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나 기차를 놓칠까 봐 걱정하는 것을 포모증후군이라고 한다. 포모(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말로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의미한다. 몇억 원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보고 영끌해 집을 매수한 사람이나, 주식시장의 무서운 상승세에서 수익을 냈다는 지인들을 보고 빚투나 몰빵을 한 사람 역시 포모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
포모증후군 대표 사례, 동학개미
포모가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행기나 기차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출발 1~2시간 전 공항이나 기차역에 도착하게 한다. 포모의 위험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결정이 고민 끝에 내린 현명한 판단이라고 여기게 하는 데 있다. 이런 포모증후군은 투자자에게 가장 무서운 적 중 하나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투자를 시작하게 하고, 투기적 자산에 거액을 베팅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투자시장에서 포모증후군이 나타난 최근 사례가 바로 동학개미일 것이다.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알 수 있듯이, ‘동학개미’라는 말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폭락장에서 코스피 우량주를 둘러싸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 매수세로 받아낸 상황에서 나타난 신조어다(그래프 참조). 증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동학개미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증시 체질을 바꾼 원동력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기관과 외국인에게 당하기만 한다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졌다.
문제는 동학개미운동이 우량주 저가 매수로만 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3월엔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매수했으나 이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새로 주식투자에 참여한 동학개미들은 주가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2배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원유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 테마주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레버리지를 일으켜가며 위험한 투자를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7조3000억 원으로, 증시 전체에서 하루 거래되는 자금인 22조 7000억 원의 76.2%를 차지했다. 2019년 대비 288%나 늘어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투자행태와 투자성과’ 보고서는 4개 대형 증권사가 제공한 개인투자자 20만4004명의 주식거래 내역 자료를 세세하게 분석해놓았다. 이 보고서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신규 개인투자자의 특징과 성과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년간 87조 원(코스피 69조 원, 코스닥 18조 원)을 순매수했고, 같은 기간 주식시장 활동계좌 수는 2991만 개에서 3834만 개로 843만 개 증가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신규 투자자금과 신규 투자자가 유입된 것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거래도 크게 늘어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월간 거래대금은 평균 404조 원으로, 2017~2019년 평균 130조 원에 비해 3.1배 증가한 수준이다.
신규 투자자의 60% 손실 기록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투자자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중소형주 및 특정 섹터 비중이 크고 평균 보유 종목 수가 적어 개인투자자는 높은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개인투자자는 거래회전율, 일중거래 비중, 종목 교체율이 매우 높은 투기적 투자 행태를 보인다. 이러한 행태는 신규 투자자, 젊은 투자자, 남성, 소액투자자에게서 현저히 높게 나타난다. 셋째,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과는 거래비용을 고려할 경우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며, 신규 투자자의 60%는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조사 기간 누적수익률을 보면 기존 투자자는 15% 수익을 거둔 반면, 신규 투자자는 1.2% 손실을 봤다. 매매 수수료나 세금 같은 비용을 차감하기 전 성과는 신규 투자자도 5.9% 수익이 났다. 하지만 잦은 매매에 따른 비용이 7.1%나 발생해 최종 성과가 손실로 귀결된 것이다. 투자금 1000만 원 이하의 경우 비용 차감 후 누적수익률은 -13.3%로 소액투자자 성과가 특히 나빴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20~60대 가운데 20대 성과가 가장 낮았다. 성별로 구분해서 보면 남성 투자자의 성과가 여성보다 좋지 않았다. 같은 기간 지수를 그냥 보유만 한 경우와 비교하면 기존 투자자 성과는 -1.4%, 신규 투자자는 -17.6%였다. 지수 성과를 훨씬 하회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포모증후군이 투자자의 적인 이유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조건 투자부터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에서 ‘제대로 된 준비’란 무엇일까. 위의 보고서와 기존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투자를 준비하면서 염두에 둬야 할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투자자가 개별 주식 매매로 지수를 이기기는 어렵다. 다양한 채널에서 주식투자로 대박 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성공은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사업으로 대박 나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 특히 소수 종목에 투자금이 몰리면 더 큰 위험을 안게 된다.
둘째, 잦은 매매는 투자 성과를 갉아먹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손실로 이끈다. 전체 주식시장 일별 거래회전율이 1.4%인데, 개인투자자는 6.8%로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대 이하 거래회전율은 16.9%나 되며, 1000만 원 이하 소액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29.7%에 이른다. 각각 보유 기간이 5.9일, 3.4일인데 문제는 비용이다. 소액투자자의 일별 거래회전율 29.7%의 연간 거래회전율은 6534%가 된다. 회전율 100%란 투자금액을 한 차례 전부 매수했다 전부 매도했다는 뜻이다. 주식을 매도할 때는 0.23% 세금이 발생한다. 또한 매수 및 매도 시 각각 매매 수수료(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준 약 0.015%)를 내야 한다. 즉 회전율 100%에 비용 0.26%가 발생하는 것이다. 회전율이 6534%라면 비용은 16.99%가 된다. 매매 시 생기는 매매 호가 차이 등을 계산하지 않아도 거래회전율만으로 투자금의 17%가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반복적 ‘사고팔고’의 함정
셋째, 잘못된 레버리지는 투자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주식담보대출은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인데, 금리가 7~9% 수준으로 높다. 또한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로스컷으로 불리는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삼았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버리는 것이다.세계적 부호이자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한 명은 워런 버핏일 것이다. 버핏의 성과를 살펴보면 지난 34년간(1988년 1월~2021년 12월) 연평균 수익률이 15.8%이다. 버핏 정도 실력을 갖고 있더라도 거래회전율이 6500%를 넘으면 비용만 연 17%가 발생했을 테고, 최종 성과는 마이너스였을 것이다. 버핏의 최근 20년간 성과는 연 9.3%로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500의 9.5%보다 낮았다. 최근 10년은 연 14.6%로 S&P500의 연 16.5%보다 2%p가량 낮은 성과를 보였다. 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 역시 지수를 장기간 이기기 어렵다는 자료는 매우 많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최소한의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포모증후군에 휩싸여 아껴 모은 귀한 돈을 시장에 수업료로 내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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