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2020년 드디어 과학적인 공식이 등장했다. 생후 1개월에서 16세에 이르는 개 104마리와 1~103세 인간 320명의 혈액 샘플을 비교 분석해 개와 인간 모두에게서 동일하게 보존된 특정 DNA 영역 변화를 추적한 것이다. DNA 노화 정도가 비슷한 개와 인간의 나이를 서로 연결한 결과 도출된 공식은 다음과 같다.
DNA가 밝혀낸 반려동물 노화 속도
“사람 나이 = 16 × ln(개의 나이) + 31”생소한 자연로그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암산은 어렵지만, 공식을 그래프(인포그래픽 참조)로 나타내면 어릴 때 빠르게 성견으로 성장한 뒤 시간이 갈수록 노화 속도가 완만해지는 곡선이 그려진다.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반려동물의 노화 패턴과도 일치하는 공식이다.
다만 이 공식에도 명확한 한계가 있다.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변수를 배제하기 위해 연구 대상을 래브라도리트리버 단일 품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식은 대형견, 그중에서도 래브라도리트리버에게만 유효하다. 개는 체구와 품종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지는데, 독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 1㎏ 늘어날 때마다 기대수명은 약 26일씩 줄어든다. 즉 체중이 14㎏가 늘면 수명이 1년 단축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학자들이 반려동물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하는 데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연령대에 따른 신체 변화를 이해하고, 예상되는 질환을 미리 파악하며, 예후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개는 사람과 거의 모든 환경적 요소를 공유한다. 음식, 화학물질, 의학적 처치 등을 유사하게 경험하면서도 그 모든 과정을 20년 안에 압축해 겪는다. 이 때문에 개는 인간 노화 연구의 동물 모델이자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의 임상 연구 대상으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리트리버가 아닌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노령이 시작되는 시점은 체구별로 어느 정도 정리돼 있다. 고양이는 체중과 무관하게 10세 이상부터, 그리고 10㎏ 이하 소형견은 8~11세, 10~20㎏ 중형견은 8~10세, 20~40㎏ 대형견은 8~9세, 40㎏ 초과 초대형견은 6~7세부터 노령으로 분류한다. 사람으로 치면 65세에 해당하는 노령이 반려동물에게는 빠르면 6년, 늦어도 11년 만에 찾아오는 것이다. 누군가의 친구, 동생 혹은 자식과 다름없는 존재의 노화가 이리도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 참 서글프다.
질병을 노화로 착각하지 말아야
반려동물은 자신의 고통을 논리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증상을 숨기려 한다. 그래서 병을 키우다가 더는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어려 보이고 식욕과 활력이 넘쳐도 노령 기준에 접어든 반려동물이라면 겉모습에 속지 말고 내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혹은 노령에 찾아오는 특정 변화가 단순히 노화가 아닌, 관리해야 하는 질병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사람의 경우 나이와 성별, 특정 암에 대한 위험도에 따라 어느 시점에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설계된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반려동물 또한 미국동물병원협회(AAHA)가 발표한 연령대별 검진 항목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품종이나 체중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질병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품종과 체중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반려동물이 노령에 접어들기 전부터 정기검진을 습관화하고 수의사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다. 언젠가 품종별, 체중별로 최적화된 건강관리 지침이 마련되길 바라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건강 지표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