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론인은 ‘이런 대통령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신이 바라는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집안 어른들을 모셔본,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셔본 사람이면 좋겠다. 학교도 중간 이상은 되고, 성적도 중간 이상은 되고, 학교에서 리더 역할도 해본 사람이면 좋겠다. 외국에 유학해 견문도 넓히고, 외국어도 한두 개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군대도 갔다 오고, 가정도 가져보고, 자식 때문에 골치도 아파보고, 사람과 사귀면서 신의와 배신도 맛본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거짓말 안 하는 사람, 약속을 힘들게 하되 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 유머도 있고 울 줄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정말 좋겠다.”
‘평균적 대통령’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였다. 과거 몇 명의 대통령이 지나치게 상식적이지 않은 인간처럼 보였기 때문일까?
그런데 ‘평균적이면서도 평범한’ 대통령을 찾고 싶다는 이분의 소망은 이번에도 이뤄질 것 같지 않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겨우 3주 남겨놓은 이 시점에 후보로 나선 분들이 전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자 가운데는 ‘거짓말’ 논란은 기본이고, 약속보다 자신의 신념이 더 중요하다는 분들이 많다. 과거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는 묻지 말라며, 남을 비난하고 대책 없는 선심 공약을 하기에 바쁜 분들이 다 모였다.
그렇다면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2년 전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향후 어떤 특성의 사람이 대통령 후보감으로 등장할지 예측하려는 노력이었다.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반영하듯 ‘안정관리형’과 ‘합리적 CEO’의 이미지가 부각됐다. 현재의 대통령을 ‘도박사형’이나 실속 없는 ‘이벤트형’으로 보는 국민의 심리가 반영된 듯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선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특이하게도 새 대통령을 뽑는 것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별로 없다. 현재 나온 후보들 가운데 마음에 차는 후보가 없다는 의미일까? 많은 국민은 대통령 선거를 마치 남의 일처럼 구경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이다. 아니,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는 밥상 앞에서 정말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 무렵, 사람들은 이상적인 무엇에 대한 고민보다 현재 눈앞에 놓인 선택지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기하든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음을 정한다. 마음을 정한 뒤에도, 포기했던 이상적인 인물과 비교해 자신의 선택에 불만을 갖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하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면,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대통령 이미지를 확인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최소한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2007년 선택의 순간에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사람을 선택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자신의 고집이나 개성을 드러내려 노력하기보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려 할지도 모른다.
大選 기대와 흥분 없이 남의 일처럼 구경
필자와 연구팀이 2007년 20~50대 4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인터뷰(주관성 연구법)를 해 확인할 수 있었던 이상적인 대통령의 핵심은 ‘미래를 여는 리더’ ‘새로운 패러다임과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다. 너무 이상적인 모습처럼 보였기에 연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실에 이런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적 대통령상을 조금 자세히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은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전략이 분명하다. 달성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높다. 원칙에 기초한 구체적 실행 전략을 가지고 있다. 개혁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지향점과 원칙이 분명하다.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국제적인 인물이며, 세계화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래의 리더가 될 인물들을 키울 줄 안다. 예상되는 위기에 미리미리 준비한다.”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큰 사랑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현재에 살면서도 시선이 미래에 가 있는 사람, 위인전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구나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지만 한국 사회에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든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대상자들이 언급한 ‘이상적이지 않은 대통령의 특성’은 현실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은 과장과 허풍을 통해 자신감을 표현한다. 전형적이며 구태의연한 리더의 모습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측근조차 잘 믿지 않는 것 같다. 이벤트성 행사를 잘하고, 쇼맨십이 있다. 자신의 이념 지향점이나 중요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타이밍이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 생각만 내세우고 주변의 평가에 개의치 않는다. 이기적이고 자기 몫을 잘 챙긴다.”
최후의 순간엔 인격보다 능력 있는 사람 선택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을 절대 대통령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닌 인물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광경을 본다. 이들은 필요할 때 다른 사람들을 포섭하는 능력이 좋다. 극적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있다. 기회 포착이 뛰어나고 운도 따른다. 하지만 이런 수완을 발휘해서인지, 책임 전가가 능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너질 때는 한 번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런 사람이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국가를 위해,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을 다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늘 계산해서 뭔가를 숨겨놓는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층과 잘 통하거나 기득권층에 속한다고 본다.
선거 때마다 공약(公約)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국민과의 약속을 공약(空約)으로 만든다. 이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지만, 어김없이 현실적인 정치인이 되고 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정치인의 거짓말에 어리석은 국민이 속았기 때문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루시퍼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루시퍼는 천사에서 악마로 변한 ‘타락한 천사’의 이름이다.
루시퍼 효과의 핵심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능력이나 영향력을 갖춘 사람은 상황에 따라 더 큰 악을 저지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능력 있는 사람, 악을 저지르지 않을 사람을 이상적인 대통령감으로 기대하고 찾기보다 우리 사회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사회가 살기 힘들고 부정부패에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이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을 앞둔 대다수 국민이 도덕성이나 인격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이상적인 대통령감이 없어 절망한 국민의 희망사항이다. 루시퍼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분명한 것은, 상식적이고 평균적인 인물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싶다는 한 언론인의 바람은 이번에도 푸념에 그칠 듯하다는 점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상적이지 않은’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다. 단지 그가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만을 바란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기대이기 때문이다.
“집안 어른들을 모셔본,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셔본 사람이면 좋겠다. 학교도 중간 이상은 되고, 성적도 중간 이상은 되고, 학교에서 리더 역할도 해본 사람이면 좋겠다. 외국에 유학해 견문도 넓히고, 외국어도 한두 개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군대도 갔다 오고, 가정도 가져보고, 자식 때문에 골치도 아파보고, 사람과 사귀면서 신의와 배신도 맛본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거짓말 안 하는 사람, 약속을 힘들게 하되 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 유머도 있고 울 줄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정말 좋겠다.”
‘평균적 대통령’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였다. 과거 몇 명의 대통령이 지나치게 상식적이지 않은 인간처럼 보였기 때문일까?
그런데 ‘평균적이면서도 평범한’ 대통령을 찾고 싶다는 이분의 소망은 이번에도 이뤄질 것 같지 않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겨우 3주 남겨놓은 이 시점에 후보로 나선 분들이 전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자 가운데는 ‘거짓말’ 논란은 기본이고, 약속보다 자신의 신념이 더 중요하다는 분들이 많다. 과거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는 묻지 말라며, 남을 비난하고 대책 없는 선심 공약을 하기에 바쁜 분들이 다 모였다.
그렇다면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2년 전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향후 어떤 특성의 사람이 대통령 후보감으로 등장할지 예측하려는 노력이었다.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반영하듯 ‘안정관리형’과 ‘합리적 CEO’의 이미지가 부각됐다. 현재의 대통령을 ‘도박사형’이나 실속 없는 ‘이벤트형’으로 보는 국민의 심리가 반영된 듯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선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특이하게도 새 대통령을 뽑는 것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별로 없다. 현재 나온 후보들 가운데 마음에 차는 후보가 없다는 의미일까? 많은 국민은 대통령 선거를 마치 남의 일처럼 구경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이다. 아니,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는 밥상 앞에서 정말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일에 국민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하지만 최소한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2007년 선택의 순간에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사람을 선택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자신의 고집이나 개성을 드러내려 노력하기보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려 할지도 모른다.
大選 기대와 흥분 없이 남의 일처럼 구경
기호 1번 정동영, 기호 2번 이명박, 기호 6번 문국현, 기호 12번 이회창 (위 부터).
“이 사람은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전략이 분명하다. 달성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높다. 원칙에 기초한 구체적 실행 전략을 가지고 있다. 개혁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지향점과 원칙이 분명하다.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국제적인 인물이며, 세계화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래의 리더가 될 인물들을 키울 줄 안다. 예상되는 위기에 미리미리 준비한다.”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큰 사랑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현재에 살면서도 시선이 미래에 가 있는 사람, 위인전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구나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지만 한국 사회에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든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대상자들이 언급한 ‘이상적이지 않은 대통령의 특성’은 현실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은 과장과 허풍을 통해 자신감을 표현한다. 전형적이며 구태의연한 리더의 모습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측근조차 잘 믿지 않는 것 같다. 이벤트성 행사를 잘하고, 쇼맨십이 있다. 자신의 이념 지향점이나 중요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타이밍이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 생각만 내세우고 주변의 평가에 개의치 않는다. 이기적이고 자기 몫을 잘 챙긴다.”
최후의 순간엔 인격보다 능력 있는 사람 선택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을 절대 대통령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닌 인물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광경을 본다. 이들은 필요할 때 다른 사람들을 포섭하는 능력이 좋다. 극적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있다. 기회 포착이 뛰어나고 운도 따른다. 하지만 이런 수완을 발휘해서인지, 책임 전가가 능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너질 때는 한 번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런 사람이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국가를 위해,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을 다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늘 계산해서 뭔가를 숨겨놓는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층과 잘 통하거나 기득권층에 속한다고 본다.
선거 때마다 공약(公約)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국민과의 약속을 공약(空約)으로 만든다. 이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지만, 어김없이 현실적인 정치인이 되고 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정치인의 거짓말에 어리석은 국민이 속았기 때문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루시퍼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루시퍼는 천사에서 악마로 변한 ‘타락한 천사’의 이름이다.
루시퍼 효과의 핵심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능력이나 영향력을 갖춘 사람은 상황에 따라 더 큰 악을 저지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능력 있는 사람, 악을 저지르지 않을 사람을 이상적인 대통령감으로 기대하고 찾기보다 우리 사회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사회가 살기 힘들고 부정부패에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이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을 앞둔 대다수 국민이 도덕성이나 인격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이상적인 대통령감이 없어 절망한 국민의 희망사항이다. 루시퍼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분명한 것은, 상식적이고 평균적인 인물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싶다는 한 언론인의 바람은 이번에도 푸념에 그칠 듯하다는 점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상적이지 않은’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다. 단지 그가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만을 바란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기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