할머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라.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거든 뭐든 다 먹지 말고 항상 3분의 1은 남겨서 배곯는 그 집 식구들이 먹게 하라’고 말씀하시며 나눔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전했다. 40년 넘게 이어진 헌신적인 봉사와 나눔 활동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큰일 한 게 아니라서 알려지는 게 부끄럽다”며 연신 겸손한 답을 했다.

    윤 원장의 나눔 정신은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모교인 고려대에도 전해졌다. 평생을 함께한 병원을 정리한 돈과 수중에 있던 돈을 합친 10억 원을 2021년 11월 고려대학교의료원에 의학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당시 기부식에서 윤 원장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술의 힘을 잘 알기에 수익만 바라보지 않고 항상 사람을 향해온 의료원의 철학을 지지해왔다. 나의 정성이 한 차원 높은 의학 교육과 연구가 실현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눔의 가치’라는 윤 원장의 고귀한 뜻을 후학들이 기릴 수 있도록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의과대학 본관 418호 강의실을 ‘윤주홍 강의실’로 명명했다.



    메디컴플렉스 신관 1호 진료 주인공

    윤 원장은 최근 뜻깊은 경험을 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10여 년간 준비를 거쳐 7월 10일 진료를 시작한 메디컴플렉스 신관 건강검진센터에서 ‘1호 환자’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것이다. 한 차원 높은 의학과 연구를 수행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전한 그의 기부금은 메디컴플렉스 신관이 완공되는 데 큰 힘이 됐다. 전날 입원해 1박 2일간 병원에 머물며 검진을 받은 윤 원장은 “눈부신 발전을 이룬 병원 모습을 보니 매우 놀랍고 자부심이 느껴진다”면서 “훌륭한 의료진과 최상의 진료 시스템을 갖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우수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한 걸음 더 도약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래 의료기관의 패러다임 제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진료 개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국내 최고 연구 중심 병원으로 역량을 인정받는 곳이다. 최근 메디컴플렉스 신관을 완공하고 7월 10일 진료를 시작했다. 병원 규모는 2배 이상 커졌으나 병상 수를 늘리지 않고 환자의 진료와 입원 공간을 확대하는 등 진료 환경을 개선했다. 외래 진료 공간과 스마트 병동은 사물인터넷(IoT) 및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는 첨단진료를 실현했으며, 건강검진센터와 VIP 병동이 새로 마련됐다. 1층에 자리한 응급의학센터는 공간을 확대하고 구역을 재배치해 더 많은 환자가 빠르고 정확한 진료와 처치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이번 신관 완공에 이어 앞으로 수술실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갖추는 것은 물론, 본관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의 상향평준화를 이룰 계획이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 실천한 하나님의 교회 60년, 세계가 활짝 웃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에 담긴 묵직한 가족 사랑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