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이면 인도 언론과 세인의 관심은 한곳으로 집중된다. 대통령궁 바로 앞에 있는 ‘노스 블록(North Block)’. 재무부가 자리하고 있는 인도 정부 청사의 이름이며 연간 예산안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2월 말이나 3월 초 의회의 예산 회기가 시작되는 날 재무장관이 하원에서 하는 예산안 발표는 여러 TV 채널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는 행사라 할 수 있다.
계획경제의 전통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 아직도 경제에 미치는 정부의 영향이 큰 인도의 특성상 연방정부 예산안은 대다수 인도인들과 인도 업체들의 한 해 살림살이를 방향 짓는 구실을 한다. 매해 예산안에서 그해의 성장 목표, 물가지수 등 거시경제 지표가 제시되는 것은 물론 굵직한 국책사업이나 국영기업의 민영화 계획 등이 발표된다. 소득세, 법인세, 관세를 망라한 모든 세율과 면세점도 아울러 정해진다. 이밖에도 빈곤, 실업 대책이나 특정 지역 개발사업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사회·경제 관련 정책들도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2월28일 발표돼 한 달간 의견수렴 및 조정 기간을 거쳐 4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2004∼2005 회계연도 예산안은 여러 의미에서 발표 전부터 관심 대상이 되었다. 지난해 총선 승리로 8년 만에 정권에 복귀한 국민회의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인도 재계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 예산안을 눈여겨본 것이다. 국민회의당은 1991년 신경제 정책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자유경제로 전환시킨 장본인.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좌파 연합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데다, 과거 인도인민당 연립정부가 집권할 때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하층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총선에 승리할 수 있었다. 때문에 경제 자유화와 민영화 추진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재계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 6년간 집권했던 인도인민당 연립정부가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힘써왔기 때문에 현 정부가 이에 필적할 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었다.
그러나 2월28일 치담바람 재무장관이 예산안을 발표하자, 인도의 재계 대표들은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했다. 언론은 ‘모두를 만족시킨 예산’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인도 증시도 예산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센섹스 주가지수는 예산안 발표 당일 144포인트(2.19%) 상승하며 6713.86포인트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세율 인하와 지속적 고성장, 물가상승률 둔화 등 예산안에 나타난 긍정적 경제지표가 인도 경제의 낙관 요인으로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소비세 인하 … 소비 촉진 기대
우선 2003~2004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8.5%에 이어, 2004~2005년도 농업 부문의 부진에도 6.9%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제조업 성장률은 95년 이래 최고치인 8.9%에 달해 산업경기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소득세와 소비세 인하로 인한 소비 촉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소득세 면세점을 현행 연 소득 5만 루피(약 115만원)에서 10만 루피(약 230만원)로 올려(여성과 고령자는 15만 루피) 저소득층 면세 범위를 확대했고, 소득별 누진세율 적용범위의 변동으로 약간의 감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법인세도 실질적으로 3% 가까이 떨어뜨렸다. 이밖에 에어컨, 타이어, 튜브, 장신구 등의 소비세도 인하됐다.
또한 인도 정부는 관세를 아세안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다는 목표 아래 연차적으로 꾸준히 관세 인하를 시행해오고 있다. 올해 예산안에서는 농산물을 제외한 제품의 최고관세율을 현행 20%에서 15%로 인하했으며 자본재, 산업용 원자재, 부품, 산업육성을 위해 지정된 기계류 등에 대해서는 5% 또는 10% 정도로 인하했다. 특히 섬유기계류, 피혁과 신발 가공용 기계류, 제약 및 생명공학용 기계류와 투입물, 기초 석유화학 제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보기술(IT) 산업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IT 관련 제품과 소프트웨어 등은 4%의 상계관세 이외에는 면세 혜택을 받게 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인도 정부가 계속적으로 증진시키려 애쓰는 부분. 최근 인도 재무부는 이미 제출돼 있던 19건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승인했다. 이번 예산안에도 이와 관련된 규제 완화가 포함돼 있다. 건설시장에 대한 100% 외국인 지분을 자동승인 방식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인도 국내 인프라 개발, 외국계 건설회사를 통한 선진공법 유입과 고용 창출을 노리는 것이다. 인도의 건설 붐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 조치로 외국 회사와 인도 경제 모두에 윈윈이 되리라 기대된다.
인도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들의 평가는 당면한 기업의 처지에 따라 매우 엇갈린다. 이번 예산안의 세율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자동차 업계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품의 85%를 현지 조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경우 관세 인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 모두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현재 25만대에서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신규로 설치할 예정으로 정부 측과 협의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가전 업계는 에어컨에 대한 소비세가 현행 24%에서 16%로 인하되면서 수요 증가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 관세 폐지 … 삼성 “환영” LG “당혹”
그러나 IT 관련 품목의 수입관세 폐지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동전화기·PC·모니터 등이 이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이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에는 가격인하 요인이 생기는 셈이고, 이들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가 되는 것이다. GSM 방식 이동전화는 업체 간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량 수입하여 판매하는 삼성전자는 수입관세 폐지를 환영하고 있는 반면, 최근 이동전화 조립라인을 설치해 현지 생산에 들어간 LG전자는 완제품 관세 폐지와 부품에 대한 특별관세 부과로 라인 증설 계획을 유보한 채 인도 정부와 협의 중이다.
계획경제의 전통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 아직도 경제에 미치는 정부의 영향이 큰 인도의 특성상 연방정부 예산안은 대다수 인도인들과 인도 업체들의 한 해 살림살이를 방향 짓는 구실을 한다. 매해 예산안에서 그해의 성장 목표, 물가지수 등 거시경제 지표가 제시되는 것은 물론 굵직한 국책사업이나 국영기업의 민영화 계획 등이 발표된다. 소득세, 법인세, 관세를 망라한 모든 세율과 면세점도 아울러 정해진다. 이밖에도 빈곤, 실업 대책이나 특정 지역 개발사업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사회·경제 관련 정책들도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2월28일 발표돼 한 달간 의견수렴 및 조정 기간을 거쳐 4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2004∼2005 회계연도 예산안은 여러 의미에서 발표 전부터 관심 대상이 되었다. 지난해 총선 승리로 8년 만에 정권에 복귀한 국민회의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인도 재계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 예산안을 눈여겨본 것이다. 국민회의당은 1991년 신경제 정책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자유경제로 전환시킨 장본인.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좌파 연합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데다, 과거 인도인민당 연립정부가 집권할 때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하층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총선에 승리할 수 있었다. 때문에 경제 자유화와 민영화 추진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재계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 6년간 집권했던 인도인민당 연립정부가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힘써왔기 때문에 현 정부가 이에 필적할 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었다.
그러나 2월28일 치담바람 재무장관이 예산안을 발표하자, 인도의 재계 대표들은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했다. 언론은 ‘모두를 만족시킨 예산’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인도 증시도 예산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센섹스 주가지수는 예산안 발표 당일 144포인트(2.19%) 상승하며 6713.86포인트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세율 인하와 지속적 고성장, 물가상승률 둔화 등 예산안에 나타난 긍정적 경제지표가 인도 경제의 낙관 요인으로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소비세 인하 … 소비 촉진 기대
우선 2003~2004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8.5%에 이어, 2004~2005년도 농업 부문의 부진에도 6.9%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제조업 성장률은 95년 이래 최고치인 8.9%에 달해 산업경기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소득세와 소비세 인하로 인한 소비 촉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소득세 면세점을 현행 연 소득 5만 루피(약 115만원)에서 10만 루피(약 230만원)로 올려(여성과 고령자는 15만 루피) 저소득층 면세 범위를 확대했고, 소득별 누진세율 적용범위의 변동으로 약간의 감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법인세도 실질적으로 3% 가까이 떨어뜨렸다. 이밖에 에어컨, 타이어, 튜브, 장신구 등의 소비세도 인하됐다.
또한 인도 정부는 관세를 아세안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다는 목표 아래 연차적으로 꾸준히 관세 인하를 시행해오고 있다. 올해 예산안에서는 농산물을 제외한 제품의 최고관세율을 현행 20%에서 15%로 인하했으며 자본재, 산업용 원자재, 부품, 산업육성을 위해 지정된 기계류 등에 대해서는 5% 또는 10% 정도로 인하했다. 특히 섬유기계류, 피혁과 신발 가공용 기계류, 제약 및 생명공학용 기계류와 투입물, 기초 석유화학 제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보기술(IT) 산업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IT 관련 제품과 소프트웨어 등은 4%의 상계관세 이외에는 면세 혜택을 받게 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인도 정부가 계속적으로 증진시키려 애쓰는 부분. 최근 인도 재무부는 이미 제출돼 있던 19건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승인했다. 이번 예산안에도 이와 관련된 규제 완화가 포함돼 있다. 건설시장에 대한 100% 외국인 지분을 자동승인 방식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인도 국내 인프라 개발, 외국계 건설회사를 통한 선진공법 유입과 고용 창출을 노리는 것이다. 인도의 건설 붐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 조치로 외국 회사와 인도 경제 모두에 윈윈이 되리라 기대된다.
인도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들의 평가는 당면한 기업의 처지에 따라 매우 엇갈린다. 이번 예산안의 세율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자동차 업계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품의 85%를 현지 조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경우 관세 인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 모두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현재 25만대에서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신규로 설치할 예정으로 정부 측과 협의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가전 업계는 에어컨에 대한 소비세가 현행 24%에서 16%로 인하되면서 수요 증가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 관세 폐지 … 삼성 “환영” LG “당혹”
그러나 IT 관련 품목의 수입관세 폐지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동전화기·PC·모니터 등이 이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이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에는 가격인하 요인이 생기는 셈이고, 이들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가 되는 것이다. GSM 방식 이동전화는 업체 간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량 수입하여 판매하는 삼성전자는 수입관세 폐지를 환영하고 있는 반면, 최근 이동전화 조립라인을 설치해 현지 생산에 들어간 LG전자는 완제품 관세 폐지와 부품에 대한 특별관세 부과로 라인 증설 계획을 유보한 채 인도 정부와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