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김재정 감사 계십니까?”
“네? 그런 분 안 계신데요.”
“회사 관련 서류에 최대주주이자 감사로 등재돼 있는데, 모르세요? (회사 내에) 혹시 아시는 분 없어요?”
“근무한 지 몇 년 됐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요.”
“그럼 BBK라는 회사는 아세요? 회사가 그곳에 190억원이나 투자했다고 하던데….”
“아니요. 그런 회사도 처음 들어보는데요.”
2002년 6·1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4월 초, 기자가 다스(당시 대부기공) 한 관계자와 전화통화한 내용이다. 당시 다스의 지분구조는 감사 김재정 49%, 회장 이상은 47%, 개인주주 김창대 4%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떻게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감사를 모를 수 있을까.
더구나 당시 다스는 BBK투자자문(이하 BBK)에 투자한 190억원 가운데 50억원밖에 되돌려받지 못해 14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BBK 대표이사였던 김경준 씨가 다스 등의 투자금으로 인수한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를 통해 주가조작 및 시세조정, 가장납입의 각종 금융사기를 저지르고 380여 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했기 때문이다.
2000년 한 해 순수익이 3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에서 5년치 수익에 해당하는 돈을 한꺼번에 날린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회사 직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전화통화를 통해 들은 김재정 씨의 답변은 최대주주의 답변치고는 상식 밖이었다. “대부기공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김씨는 BBK에 대한 투자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가 입수한 다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김재정 씨는 다스 회장실에서 있었던 이사회에 세 차례 참석해 BBK에 대한 투자결정에 동의하고 도장까지 찍은 것으로 돼 있다. 김씨의 말대로라면 이사회 회의록이 위조된 셈이다.
140억원 날렸는데 직원들은 몰랐다?
다스 측의 사후조치도 다른 투자회사들의 모습과 크게 달랐다. 2000년 2월 다스보다 먼저 1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생명은 BBK의 투자운용상 문제점을 파악하고, 2001년 3월 투자수익 23억원을 포함한 123억원을 되돌려받았다.
2000년 10월 50억원을 투자했던 심텍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BBK 측에 투자금 반환을 요청해 20억원을 회수하고, 나머지 30억원을 되돌려주지 않자 2001년 10월 검찰에 사기 및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이때 심텍은 BBK 대표이사였던 김경준 씨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도 함께 고소하는 한편, 이 후보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당시 법원은 심텍 측의 소명자료를 인정해 이 후보의 재산가압류 요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이 후보도 심텍의 투자금 반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결국 심텍은 나머지 투자금을 반환받은 뒤에야 고소를 취하했고,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다스는 김경준 씨가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편지를 보낸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받아낸 것이 2001년 10월26일 39억원과 12월4일 11억원 등 50억원뿐이다. 회사 재무재표상 140억원은 고스란히 날린 것이다.
회사는 최대주주 모르게 한 해 수익의 5배 가까운 손실을 입고, 직원들은 최대주주이자 감사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190억원이나 투자한 회사가 범인이 해외로 도피할 때까지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투자결정을 내렸다는 사장 김성우 씨까지 건재했다.
5년 전, BBK 취재는 이 같은 의문 속에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 후보 측은 BBK와 다스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취재할수록 의문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져갔다.
BBK-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은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비교적 간단하다(도표 참조).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와 이 후보가 공식적으로 동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 2월18일 설립한 LKe뱅크를 통해서다. 당초 두 사람은 LKe뱅크를 금융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 BBK, 하나은행, EBK증권중개 등을 하나로 묶는 금융네트워크를 추진했다.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참여한 일도 그 일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BK가 해외에 MAF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한 것은 이 같은 금융네트워크를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 작업이었다. 다스 190억원을 포함해 삼성생명 100억원, 심텍 50억원, 오리엔스캐피탈 50억원 등 여러 기업과 개인이 이 투자에 참여했다. 아직 정확한 수치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LKe뱅크 자본금 65억원을 포함해 모두 645억원 정도가 MAF펀드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LKe뱅크 통해 이명박 - 김경준 동업
BBK는 이 자금으로 창업투자회사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했다. 이때 사용한 계좌가 BBK와 LKe뱅크 명의의 계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치 외국인이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하는 것처럼 일반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단기간에 2000원대(2000년 12월)에서 8000원대(2001년 2월)까지 끌어올린 일이다.
하지만 당시 BBK의 주가조작은 금융당국의 단속망을 피해갔다. 금융당국이 BBK의 덜미를 잡은 것은 다른 혐의였다. BBK가 MAF펀드를 운용하면서 삼성생명 등 투자자들에게 제출한 ‘역외펀드 운용보고서 및 정산지시서’를 위·변조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감사 결과 적발된 것. BBK의 투자운용 전문인력이 금감원에 신고된 인원보다 적은 점도 문제가 됐다. 또 대표이사 김경준 씨는 BBK 자본금 30억원을 LKe뱅크 자본금으로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함께 투자자문업 등록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와 김씨가 미국 AMPappas에 LKe뱅크 주식을 팔아 100억원을 마련해 추진 중이던 EBK증권중개 설립작업이 벽에 부딪혔다. 최근 확인된 사실이지만 금감원이 BBK와 LKe뱅크의 관계를 파악하고 최종 승인을 미뤘던 것이었다. 결국 EBK증권중개 설립도 자진 철회 방식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만일 이 정도 선에서 관련 회사들이 정상적으로 청산됐다면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즉 BBK가 MAF에 투자된 자본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BBK 법인이 해산되고, 옵셔널벤처스가 BBK를 대신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또다시 가장매매와 허수주문 등을 통해 주가조작과 시세조정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다섯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불어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일반인들의 피해가 확산됐다.
옵셔널벤처스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BBK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대부분 되돌려주고, 실체 없는 유령 외국인 회사를 만들어 180억원을 빼돌렸다. 물론 이 모든 일을 해외로 도피한 BBK 및 옵셔널벤처스 대표이사 김씨가 저질렀다.
의문의 거래 이 후보 관여 흔적 엿보여
아이러니한 것은 BBK 투자자 가운데 유일하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곳이 다스뿐이라는 점이다. 또 김씨와 동업 관계였던 이 후보가 LKe뱅크 투자금 30억원을 피해보았다는 점도 의외였다. 정말 다스와 이 후보는 희대의 사기꾼인 김씨에게 당하기만 한 것일까?
다스는 김씨가 해외로 도피하고 1년 반이 지난 2003년 5월30일, 이 후보는 2년여 지난 2004년 2월에야 미국 법원에 투자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직후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투자했던 5억원을 법적 절차를 밟아 이 후보에게서 받아간 사건은 이 후보를 단순한 피해자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그 후 취재과정에서 하나 둘 드러난 정황 증거들이 의문을 더욱 부추겼다. 본지가 그동안 취재를 통해 보도한 BBK 정관, LKe뱅크와 AMPappas 간 의문의 주식거래, 투자자 명단 등에서 이 후보가 관련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든 의문의 귀결점은 사라진 MAF 투자금의 행방이다.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자금으로 투자자들이 BBK를 통해 MAF에 투자한 200억원을 갚았다면, 옵셔널벤처스에는 돈 대신 받았을 전환사채(CB)가 보관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MAF펀드에는 최소한 200억원의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정상이다. 옵셔널벤처스가 MAF에 CB를 주고 돈을 찾아가지 않는 한은 그렇다.
하지만 옵셔널벤처스에는 CB도, 현금 200억원도 남아있지 않다. MAF는 청산절차를 마치고 사라진 상태. 그렇다면 200억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또 옵셔널벤처스가 유령 외국인 회사에 투자한 180억원은 누구에게로 갔을까? 조만간 한국으로 송환될 김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행방과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 그런 분 안 계신데요.”
“회사 관련 서류에 최대주주이자 감사로 등재돼 있는데, 모르세요? (회사 내에) 혹시 아시는 분 없어요?”
“근무한 지 몇 년 됐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요.”
“그럼 BBK라는 회사는 아세요? 회사가 그곳에 190억원이나 투자했다고 하던데….”
“아니요. 그런 회사도 처음 들어보는데요.”
2002년 6·1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4월 초, 기자가 다스(당시 대부기공) 한 관계자와 전화통화한 내용이다. 당시 다스의 지분구조는 감사 김재정 49%, 회장 이상은 47%, 개인주주 김창대 4%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떻게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감사를 모를 수 있을까.
더구나 당시 다스는 BBK투자자문(이하 BBK)에 투자한 190억원 가운데 50억원밖에 되돌려받지 못해 14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BBK 대표이사였던 김경준 씨가 다스 등의 투자금으로 인수한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를 통해 주가조작 및 시세조정, 가장납입의 각종 금융사기를 저지르고 380여 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했기 때문이다.
2000년 한 해 순수익이 3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에서 5년치 수익에 해당하는 돈을 한꺼번에 날린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회사 직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전화통화를 통해 들은 김재정 씨의 답변은 최대주주의 답변치고는 상식 밖이었다. “대부기공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김씨는 BBK에 대한 투자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가 입수한 다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김재정 씨는 다스 회장실에서 있었던 이사회에 세 차례 참석해 BBK에 대한 투자결정에 동의하고 도장까지 찍은 것으로 돼 있다. 김씨의 말대로라면 이사회 회의록이 위조된 셈이다.
140억원 날렸는데 직원들은 몰랐다?
다스 측의 사후조치도 다른 투자회사들의 모습과 크게 달랐다. 2000년 2월 다스보다 먼저 1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생명은 BBK의 투자운용상 문제점을 파악하고, 2001년 3월 투자수익 23억원을 포함한 123억원을 되돌려받았다.
2000년 10월 50억원을 투자했던 심텍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BBK 측에 투자금 반환을 요청해 20억원을 회수하고, 나머지 30억원을 되돌려주지 않자 2001년 10월 검찰에 사기 및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이때 심텍은 BBK 대표이사였던 김경준 씨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도 함께 고소하는 한편, 이 후보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당시 법원은 심텍 측의 소명자료를 인정해 이 후보의 재산가압류 요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이 후보도 심텍의 투자금 반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결국 심텍은 나머지 투자금을 반환받은 뒤에야 고소를 취하했고,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다스는 김경준 씨가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편지를 보낸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받아낸 것이 2001년 10월26일 39억원과 12월4일 11억원 등 50억원뿐이다. 회사 재무재표상 140억원은 고스란히 날린 것이다.
회사는 최대주주 모르게 한 해 수익의 5배 가까운 손실을 입고, 직원들은 최대주주이자 감사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190억원이나 투자한 회사가 범인이 해외로 도피할 때까지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투자결정을 내렸다는 사장 김성우 씨까지 건재했다.
5년 전, BBK 취재는 이 같은 의문 속에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 후보 측은 BBK와 다스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취재할수록 의문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져갔다.
BBK-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은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비교적 간단하다(도표 참조).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와 이 후보가 공식적으로 동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 2월18일 설립한 LKe뱅크를 통해서다. 당초 두 사람은 LKe뱅크를 금융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 BBK, 하나은행, EBK증권중개 등을 하나로 묶는 금융네트워크를 추진했다.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참여한 일도 그 일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BK가 해외에 MAF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한 것은 이 같은 금융네트워크를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 작업이었다. 다스 190억원을 포함해 삼성생명 100억원, 심텍 50억원, 오리엔스캐피탈 50억원 등 여러 기업과 개인이 이 투자에 참여했다. 아직 정확한 수치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LKe뱅크 자본금 65억원을 포함해 모두 645억원 정도가 MAF펀드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LKe뱅크 통해 이명박 - 김경준 동업
BBK는 이 자금으로 창업투자회사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했다. 이때 사용한 계좌가 BBK와 LKe뱅크 명의의 계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치 외국인이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하는 것처럼 일반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단기간에 2000원대(2000년 12월)에서 8000원대(2001년 2월)까지 끌어올린 일이다.
하지만 당시 BBK의 주가조작은 금융당국의 단속망을 피해갔다. 금융당국이 BBK의 덜미를 잡은 것은 다른 혐의였다. BBK가 MAF펀드를 운용하면서 삼성생명 등 투자자들에게 제출한 ‘역외펀드 운용보고서 및 정산지시서’를 위·변조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감사 결과 적발된 것. BBK의 투자운용 전문인력이 금감원에 신고된 인원보다 적은 점도 문제가 됐다. 또 대표이사 김경준 씨는 BBK 자본금 30억원을 LKe뱅크 자본금으로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함께 투자자문업 등록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와 김씨가 미국 AMPappas에 LKe뱅크 주식을 팔아 100억원을 마련해 추진 중이던 EBK증권중개 설립작업이 벽에 부딪혔다. 최근 확인된 사실이지만 금감원이 BBK와 LKe뱅크의 관계를 파악하고 최종 승인을 미뤘던 것이었다. 결국 EBK증권중개 설립도 자진 철회 방식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만일 이 정도 선에서 관련 회사들이 정상적으로 청산됐다면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즉 BBK가 MAF에 투자된 자본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BBK 법인이 해산되고, 옵셔널벤처스가 BBK를 대신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또다시 가장매매와 허수주문 등을 통해 주가조작과 시세조정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다섯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불어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일반인들의 피해가 확산됐다.
옵셔널벤처스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BBK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대부분 되돌려주고, 실체 없는 유령 외국인 회사를 만들어 180억원을 빼돌렸다. 물론 이 모든 일을 해외로 도피한 BBK 및 옵셔널벤처스 대표이사 김씨가 저질렀다.
의문의 거래 이 후보 관여 흔적 엿보여
아이러니한 것은 BBK 투자자 가운데 유일하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곳이 다스뿐이라는 점이다. 또 김씨와 동업 관계였던 이 후보가 LKe뱅크 투자금 30억원을 피해보았다는 점도 의외였다. 정말 다스와 이 후보는 희대의 사기꾼인 김씨에게 당하기만 한 것일까?
다스는 김씨가 해외로 도피하고 1년 반이 지난 2003년 5월30일, 이 후보는 2년여 지난 2004년 2월에야 미국 법원에 투자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직후 하나은행이 LKe뱅크에 투자했던 5억원을 법적 절차를 밟아 이 후보에게서 받아간 사건은 이 후보를 단순한 피해자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그 후 취재과정에서 하나 둘 드러난 정황 증거들이 의문을 더욱 부추겼다. 본지가 그동안 취재를 통해 보도한 BBK 정관, LKe뱅크와 AMPappas 간 의문의 주식거래, 투자자 명단 등에서 이 후보가 관련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든 의문의 귀결점은 사라진 MAF 투자금의 행방이다.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자금으로 투자자들이 BBK를 통해 MAF에 투자한 200억원을 갚았다면, 옵셔널벤처스에는 돈 대신 받았을 전환사채(CB)가 보관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MAF펀드에는 최소한 200억원의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정상이다. 옵셔널벤처스가 MAF에 CB를 주고 돈을 찾아가지 않는 한은 그렇다.
하지만 옵셔널벤처스에는 CB도, 현금 200억원도 남아있지 않다. MAF는 청산절차를 마치고 사라진 상태. 그렇다면 200억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또 옵셔널벤처스가 유령 외국인 회사에 투자한 180억원은 누구에게로 갔을까? 조만간 한국으로 송환될 김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행방과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