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7

..

세계적 카라얀아카데미 목관 예선 오디션 서울 유치한 플루티스트 백수현

“음악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해… 베를린필하모닉과 신뢰 쌓은 덕분”

  • reporterImage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4-02-16 09: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최근 세계적 명문 악단인 베를린필하모닉 카라얀아카데미의 목관악기 예선 오디션이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려 화제가 됐다. 독일이 아닌 해외에서 열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카라얀아카데미는 베를린필하모닉 산하기관으로, 1972년 당시 베를린필하모닉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주도로 최고 기량의 젊은 음악인들을 양성하고자 설립됐다. 세계적인 관현악 연주자를 양성하는 꿈의 전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의 3분의 1이 이곳 출신이다. 카라얀아카데미 오디션 유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플루트 솔리스트이자 사단법인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을 이끄는 백수현 이사장 겸 총감독이 이뤄냈다. 백 이사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 줄리아드음대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베 플루트 컨벤션 국제콩쿠르’ 3위에 입상했고, 2개의 독주 음반을 출시했으며, 제임스 골웨이·패트릭 갈루아 등 세계적 대가들과 협연했다. 201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올해의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다.

    2016년부터 매년 곤지암국제음악제를 열어 한국 관악 음악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온 그가 올해는 베를린필하모닉 카라얀아카데미와 함께 ‘2024 곤지암 우드윈드 페스티벌’을 열고 카라얀아카데미 목관 예선 오디션을 개최했다. 페스티벌은 1월 30일 베를린필 목관악기 수석 및 연주자 5인으로 구성된 앙상블의 ‘Heart of Berlin’ 오프닝 공연을 시작으로 마스터클래스, 카라얀아카데미 오디션을 치르고 2월 5일 막을 내렸다. 2월 14일 백 이사장을 만나 카라얀아카데미 오디션 유치의 의미와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의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백수현 사단법인 곤지암뮤직페스티벌 이사장. [조영철 기자]

    백수현 사단법인 곤지암뮤직페스티벌 이사장. [조영철 기자]

    2016년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을 설립하고 세계 음악계 중심에 한국의 관악을 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을 설립한 계기는.

    “문화예술 후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술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고, 이는 예술가의 사명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에서 인생 방향이 재설정된 2016년부터 실행에 옮기게 됐다. 음악 전공자는 보통 자신의 음악세계에만 집중해 살아간다. 나 또한 플루트 솔리스트로 치열하게 살면서 어느 시기에 번아웃이 왔고, 당시 가족 권유로 일본 나오시마섬으로 여행을 갔다. 섬 전체가 구사마 야요이, 이우환 등의 웅장한 작품들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품은 미술관이었다. 방치됐던 쓰레기섬이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해 예술이라는 언어로 영혼의 휴식과 영감을 선사하는 모습을 보니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이 일궈놓은 곤지암밸리를 보고 ‘이곳이 나의 운명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전공인 목관악기를 테마로 페스티벌을 구상하게 됐다. 곤지암밸리는 부모님이 20년 전 ‘힐링과 문화를 세우자’는 뜻으로 경기 광주시 도척면 3만 평 부지에 조성한 공간이다. 곤지암 산에 바람이 불 때 나는 나무 소리가 말 그대로 ‘Woodwind(목관)’ 자체처럼 느껴졌다. 목관악기는 여느 악기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적었기에 목관의 훌륭한 음색을 알리고 한국 음악계 수준을 더욱 탄탄히 다지고자 이곳에서 ‘곤지암국제음악제’를 시작하게 됐다.”

    올해 곤지암국제음악제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약을 맺고, 카라얀아카데미 목관악기 예선 오디션을 해외에서는 최초로 서울에서 열어 화제를 모았다.

    “클래식 음악계를 아는 사람은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한다. 지난 9년간 곤지암국제음악제를 꾸준히 개최해 베를린필하모닉 연주자들과 신뢰를 쌓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초 베를린을 방문해 수석들과 페스티벌을 논의하던 중 카라얀아카데미 회장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사석에서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거창한 비전을 어필하며 시작됐는데, 우선 예선 통과자 3명 선발이 가능한 목관악기 예선 오디션을 개최하게 됐다. 앞으로 매년 열 계획이며. 오디션 규모가 커진다면 예선 통과자 수 역시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 음악학도의 국제무대 발돋움 기회 제공

    카라얀아카데미 오디션 개최가 한국 음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카라얀아카데미 교육 과정은 베를린필하모닉 소속 음악가들이 지도하는 개별 레슨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훈련, 콘서트와 결합된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과정이 장학금으로 진행된다. 베를린에 가야만 볼 수 있던 카라얀아카데미 오디션을 한국에서 진행한다는 건 더 많은 학생이 국제무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공정하게 누리게 됐음을 의미한다. 오디션에 참가한 학생들은 세계적 기준에 맞춰 연주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키울 수 있었을 테고, 배움의 열정도 커졌을 듯하다. 한국의 제도화된 음악교육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내게는 큰 의미다.”



    서울대 출신 바순 연주자 3명이 본선 진출자로 선정됐다.

    “예선 통과자는 3명이지만 지원자 수준이 못 미칠 때는 아예 선발하지 않을 정도로 심사 기준이 엄격하다. 지원자 중에는 플롯, 오보에, 호른 등 다양한 목관악기 연주자가 있었지만 바순 연주자 3명(김우아, 안석진, 유제빈)의 실력이 무척 출중해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번 오디션에 통과한 학생들이 한국 클래식계의 미래를 넘어 세계적 아티스트로 성장하도록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이 큰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계획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올해 새로운 도전은 곤지암국제음악제를 넘어 국제관악콩쿠르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번에 경기 광주에서 제20회 WASBE 세계관악컨퍼런스가 개최돼 광주가 새로운 문화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세계적인 관악기 콩쿠르를 기획하고 내년에는 제1회 곤지암관악국제콩쿠르를 시작하는 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장기적 꿈은 아름다운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곤지암밸리 안에 곤지암음악제의 상징이 될 음악당을 건축하고 세계적인 콘서트, 교육 장소로 키우는 것이다. 예술의 힘은 거대해서 음악이나 문화를 테마로 한 페스티벌은 국가 품격까지 높인다.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이 곤지암을 넘어 광주가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것을 돕고,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를 홍보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카라얀아카데미 아시아퍼시픽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이다. 카라얀아카데미를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영역처럼 느끼는 젊은 음악학도가 많다. 세계적 연주자들을 한국에 초빙하고 아시아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의 문턱을 낮춰준다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음악계의 큰 자산이 되리라 확신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