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장이었던 아버지의 시신을 염한 것을 시작으로 염장이의 삶을 사는 유씨. 그가 무대에서 ‘인생의 마지막 염’을 시작한다. 수시, 반함, 소렴, 대렴, 입관…. 전통 예에 맞춰 시신을 염하면서 그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삶은 혹독했다. 장삿속으로 시신을 대하는 장의 대행업자에게 굽실거리고, 아버지의 시신을 앞에 놓고 유산 싸움하는 형제를 보며 혀도 찬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 자들은 그 앞에서 온갖 추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죽은 자보다 산 자가 더 무섭다”며 죽은 이에게만큼은 예를 다한다. 그런데 자신처럼 3대째 염장이가 되겠다는 아들. 유씨는 “너만은 나처럼 살지 마라”며 아들을 설득해 객지로 보내지만, 아들은 사기를 당하고 자살해 9년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다. 그는 아들의 마지막 길을 손수 돌본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어. 그런데 죽어서 땅에만 묻히고 살아남은 사람의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는 거여.”
우스꽝스러운 설정, 대사, 몸짓 등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던 모습과는 달리 유씨가 독백을 시작할 때, 모든 관객은 숙연해진다. 산 자로서 “그간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놓친 건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된다. 2004년 충북 청주 초연 때부터 유씨 역할을 맡은 유순웅(48) 씨는 ‘저러다 탈진하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지막 무대’처럼 모든 것을 쏟아낸다. 그리고 염씨가 읊조리는 마지막 대사에는 “모멘토 모리(mo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의 지혜가 담겨 있다.
“죽어 석 잔 술이 살아 한 잔 술만 못하다고 하구, 어떤 이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허는데, 사실 죽음이 있으니까 사는 게 귀하게 여겨지는 거여.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여러분도 잘들 사시게….”
11월 10일부터 오픈런, 대학로 이랑씨어터, 02-3676-3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