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미식축구계는 전문 코치가 없어 선배가 후배를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쳐왔어요. 교과서 없이 프린트물로만 수업을 해온 꼴인데 미식축구 선수에게 필요한 교과서를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오펜스, 디펜스, 스페셜팀 포지션의 기본자세를 꼼꼼하게 다룬 이 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아직 정식 출간 전이지만 초벌 번역판의 효과는 이미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원 감독이 감독을 맡은 홍익대는 서울대회 결승에 3차례 올랐지만 매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초벌 번역판을 훈련 프로그램에 적용한 뒤 2009년 홍익대는 창단 첫 우승을 거뒀다. 그는 초벌 번역판을 모교뿐 아니라 대학미식축구협회에 소속된 대학들에 전달해 훈련에 적용하도록 했다. 대학 선수들은 “자세가 바로잡히고 난 뒤에 실력이 쑥쑥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가뭄 끝에 단비가 된 것.
원서는 400여 쪽, 모두 번역하는 데 2009년 6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년 7개월이 소요됐다. 원 감독은 퇴근 이후에는 영어사전을 들고 번역에 매달렸다. 미식축구 용어의 특성상 사전에 나와 있지 않은 단어도 있었고 문맥상 이해가 어려운 단어도 있었다. 특히 미식축구의 개념을 한국어로 옮기기 힘들 때는 한 문장을 며칠씩 고민하기도 했고, 미국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한 사람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영어강사인 아내도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판권 문제도 해결하려고 미국프로풋볼리그(NFL)에 편지를 보내놓았습니다. 번역을 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일선 대학 코치들이 이 책으로 현장에서 지도해본 뒤 느낀 부족한 부분을 알려오면 끊임없이 피드백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미식축구가 세계 정상권인 일본을 잡고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데 작은 초석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