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인생’은 ‘장화, 홍련’ ‘조용한 가족’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고, ‘주먹이 운다’는 ‘아라한 장풍대작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을 만든 류승완 감독의 신작. 두 감독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데다 대중성도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영화 관계자들과 비평가들이 ‘편애할 정도’의 재능을 갖고 있어서 감독들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까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바랐지만, 결국 같은 날 개봉하는 운명을 맞았다.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은 두 영화가 비슷한 부분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두 영화의 주요 스태프들이 겹친다. 두 영화에서 모두 중요한 조역으로 오달수(‘올드보이’의 양아치)가 나오는 데다, 무술감독은 ‘당연’ 정두홍 씨가 맡았다. 게다가 영화의 톤을 결정하는 음악에 달파란과 복숭아 프레젠트가 참여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태프들이 두 영화에 모두 참여한 셈이기도 하고, 그만큼 영화 인력층이 얇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때문에 두 영화가 완전히 다른 줄거리임에도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두 감독 모두 가장 처절한 상황조차 매우 쿨하게 표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는 ‘말아톤’과 ‘공공의 적2’처럼 ‘윈윈’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처럼 닮은 스타일 때문에 ‘제로섬’이 될 가능성이 많아 마케팅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어쨌든 시사회에서 나온 점수는 모두 ‘평균 이상’으로, 영화 팬들은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를 놓고 즐거운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