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 잘생겼더군요](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2/21/201102210500029_1.jpg)
지난해 11월 6일 ‘미남자’라고 보기엔 힘든, 투박한 외모의 한 인디뮤지션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으로 다수의 음반을 발표했던 고(故) 이진원 씨다.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지 5일 만에 이 세상을 떠났다. 1월 27일 그를 추모하는 공연이 열렸다. 103개 팀 또는 아티스트와 26개 라이브클럽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4000장 넘는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고인과의 이별이 매우 안타까웠기 때문이었으리라. 필자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 그 거대한 추모제에 참여했다.
공연 전후로 여러 가지 감동을 받았다. 먼저 참여 아티스트들의 면면이 다양했다. 경력의 길이부터 음악 성향까지 실로 다양한 뮤지션이 ‘노 개런티’를 감수하고 참여했다. 비유하자면 한나라당 최고위원에서부터 진보신당 평당원까지 참여한 모양새라고 할까? 또 아티스트가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 이뤄진 라인업이란다. 대기실에서 누가 먼저 인사하는지 등의 세세한 문제부터 음악적 이상이나 철학에 이르기까지, ‘한 고집’ 하는 독립음악가들이 앞다퉈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한다.
실제 공연장에서도 모두들 하늘에 계신 그분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고심하는 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원하는 방식과 분위기로 치러지는 ‘제의(祭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임의 심기를 헤아리는 것 자체가 되바라진 생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달빛요정의 곡을 하나 할까 했지만 어쭙잖게 건드렸다 망치면 그분이 더 싫어하실 것 같았다”라든가 “(달빛요정의 곡을 부르고 나서) 연습하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 울고 잘 불렀다. 울고 그러는 건 그분 스타일이 아니지 않나” 같은 진심 어린 말을 그 누가 건방으로 치부할 수 있으랴.
공연 사이사이 흘러나온 영상물에서 고인의 생전 공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그날 처음 그의 모습을 찬찬히 보며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되뇌어보면 ‘잘생겼다’라는 표현은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갓난아이들이 그로테스크한 외양에도 곧잘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건 그래서다. 고 이진원 씨는 생전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고, 떠나면서 여고생들을 울음바다에 빠뜨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처절하리만큼 진솔한 자신의 음악 그대로, 스스로의 삶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살아냄으로써 많은 이의 감수성을 일깨웠다. 창작 여건과 생존권 같은 절박한 이슈들은 물론, 생명과 음악 자체의 소중함에 대한 감수성까지 말이다. 이 얼마나 잘생긴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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