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후 선택은 무엇일까.
17대 대선에 출마하지도 않은 박 전 대표지만, 여전히 그의 행보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 대상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대선을 앞둔 표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 경북과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청권에선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기반인 보수세력의 적자(嫡者)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서로 ‘박심(朴心)’을 자신에게 묶어두고 싶어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다.
박 전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말한 데 이어, 11월30일부터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자 사실상 ‘박심’의 향방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회창 후보로 돌아설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 박사모와 측근 곽성문 의원이 돌연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다, 박 전 대표가 11월29일 BBK 주가조작사건 수사결과를 보고 유세 지속 여부를 재고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이명박 후보 측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를 가까이에서 도왔던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그의 정치철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의 정치를 중시한다. 또 명분을 우선시한다. “현실 여건상 어쩔 수 없이…”라며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을 정당화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혐오’한다.
경선 당시 박 캠프에서 뛰었던 한 핵심인사는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경선 절차를 통해 뽑힌 이명박 후보를 버리고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추한 모습’을 목격했던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돕는다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은 박 전 대표로서는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흔쾌한 지원’이 아닌 만큼 유세장에서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측근들의 중론이다.
현재 이명박 후보 옆을 지키는 모양새는 명분 쌓기용 해석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옆을 지키는 모양새를 유지하는 것은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를 겨냥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 측에 섰던 국회의원 30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높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박 전 대표 측에 당권을 주거나 공천에서 그들을 배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양측의 불신은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격랑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선 측근들이 무더기로 낙천하는 상황을 지켜보게 될 수도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박 전 대표가 모종의 선택을 하려면 자신의 정치철학에 입각한 명분이 필요하다.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 쫓겨나는 것”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 측 핵심인사의 설명이다. 물론 박 전 대표 측의 우려와 달리,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권력을 적절히 분점한다면 박 전 대표가 굳이 모종의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박 전 대표가 12월19일 대선까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유지한다는 시나리오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12월5일로 예상되는 검찰의 BBK 주가조작사건 수사 발표와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라는 변수가 그것이다.
박 전 대표는 11월29일 BBK 수사와 관련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유세 지속 여부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그것을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BBK 수사결과에 따라 행보를 달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
범여권 후보 단일화도 또 다른 변수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명박 후보가 위기에 몰렸을 경우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와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측 내부에는 BBK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되면서 정권교체가 위기에 처하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 정권교체를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이회창 후보를 애써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 대표 측 한 핵심인사는 “박 전 대표에겐 정권교체가 지상과제이며, 이명박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는 차선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근 불거진 박사모와 곽성문 의원의 선택은 이러한 고민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 김재원 의원은 박사모의 선택에 대해 “홧김에 서방질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박사모가 박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의 폭을 넓혀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본다.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로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경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실리를 얻게 된다는 계산에서다. 이미 박사모가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만큼, 박 전 대표가 굳이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고집해왔던 정치적 명분과 원칙을 깨지 않으면서도 이회창 후보를 암묵적으로 도왔다는 보이지 않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처지에서는 손해볼 게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8월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경선 승복’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큰 정치인’이나 ‘국민 후보’ 이미지를 살리면서 5년 뒤에 승부를 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앞일은 모르는 법. 대선정국에서 예상되는 두 가지 큰 변수가 현실화되는 순간, 박 전 대표가 과연 어떤 판단과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
17대 대선에 출마하지도 않은 박 전 대표지만, 여전히 그의 행보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 대상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대선을 앞둔 표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 경북과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청권에선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기반인 보수세력의 적자(嫡者)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서로 ‘박심(朴心)’을 자신에게 묶어두고 싶어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다.
박 전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말한 데 이어, 11월30일부터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자 사실상 ‘박심’의 향방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회창 후보로 돌아설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 박사모와 측근 곽성문 의원이 돌연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다, 박 전 대표가 11월29일 BBK 주가조작사건 수사결과를 보고 유세 지속 여부를 재고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이명박 후보 측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를 가까이에서 도왔던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그의 정치철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의 정치를 중시한다. 또 명분을 우선시한다. “현실 여건상 어쩔 수 없이…”라며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을 정당화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혐오’한다.
경선 당시 박 캠프에서 뛰었던 한 핵심인사는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경선 절차를 통해 뽑힌 이명박 후보를 버리고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추한 모습’을 목격했던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돕는다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은 박 전 대표로서는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흔쾌한 지원’이 아닌 만큼 유세장에서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측근들의 중론이다.
현재 이명박 후보 옆을 지키는 모양새는 명분 쌓기용 해석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옆을 지키는 모양새를 유지하는 것은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를 겨냥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 측에 섰던 국회의원 30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높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박 전 대표 측에 당권을 주거나 공천에서 그들을 배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양측의 불신은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격랑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선 측근들이 무더기로 낙천하는 상황을 지켜보게 될 수도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박 전 대표가 모종의 선택을 하려면 자신의 정치철학에 입각한 명분이 필요하다.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 쫓겨나는 것”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 측 핵심인사의 설명이다. 물론 박 전 대표 측의 우려와 달리,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권력을 적절히 분점한다면 박 전 대표가 굳이 모종의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박 전 대표가 12월19일 대선까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유지한다는 시나리오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12월5일로 예상되는 검찰의 BBK 주가조작사건 수사 발표와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라는 변수가 그것이다.
박 전 대표는 11월29일 BBK 수사와 관련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유세 지속 여부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그것을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BBK 수사결과에 따라 행보를 달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
범여권 후보 단일화도 또 다른 변수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명박 후보가 위기에 몰렸을 경우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와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측 내부에는 BBK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되면서 정권교체가 위기에 처하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 정권교체를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이회창 후보를 애써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 대표 측 한 핵심인사는 “박 전 대표에겐 정권교체가 지상과제이며, 이명박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는 차선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근 불거진 박사모와 곽성문 의원의 선택은 이러한 고민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 김재원 의원은 박사모의 선택에 대해 “홧김에 서방질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박사모가 박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의 폭을 넓혀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본다.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로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경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실리를 얻게 된다는 계산에서다. 이미 박사모가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만큼, 박 전 대표가 굳이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고집해왔던 정치적 명분과 원칙을 깨지 않으면서도 이회창 후보를 암묵적으로 도왔다는 보이지 않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처지에서는 손해볼 게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8월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경선 승복’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큰 정치인’이나 ‘국민 후보’ 이미지를 살리면서 5년 뒤에 승부를 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앞일은 모르는 법. 대선정국에서 예상되는 두 가지 큰 변수가 현실화되는 순간, 박 전 대표가 과연 어떤 판단과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