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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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잔금 154억 행방 미스터리”

이방호 사무총장 문제제기 … “삼성에 반환” 검찰 발표 확인할 길 없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11-14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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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가) 어떤 방법으로 그 많은 돈을 모았는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모금 과정과 용처, 그리고 당에 (잔금을) 반환한 과정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11월1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선대본부장 이방호 사무총장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그가 증거라며 제시한 ‘최병렬 전 대표의 검은 수첩’은 국민의 관음증을 자극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시점에 나온 그의 발언으로 정치권의 시계는 ‘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이 있기 며칠 전, 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도 ‘2002년’을 거론했다. “삼성의 2002년 대선자금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 아니라 그룹 비자금이었다”는 주장. 2004년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발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크게 술렁였다.

    2004년 5월 검찰이 발표한 대선자금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832억원, 새천년민주당은 120억원을 대선자금 용도로 기업체에서 받았다. 그중 삼성이 한나라당에 지원한 자금은 324억원이다.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가 밝혀졌음에도 이 전 총재는 검찰의 예봉을 피했다. 대선자금 잔금 154억원을 보관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뒤늦게나마 돌려줬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완료됐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2002년의 추억’ 이회창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

    이 사무총장이 건드린 부분이 바로 이 대선자금 잔금 154억원이다. 검찰은 삼성의 주장을 인정해 ‘한나라당이 삼성에 돌려줬다’고 발표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게다가 2002년 대선 당시 삼성이 조성했던 800억원대의 채권 가운데 500억원가량은 용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흐름을 알고 있는 최 전 대표도 이 자금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아 궁금증을 키운다. 올해 초 최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이 이회창 전 총재에게 무기명 채권으로 준 돈이 250억원인데, 그중 205억원이 당에 들어왔다. 쓰고 남은 154억원은 나중에 서정우 변호사에게….”

    문제는 그의 주장이 검찰수사 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은 “삼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돈은 채권 300억원과 현금 40억원을 합쳐 모두 34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권 규모에서부터 최 전 대표의 말과 100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돈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이미 법적으로 결론이 난 2002년 대선자금이 다시 검찰 수사를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출마, 김 변호사라는 돌발변수가 생긴 이 상황에서 ‘2002년의 추억’은 대선 직전까지 정치권을 떠다닐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재 측은 “이 사무총장이 제기한 대선자금 잔금 사용처 문제는 이 전 총재의 걸림돌도 족쇄도 아니다”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지만, 김 변호사가 불을 댕긴 ‘시한폭탄’의 초시계는 지금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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