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십자군의 영웅을 한국 무대에 올린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건 피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에게 생소한 바로크 오페라로 단숨에 한국 청중을 사로잡은 이유는 강렬한 무대 디자인과 조명이었다. 11월15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피치가 연출한 ‘라 트라비아타’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 버전이다.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과 쌍벽을 이루는 레알 마드리드 극장은 스페인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다. 이 극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무대 길이가 비슷하다.
역사적 배경도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파리 사교계로 옮겨왔다. 나치 완장을 두른 군인들이 등장하고, 때로 전율마저 느껴질 만한 섬뜩한 색채의 콘트라스트와 빛의 그림자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뿜어낼 것이다. 어쩌면 색의 마술을 부리는 잘츠부르크 축제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오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전망이다.
‘뮤지컬보다 더 화려하고, 영화보다 더 감각적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로 가득하다. 1막의 이중창 ‘축배의 노래’가 잘 알려져 있지만, 고독한 비올레타의 절절한 고백 ‘아 그이였던가’와 3막의 ‘지난날이여, 안녕’ 부분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올 여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이리나 롱구가 비올레타 역으로 열연할 예정이어서 제대로 된 ‘라 트라비아타’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02-587-19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