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은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아티스트 피부색에 따라 위계가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GETTYIMAGES
과거에도 이런 얘기가 산발적으로 떠돌기는 했다. 그러나 요즘 동남아시아권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전과 조금 다르다. 앞선 주장들을 근거로 한국 출신 아이돌을 비하하고, K팝 산업을 비판하며, 나아가 일반 한국인까지 공격하는 행태를 보인다. 현지 한국인 유학생에게 대뜸 성형 여부를 묻거나, 평범한 한국 여성의 사진을 올려놓고 집단적으로 조롱하는 일이 벌어진다. 국내 팬들은 “오해를 바로잡으려 해도 인종주의적 모욕과 조롱이 돌아올 뿐”이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동남아 팬들의 오랜 좌절감 표출
정당화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해외 팬’들이 잘못 아는 것들도 있다. 과거 한국에서 흰 피부를 선호한 이유는 그것이 유산계급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백인이 되기를 원해서가 아니었다. 또 서울 강남에 성형외과 광고가 숨 막히게 많다고 해서 한국인이 다 성형수술을 받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이런 몇 가지를 제외하고, 그들이 똑똑히 알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조차 아이돌의 어두운 피부색을 놀림거리로 삼았다는 것, K팝이 다양성의 기치를 내걸지만 아티스트의 절대다수가 동북아시아 출신이라는 것, 타지역 출신이라 해도 외모가 동북아시아 느낌을 풍길 때 압도적으로 선호된다는 것, 비한국인 아티스트의 출신이나 인종 분포엔 아주 뚜렷한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 등이다.
어느 태국 출신 아이돌은 오디션프로그램 첫 출연 때부터 압도적인 기량으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왜인지 연거푸 데뷔에 실패했고 소속사를 몇 번 옮기며 8년을 보낸 뒤에야 비로소 데뷔했다. 베트남 출신으로 국내외 K팝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던 톱 아이돌이 소속사와 분쟁을 겪자 ‘누군가가’ 그를 이민국에 신고해버린 일도 있다. 이런 사건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하물며 일부 한국인이 동남아에서 매매혼과 성매매 관광을 일삼는 것, 또 국내에서 일하는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나타나는 현상은 K팝 세계 진출의 교두보 구실을 한 동남아 팬들이 정말 오랫동안 참고 참아온 좌절감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그들이 지나치게 행동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지금의 격앙된 반응은 결국 K팝과 한국 사회의 업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K팝이 인종주의를 씻어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일은 실리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제발 더는 미루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