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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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화시키는 것도 진화의 산물

‘1만 년의 폭발’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11-01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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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 소화시키는 것도 진화의 산물

    그레고리 코크란·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 글항아리 펴냄/ 336쪽/ 1만5000원

    “인류 조상은 원숭이다.”

    다윈의 주장에 19세기 유럽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후 진화론은 전무후무한 논쟁적 자연법칙으로 철학, 종교, 정치에 변혁을 가져왔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만 년의 폭발’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며 논쟁에 불씨를 계속 지핀다.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1200년 전 라인 강 유역에서 살던 유대인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 전역에 1100만 명 정도 존재하는 이들의 평균 아이큐는 112~115. 유럽인 표준 아이큐 1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들이 특별히 똑똑한 이유는 뭘까. 미국 유타대 인류학과 교수인 그레고리 코크란과 헨리 하펜딩은 “오랫동안 금융업에 종사하며 ‘족내혼’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이들의 언어·수학 능력은 뛰어나지만 시공간 능력은 평균 이하’라는 점을 든다. 즉, 금융업에 도움이 되는 능력만 선택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화생물학자들은 인류의 진화가 4만~5만 년 전에 멈췄다고 주장해왔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세계 전역으로 영역을 넓히던 그때,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가 완성됐다는 것. 하지만 저자들은 이 통념에 반기를 든다. 인류의 진화가 멈추기는커녕, 지난 1만 년간 일어난 진화 속도가 600만 년의 평균 진화 속도보다 약 100배 빠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문명’의 진화 중고차에 스포츠카 엔진을 달아줬다는 주장도 펼친다. 책은 그 근거로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사례를 포함한 여러 사례를 내세운다.



    개와 늑대의 경우도 그중 하나. 개는 늑대에서 진화했다. 개는 약 1만5000년 전부터 늑대와 다르게 가축화되기 시작했다. 늑대는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을 전혀 읽지 못하는 반면 개는 아니다. 이것으로 판단할 때 개는 분명 이전에 비해 높은 단계의 진화를 했다. 그런데 개의 진화는 인간 문명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났다. 이는 인간 문명이 개의 진화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근거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 대부분 포유류는 어린 시절 락타아제 생산이 멈췄다. 락타아제는 우유에 포함된 락토오스를 소화시키는 효소. 그 당시 락토오스가 들어 있는 음식은 어머니 젖이 유일했기에, 자란 뒤에는 분해 효소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농부들이 소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여러 질병이 도졌다. 소젖, 양젖 등 성인도 락토오스를 섭취하는 쪽으로 식생활 환경이 변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이 문제는 락토오스를 소화할 수 있게 하는 돌연변이의 등장으로 자연스레 해결됐다.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몸이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동안 진화와 문명은 별개의 것으로 인식돼왔다. 인류는 진화를 마친 뒤 문명을 발달시켰고, 그 문명 안에서 사회는 변화를 거듭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이 책은 기존 진화론에 문명이 진화를 추동해왔다는 신선한 시각을 더한다. 농경사회 이후 새로워진 먹을거리에 유전적인 대응을 하면서 유전적 혁신이 빨라졌고, 문화의 발달로 몸과 뇌도 그에 따른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눈부시게 발달한 분자유전학 연구로 날개를 달게 됐다. 그동안 화석을 토대로 한 진화 연구가 분자 수준의 DNA 연구로 정확성을 더한 것이다.

    인류가 구축해온 문화 발달이 다시 진화를 가속화한다는 주장은 신선하다. 진화가 등 구부정한 유인원 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의견도 흥미롭다. 진화론은 여전히 주요 연구대상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흥미로운 가설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가 진화해온 과거와 함께 앞으로 맞이할 진화의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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