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대시는 한국 배달의민족처럼 음식배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대셔(Dasher)’가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 집으로 가져다준다. [사진 제공 · 도어대시]
지난해 인기 투자처로 자주 거론되던 ‘미국판 배달의민족’ 도어대시(DoorDash) 앞날은 어떻게 될까. 2020년 12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한 도어대시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85% 폭등한 175달러로 마감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11월 최고가 242.72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31.53달러로 최고가 대비 46%나 떨어졌다(현지시간 1월 13일 기준).
‘약체’ 도어대시 주가에 대한 미국 월스트리트 견해는 크게 갈린다. 이 회사가 여전히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음식배달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현 주가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맞서 음식배달 플랫폼 중 펀더멘털(거시경제 지표)이 가장 탄탄한 도어대시가 향후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는 도어대시 목표 주가를 256달러로 잡으면서 “올해 도어대시는 온라인 배달업체 중 수익을 내는 유일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레피스 팀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수요 급증에도 도어대시 수익성이 우려된다”며 도어대시 적정 주가를 130달러로 평가했다.
우버이츠 제치고 ‘진성 고객’ 확보 우위
도어대시는 한국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처럼 음식배달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대셔(Dasher)’라 부르는 독립계약 노동자가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 집으로 가져다준다. 지난해 11월 기준 시장점유율 57%로, 시장점유율 24%인 2위 우버이츠(Uber Eats)를 2배 이상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토니 쉬 도어대시 최고경영자. [사진 제공 · 도어대시]
쉬는 도어대시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관학교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초기 자금 12만 달러(약 1억4288만 원)를 지원받았고, 이듬해 20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이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세콰이어캐피털,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 굵직한 투자자들이 도어대시에 투자하면서 유명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오늘날의 도어대시를 만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미국 내 식당 영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음식 배달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도어대시는 이 변화에서 확실한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8억5000만 달러(약 1조120억 원)였던 매출이 2020년 29억 달러(약 3조4500억 원)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식당 영업이 재개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도어대시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2억8000만 달러(약 1조5238억 원)로 시장 추정치보다 1억 달러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식당과 카페 문이 다시 열린 이후에도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키는 것이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지난해 11월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한 번 이상 음식배달을 주문한 적 있다’고 응답한 미국인이 50%에 달한다.
2020년 3월 40%였던 도어대시 시장점유율은 현재 57%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2위 우버이츠 시장점유율은 다소 하락했다. 한때 1위였던 그럽허브(Grubhub)는 15%로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또한 도어대시의 강점을 꼽자면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우선 도어대시는 월 9.9달러를 내면 배달비가 무료인 구독서비스 대시패스(DashPass) 가입자 900만 명을 확보했다. 이들은 일반 고객보다 주문을 더 자주, 많이 하는 진성 고객이다. 또 지난해 3분기 고객당 평균 주문금액이 302달러(약 36만 원)로, 2019년 3분기 대비 112%나 증가했다. 우버이츠의 229달러와 비교해도 한참 높은 수준이다. 한편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소비자도 배달 앱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인데, 그나마 도어대시가 가장 많은 독점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데이터 분석기업 블룸버그 세컨드 메저에 따르면 도어대시 고객의 61%가 독점적으로 도어대시만 사용하고 있다(지난해 3분기 기준). 우버이츠(46%), 포스트메이츠(34%)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여타 배달 앱 고객의 40%가 도어대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매출 증대에도 여전히 적자
하지만 문제는 음식배달이 마진이 매우 낮은 사업이라는 데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팬데믹 기간 주문당 평균 36달러를 받아 대셔 인건비, 광고·마케팅비,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90센트를 남겼다. 수익률이 고객 구매금액의 2.5%에 불과한 셈이다.이처럼 박한 수익 구조 탓에 도어대시는 빠른 매출 증대에도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3억1300만 달러(약 372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이다. 2020년 2분기 2300만 달러(약 274억 원) 수익을 낸 게 유일한 흑자 경험이다.
도어대시는 최근 대시마트(DashMart)라는 이름으로 초고속 식료품 배달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진 제공 · 도어대시]
하지만 경쟁사들도 식료품, 주류, 편의점 물품 등 식당 음식보다 관리가 쉽고 마진도 높은 제품군으로 배달 대상을 확장하는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편 초고속 식료품 배달의 경우 수요가 있는지, 마진은 충분한지 등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어만 넘쳐나는 형국이다. 뉴욕만 해도 고릴라, 게티르, JOKR, 프리지노모어 등 다양한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도어대시가 경쟁 파고를 넘고 수익관리를 명민하게 실천해 기술주 수난 시대를 돌파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