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개봉한 미국 SF영화 ‘매트릭스’ 포스터(왼쪽)와 영화에 나온 휴대전화 ‘노키아’.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매트릭스’ 화면캡처]
세계 1위이자 우량주이던 노키아
노키아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브랜드지만, 당시에는 세계 최고 휴대전화였다. 핀란드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기업 노키아는 1992년 첫 번째 GSM 휴대전화를 출시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다. 1999년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된다. 2007년에는 핀란드 헬싱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시총) 3분의 1을 차지했다. 2009~2011년에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30%에 달했다.여기까지 이야기에 노키아 대신 삼성전자나 애플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다. 3월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로 1위고, 그다음이 애플(17%)이다. 8월 기준 전 세계 시총 1위는 애플이며, 삼성전자는 14위 정도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20% 수준에 달한다.
많은 사람이 애플과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두 회사의 성장 및 지속가능성에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해외주식 직접투자 대상으로 늘 순위권에 오른다.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사랑 역시 꾸준해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떨까. 지금 1등이 미래에도 1등일까. 20~30년 후에도 이 회사들이 시장에 남아 있을까. 이런 회사에 대한 투자가 내 수익률을 높여줄까.
앞서 본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30%로,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훨씬 높았다. 13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한 노키아는 결국 모바일사업을 접었다. 그래서 요즘 세대는 노키아라는 휴대전화를 본 기억이 없는 것이다.
세계 1위라고 해서, 시총이 높다고 해서, 우량주(?)라고 해서 투자하기에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있는지 잘 고민해봐야 한다. 막연한 장기투자 역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세계 1위이자 우량주였던 노키아에 장기투자를 했다면 어땠을까.
노키아 말고도 세계 1위였던 기업이 몰락하거나 처참한 수익을 안겨준 사례는 매우 많다. 2007년 글로벌 시총 1위는 석유회사 엑슨모빌이었다. 만약 당시 엑슨모빌에 투자해 올해 3월까지 들고 있었다면 연 1.3% 수익률을 보였을 것이다. 이 수익률은 해당 기간 예금이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07년 글로벌 시총 상위 10개 기업은 엑슨모빌, GE(제너럴 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셸, AT&T, 씨티그룹, 가스프롬, BP, 도요타, BOA(뱅크오브아메리카)였다. 이 가운데 이름을 아는 기업이 있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누구나 알 것이다. 컴퓨터 운용체제(OS) 윈도를 만드는 회사라 그렇기도 하지만, 올해 글로벌 시총 상위에 여전히 랭크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왼쪽)와 애플. [뉴시스]
예상을 벗어나는 시장 변동성
2021년 글로벌 시총 10개 기업은 아람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버크셔해서웨이, 존슨앤드존슨이다. 이 가운데 아는 기업이 몇 개나 되나. 아마 절반 이상은 들어봤을 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이기에 페이스북이나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사용해봤을 테고, 알리바바를 이용해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존슨앤드존슨 역시 로션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익숙하고 잘나가는 이 기업들에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10년 후, 20년 후는 어떨까.필자 역시 이 기업들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다만 과거 금융투자 시장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있다. 특정 종목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점, 장기투자가 무조건 답은 아니라는 점, (지금 우량해 보이는) 우량주 투자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확률적으로 유리한 투자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특정 기업보다 주식시장을 가져가는 것이 덜 위험하다.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다. 집중투자보다 분산투자가 손실 가능성을 낮춘다. 이러한 투자법이 평범한 개인투자자에겐 더 높은 확률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투자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자주 비유된다. 어떤 투자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자가 겪는 경험도 달라진다. 작고 날렵한 쾌속선을 타면 빨리 도착할 것 같지만, 투자시장의 거친 파도에 배가 뒤집힐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은 늘 예상을 벗어나고, 주가는 내 마음 같지 않다. 자산배분은 이런 변덕스러운 시장에서 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고 긴 투자 기간을 함께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투자법이다. 가치투자, 부동산투자 등 다양한 투자 대상과 투자법이 있다. 자기 자신에게 잘 맞는 투자법이 어떤 것인지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성일은…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책은행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원이 아닌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한 끝에 자산배분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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