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낙원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제공]
자동차 역사와 트렌드를 한눈에
굿우드 페스티벌은 여느 모터쇼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제조사의 제품을 알리는 것이 모터쇼 취지라면 굿우드 페스티벌은 순전히 재미에서 시작됐다. 1993년의 일이다. 굿우드 가문의 정원에는 ‘굿우드 서킷’이 있는데, 이 서킷은 과거에는 운영됐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1966년 이후에는 레이싱 대회를 열지 못했다. 하지만 굿우드 서킷을 달리고 싶었던 굿우드 공작이 기발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자동차 축제를 굿우드 하우스 뒷마당에서 여는 것이었다.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삼삼오오 모인 희귀차 주인들이 자신이 소유한 역사적인 차량을 서킷에서 모는 행사였다. 단순히 서킷을 주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차를 자랑하는 이 놀이는 오래되고 특별한 차량을 소유한 영국과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차량을 전시하게 되면서 굿우드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축제로 성장했다. 현재는 클래식카부터 레이싱카, 특별 제작된 차, 오토바이, 최신 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탈것이 축제 기간 중 굿우드 서킷을 달린다.하지만 이건 레이싱 대회가 아니다. 차량도 1대씩만 서킷을 주행하기 때문에 30년간 수많은 차량이 참가했음에도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워낙 연식이 오래된 차량들이다 보니 주행 중 일시적인 고장은 물론, 출발선 앞에서 멈춘다거나 경미한 충돌이 발생하는 작은 사고들은 있었다.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는 맥라렌, 랜드로버,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들을 감상할 수 있다.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제공]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서킷이다. 잔디에 전시된 차량보다 아스팔트에서 배기음을 내뿜는 ‘살아 있는’ 자동차에 시선이 더 가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이 독특한 차량들이 서킷 주행 기록을 세우는 장면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힐 클라임 코스에서 속도를 최대한 높여 기록을 세우려는 시도가 치열하게 펼쳐지는데,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면 함성이 쏟아진다. 그러나 축제의 진짜 목적은 기록 경신이 아닌 참가라는 것을 기억하자. 실제로 유명 F1 드라이버나 자동차 디자이너가 굿우드 페스티벌에 참가해 팬들을 만나고 자동차의 숨은 이야기를 전하며 축제를 즐긴다.
아이오닉 5 스포츠 버전 선보일 예정
굿우드 페스티벌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여느 축제처럼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축제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클래식카의 장에 전기차가 웬 말인가 싶겠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클래식카의 축제인 굿우드 페스티벌에까지 영향을 끼쳤다.올해 굿우드 페스티벌에서도 20여 대의 새로운 차량이 데뷔 무대를 갖는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맥라렌은 신형 모델 750S를, 수제 로드스터 브랜드 케이터햄은 프로젝트 V를, 벤틀리는 스피드 식스 컨티뉴에이션을, 현대자동차는 다재다능한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5에 N 마크를 단 아이오닉 5 N을 선보인다. 아이오닉 5 N은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강조한 아이오닉 5의 스포츠카 버전으로, 기존 고성능 전기차와 달리 스포츠카의 변속 충격이나 팝콘 터지는 듯한 배기음을 재현해 내연기관 감성을 정교하게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 스포츠카 감성을 가진 펀카인 셈이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선 신선한 시도다. 거기다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 형상을 한 스포츠카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아이오닉 5 N이 굿우드 서킷에서 사람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