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주 사냥꾼’으로 불리는 배진한(51) 씨는 20년 동안 저가주에 꾸준히 투자해 수백억 원대 금융자산을 일군 슈퍼개미다. 그의 첫 주식투자는 1998년 500만 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10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LG정보통신. 이후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해 저가주와 소외주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KTF, 새롬기술(현 솔본), 한길무역, 국일제지, 대륙제관, HMM이 대표적이다. 배 씨는 이러한 종목들에 투자해 10배 이상 수익을 올리며 종잣돈 500만 원을 20여 년 만에 수백억 원대로 불렸다. 설날을 일주일 앞둔 1월 18일 배 씨를 만나 그가 점찍은 미래 텐배거(ten bagger: 10배 수익률을 낸 주식 종목)는 무엇인지 들었다.
저가주에 투자해 500만 원을 수백억대로 불린 슈퍼개미 배진한 씨. [조영철 기자]
기업 호재를 포착하라
첫 투자 종목은 무엇이었나.“LG정보통신이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주식이 폭락해 자살했다거나 나라가 망할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설마 나라가 망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500만 원을 LG정보통신 매수에 썼다. 그게 첫 주식투자였다.”
LG정보통신을 매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봤다.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삐삐’(무선 호출기)를 사용했는데 간혹 부자는 벽돌만 한 휴대전화를 들고 다녔다. 앞으로 휴대전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전화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LG정보통신을 매수하고 6개월 만에 텐배거가 됐다.”
이후 텐배거 된 종목으로 또 뭐가 있나.
“장외주식 KTF(옛 KT의 이동통신 자회사로 공식 사명은 케이티프리텔)를 1만 원대에 500만 원어치 매수했는데, 1년 뒤 상장돼 주당 30만 원까지 올랐다. 나는 10만 원대에 매도했다. 이 돈이 시드머니가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
현재 주식 자산 규모는?
“(웃음) 공시된 것만 200억~300억 원대다.”
지금까지 수익이 가장 좋았던 종목은?
“국일제지로 100배가량 올랐다.”
종목 보는 눈이 남다르다. 종목 선정 시 고려하는 점은?
“종목을 선정할 때 최대주주의 경영 의지, 주가 상승 재료, 재무적 안정성, 시장을 이길 정도의 멘털, 차트 등 다섯 가지를 따져본다. 대주주의 경영 의지는 대주주가 회사 성장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이고 주주 친화적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건희,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처럼 말이다. 주가 상승 재료는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호재를 뜻한다. 호재는 종목 선정 시 가장 중요하다. 실적과 재무적 안정성을 따져보는 것도 기본이다. 심리 싸움도 중요하다. 주식은 저점에서 사야 하는데, 대부분 오를 때 사고 떨어질 때 판다. 이런 사람은 투자를 안 하는 편이 낫다.”
캔들에 상승 전환 신호 있다
차트에서는 무엇을 보나.“차트는 사람으로 따지면 건강 상태와 같다. 차트가 건강한 기업을 찾아야 한다. 거래가 터지면서 이동평균선(이평선)이 정배열되고 캔들 모양도 좋을 때를 포착해 투자해야 승률이 높다.”
주가 상승 신호인 캔들 모양은 어떤가.
“장대 양봉(시가보다 종가가 높게 끝나는 캔들)이 나타나면 긍정적 신호다. 거래가 눌려 있다 갑자기 터졌다는 뜻으로, 숨겨진 호재가 있다는 것이다.”
캔들 모양으로 저점을 알 수 있나.
“십자형 캔들이 나타나면 저점일 개연성이 크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다 십자형 캔들이 나오면 매수-매도 힘의 균등이 생긴다. 이후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가가 다시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후 양봉이 나타나면 상승 전환 신호다.”
“주가가 하락 추세에서 전날 음봉(시가보다 종가가 낮은 캔들)을 감싸는 장대 양봉이 나타나면 상승 전환 신호다. 이런 캔들 모양을 ‘상승장악형’이라 부른다(그림1 참조). 이때 거래량이 터질수록 좋다. 또 다른 상승 전환 캔들은 ‘상승잉태확인형’이다(그림2 참조). 이 캔들은 3~5일 이상 하락하는 차트에서 장대 음봉이 발생한 후 그다음 날 짧은 양봉이나 음봉이 나오고, 셋째 날에는 첫째 날 시가와 둘째 날 종가를 초과하는 양봉이 나타난다. 상승잉태확인형 캔들은 확실한 반전 신호다.”
이평선은 어떤 모양일 때 매수하나.
“이평선이 위에서부터 120일선, 60일선, 20일선, 10일선, 5일선으로 배치되고 그 아래에 캔들이 만들어지면 위가 막힌 것이다. 물려 있는 세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캔들이 이평선을 차례로 뚫고 올라가야 하는데, 주가가 조금 상승하면 물려 있는 사람들의 매도 심리가 작동해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이평선이 역배열되고 캔들이 상승 전환 신호를 보낼 때 저점에서 매수한다. 반면 위에서부터 5일선, 10일선, 20일선, 60일선, 120일선으로 정배열 되고 맨 위에 캔들이 형성됐을 때 투자하면 안정적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겠지만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차트에서 또 확인해야 할 것은?
“거래량이다. 주가 하락 추세에서 거래량이 평소보다 100% 이상 급증하면 세력이나 회사 내부 관계자가 물량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량 급증도 호재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주가가 올랐을 때 거래량이 터지는 것은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 주로 음봉이 나오면서 거래량이 많아지면 거의 확실한 하락 신호다.”
이외에 보조지표도 있나.
“스토캐스틱, 심리도, 이격도 등 세 가지 보조지표를 주로 활용한다.”
스토캐스틱은 어떻게 활용하나.
“나는 스토캐스틱을 14일, 5일 3일로 설정하고 기준선을 80 이상 20 이하로 정한다. 스토캐스틱이 80 이상으로 넘어가면 과열권으로 판단해 매도하고, 20 이하로 떨어지면 침체권으로 보고 매수한다.”
“심리도는 10거래일 동안 며칠 상승했나를 따져 과열인지, 침체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심리도가 75 이상이면 과열 구간, 25 이하면 침제 구간으로 본다. 과열 구간에 들어갈 때 매도하고 침체 구간에서는 매수한다.”
이격도 활용법은?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가를 강아지와 비교했다. 강아지와 산책하다 보면 거리가 벌어지더라도 집에 갈 때쯤 다시 거리가 좁아지는 것처럼, 주가 역시 급등락해도 결국 이평선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런 주가 특성을 나타내는 이격도는 주식이 이평선이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를 나타낸다. 이평선을 20일선으로 설정했을 때 105 이상이면 과열 구간으로 봐 매도하고, 95 이하면 침체 구간으로 봐 매수하는 것이다.”
“보조지표 2~3개를 동시에 확인해야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나는 스토캐스틱, 심리도, 이격도를 함께 확인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다.”
리오프닝 종목 턴어라운드 가능
저가주 사냥꾼으로 불린다. 저가주 판단 기준은?“우선 기업 자산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예전에는 555전법을 썼다. PBR(Price on Book-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 0.5 이하,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5 이하, 배당 5%대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기준이 예전에는 잘 맞았는데 최근 같은 메타버스, 2차전지 등 성장주장에서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중소형주는 여전히 555전법에 잘 맞는다.”
올해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저가항공, 카지노, 면세점, 여행사, 영화관 같은 리오프닝 관련주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매출이 3분의 1 정도 회복됐는데, 특히 인당 매출액이 급증했다고 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경구치료제로 치료가 가능해지면 여행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텐배거 종목을 잘 고르기로 유명한데 노하우는?
“앞서 말한 턴어라운드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종목은 거의 망하다 살아났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이 받쳐주면 주가가 10배 정도는 쉽게 오른다. 대표적 기업이 지난해 핫했던 HMM이다. 나도 HMM에 투자해 수익률 1500%로 익절했다. HMM은 구조조정으로 망하기 직전이었지만 국적선사라 정부가 어찌됐든 살릴 것으로 예상했다. 2만4000TEU(길이 20ft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급 컨테이너선도 12대나 발주한 상태라 ‘이익이 턴어라운드하면 대박 나겠다’고 생각해 투자했다.”
HMM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상승하지 않았나.
“코로나19가 발생한 그 분기에 바로 이익이 턴어라운드됐다. 이익이 턴어라운드된 시점에 악재가 계속 나왔는데, 주가가 안 밀렸다. 악재에도 주가가 안 밀리면 바닥이다. 그 후 이익이 극대화되면서 2500원이던 주가가 5만 원까지 올랐다. 바닥 대비 20배 상승한 것이다.”
신사업 진출 기업 노려라
슈퍼개미 배진한 씨는 미래 메가트렌드로 양자컴퓨터, 우주항공 등을 꼽았다. [GETTYIMAGES]
“역발상 투자를 해야 한다. 내가 투자한 기업 중 부탄가스를 제조하는 대륙제관이 있다. 다들 대륙제관이 화재가 나서 망한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화재보험에 들어 있어 망할 것 같지 않아 투자했다. 오히려 화재를 계기로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를 개발해 대박이 났다. 신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도 텐배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코로나19 사태 같은 대위기를 노리고 혁명을 이끄는 메가트렌드 종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무엇보다 주가가 조금 올랐다고 매도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특별한 노하우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맞다. 별거 없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대부분 주식으로 수익을 내지 못할까.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텐배거를 한 번 경험해봐야 한다. 1주든, 10주든 텐배거가 가능한 종목을 매수해 수익률 10배를 경험하고, 텐배거 기업들의 특징을 파악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메가트렌드를 이끌 종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전기차, 2차전지, 메타버스는 이미 메가트렌드다. 미래에는 양자컴퓨터, 우주항공, 로봇, 줄기세포, 이종장기 섹터가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에서 사람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등 이종장기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로봇 관련주가 많이 올랐지만 일상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다.”
로봇 관련주는 이미 많이 올랐는데.
“아직 상승할 가능성이 많은데,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사실 국내 로봇 관련 기업은 거의 하드웨어를 만드는데 로봇은 뇌, 즉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다. 이 분야는 한국이 약하다. 그나마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기술 몇 개를 가져왔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다. 이런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양자컴퓨터 종목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급증했다.
“양자컴퓨터가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지난해 10월 10달러에 상장된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 주가는 서학개미들의 투자로 35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국내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은 미국에 비해 뒤처져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올해 코스피 전망은?
“쉬운 시기는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뿐 아니라, 이번 주 청약을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10개 이상 예정된 대어급 IPO(기업공개)도 부정적 요인이다. 하반기에는 시스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해지면 자동차, 가전, 휴대전화 실적이 좋아지면서 장세가 개선될 것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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