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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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울리는 리듬…덕적도가 ‘덩실덩실’

  •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입력2010-11-01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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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울리는 리듬…덕적도가 ‘덩실덩실’

    덕적도 주민들과 인근 부대 군인들이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덕적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직선거리로 75km 떨어진 섬으로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한다. 10월 19일 덕적도로 향하는 여객선 안 벽면에는 ‘퓨전콘서트 공감21’의 덕적도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고 농협중앙회가 협력해 마련한 것으로, 섬 주민을 위한 문화나눔 행사다.

    오후 4시 배가 선착장에 이르자 곳곳에 붙어 있는 ‘환경단체 입도 금지’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재 덕적도 일대는 덕적면 끝단에 있는 외딴섬 굴업도의 개발과 보존 논란으로 시끄럽다. 옹진농협 관계자는 “굴업도 개발에 따른 덕적도의 수혜 기대가 크다지만 찬반 논란으로 섬 인심에 금이 간 탓에 이웃끼리도 서먹한 분위기다. 관객이 얼마나 모일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면사무소를 지나자 공연이 펼쳐질 학교가 나왔다. 덕적도에 있는 유일한 학교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학교 운동장 바로 옆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 650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공연을 앞둔 전통타악연구소 방승환 단장은 “우리가 보유한 모든 장비를 가져왔고, 10여 명의 단원이 총출동했다. 재미와 신명이 살아 있는 음악회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오후 7시 어둠이 내리고 소나무를 배경으로 마련한 무대 앞으로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서로 안부를 묻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다. 300명은 족히 넘을 주민 뒤로 인근 부대 군인들도 자리를 잡았다. 옹진농협 김향아 과장은 “주민이 이렇게 많이 모인 가운데 대형 공연이 펼쳐지는 건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학생들의 사물놀이가 펼쳐졌다. 서툰 솜씨지만 주민들은 장단을 맞추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전통 취악기 나발 소리와 함께 한국의 타악과 안데스 음악이 어우러진 음악회의 막이 올랐다. 신기해하는 관객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이고 5인조 페루 음악그룹 ‘유야리’가 두 손을 높이 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바람 소리’의 연주가 시작되자 안데스 악기 께나초에 이어 산뽀니아와 께냐 소리가 뒤를 받쳤다. 대고(大鼓)와 모둠북의 웅장하고 활기찬 소리가 어우러진 연주는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사물놀이 장단 자진모리와 휘모리에 한 아주머니가 흥에 겨워 덩실거리자 아저씨, 학생, 군인도 덩달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슴 울리는 리듬…덕적도가 ‘덩실덩실’

    전통타악연구소와 유야리의 합동공연.

    ‘둥둥, 둥둥둥….’ 크고 작은 북에서 뿜어내는 타악 퍼포먼스 ‘타타타’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와’ 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난생처음 퓨전콘서트를 접한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휘파람 소리와 ‘따그닥 따그닥’ 하는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주제곡인 ‘우하’가 시작되자 공연장은 이내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공연이 끝나자 주민들이 앙코르를 외치고 단원들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신나는 연주에 맞춰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췄다.

    그동안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려는 듯 모두가 하나 돼 공연의 대미를 즐겼다. 공연을 지켜본 옹진 농협 임승일 조합장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다. 공연이 화합의 장으로 마무리돼 흡족하다. 앞으로도 섬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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