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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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아티스트들의 블랙홀

  • 뉴욕=박준 자유기고가

    입력2007-02-07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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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은 아티스트들의 블랙홀

    건물 전체가 아티스트 작업실로 빼곡한 뉴욕 퀸스의 한 스튜디오 빌딩.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여주인공은 취직을 하고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한다. 그녀가 건배를 외치며 한 말이 무엇인지 기억나는가?

    “일을 해야 (집 또는 방) 렌트비를 내지!”

    뉴요커들에게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는 단연 집이나 방 렌트비다. 미국인 중 뉴욕에 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방값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다. 방값을 낼 수 없으면 떠나야 한다. 뉴욕은 냉혹하다. 그러니 가난한 아티스트들은 오죽하겠는가. 렌트비를 내기 위해 낮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로, 밤엔 바텐더로 일하는 사람들이 뉴욕의 아티스트다. 왜 하필 바텐더나 웨이터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아티스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냐며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뉴욕 시내에 한 명도 없다. 사실 아티스트라는 게 특별할 것이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일 뿐이다. 아티스트가 회사원만큼 부지기수인 곳이 뉴욕이다. 사람을 만나면 절반은 아티스트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스튜디오 빌딩’이다. 건물 전체가 아티스트 작업실로 차 있는 빌딩들이다.

    수십 개의 갤러리가 한 빌딩에 입주한 갤러리 빌딩도 많다. “아니, 여긴 무슨 아티스트가 이렇게 많아? 당신은 도대체 무슨 예술을 하느냐.” 가끔은 이유 없이 이렇게 한번 묻고 싶다.



    뉴욕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다. 그 자유를 찾아 또 다른 아티스트가 찾아든다. 아티스트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뉴욕이라는 도시는 점점 더 별나지는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장사가 잘된다. 뉴욕에서 그림을 사고파는 건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이 꼭 작업 환경이 좋거나 작품을 팔기 쉬워 뉴욕에 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배우기 위해 뉴욕으로 모여든다. 인습에서 자유로운 사람들, 보헤미안은 뉴요커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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