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의 작품 ‘펼쳐들다’ 중 카드섹션 장면.
우리 주변에는 TV, 컴퓨터, 스크린, 전광판, 출판물, 광고판 등 온갖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동원된 화려한 영상들이 즐비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진짜’가 주는 리얼함과 강력함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필자는 아리랑공연의 장대함을 지난해 여름 어느 전시회에서 사진작가 노순택 씨가 찍은 사진을 보고 강하게 맛본 바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아리랑공연 장면은 PDP 모니터에서 민요와 함께 영상처럼 돌아갔다.
그동안 아리랑공연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올해 이른 봄 독일 뮌헨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동독 출신의 유명 사진작가 안드레아 구르스키도 아리랑공연을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중국 사진작가 티안 이 빈은 얼마 전 뉴욕에서 열린 아시안아트페어에서 아리랑공연 사진을 행사장 곳곳에 내걸었다(모르긴 몰라도 아리랑공연을 소재로 사진을 찍은 작가는 더 있지 않을까 싶다).
아리랑공연 등 분단사회 모순 발견
공연 중인 무희들(사진 위), 노순택의 작품 ‘스며들다’ 중.
2005년 공연부터는 남한 사람들의 관람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외부세계에 폐쇄적이던 북한에 예술가들의 관심이 쏠렸고, 특히 사진작가들은 처음 보는 장대한 아리랑공연에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순택 씨의 작품에는 다른 작가들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동안 보여준 작품세계를 참고할 때, 노씨는 단순히 아리랑공연을 대상화해 찍은 것이 아니다.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노씨는 그렇게 찍은 아리랑공연과 북한의 모습을 모아 얼마 전 사진집 ‘붉은 틀(Red House)’을 출간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0월29일부터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한 갤러리 ‘로터스’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그의 아리랑공연 사진에서는 ‘분단 사회의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거울’ 시리즈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모습을 찍은 것이지만, 결국 그 작품을 거울삼아 남한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는 12월2일까지다.
노씨는 내년 초 독일 슈투트가르트 미술관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대형 개인전을 연다. 노씨는 이 전시에서 전쟁과 분단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