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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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치 동반자 진성당원 ‘구애작전’

정치인들 자신과 ‘코드’ 맞는 사람 확보 지상과제 … ‘당원이 주인’ 시대 이미 시작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3-30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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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정치 동반자 진성당원 ‘구애작전’
    “진성(기간)당원 100여명의 주소가 골프장 기숙사로 돼 있다. 회사 직원들을 한꺼번에 가입시킨 것 아니냐.”

    2005년 2월, 4·30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충남 연기·공주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 진영에서 터져나온 불만이다. 행정도시로 결정된 연기·공주는 여당의 당선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 당연히 여당의 경쟁률은 높고, 공직후보 선출 권한이 있는 진성당원 확보를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진성당원 확보를 위한 연기·공주 지역의 이상 열기는 수치로 보면 금방 드러난다. 당시 이 지역의 진성당원 수는 6400여명. 이는 선거구별 전국 평균인 700여명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양적 팽창은 그러나 질적 문제점을 불러왔다. 곳곳에서 반칙의 흔적이 남았고, 그 후유증은 경선 이후 지역 정가를 휘젓는다. 경우에 따라 본선(4·30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월22일 경선에서 우리당 후보로 선출된 박수현 부정비리추방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의 기억이다.

    “진성당원이 경선 투표권을 쥐고 있는 이상 우호적 세력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선에서 이기는 길이다.”



    박 당선자는 진성당원을 향한 정치인들의 구애가 어느 때보다 깊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한다. 박 당선자는 “정치인과 당원의 수직적 관계가 이제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말 그대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시작됐음을 이번 경선을 통해 확인했다는 표정이다.

    4월 재·보궐 선거 지역 당원 수 급증 … 일부 동원 의혹

    실상 평당원의 위상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2000원의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만이 피선거권을 갖는 특권을 누린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모든 선출직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권리도 그들만의 전유물이다. 과거 3김(金)이 거머쥐었던 정치적 헤게모니는 이제 평당원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진성당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정치적 기반을 굳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4월2일 전당대회에서 당의장 경선 및 4·30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후보들의 경우 진성당원 확보를 위한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연기·공주의 박수현 당선자는 ‘위장 당원’과 ‘당비 대납’ 등을 반칙의 한 예로 들었다. 그의 말이다.

    “과거보다 덜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들, 이를테면 자고 나면 늘어나는 진성당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동원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

    그들은 정치 동반자 진성당원 ‘구애작전’

    2004년 1월11일 우리당 전당대회.

    4월 재·보궐 선거가 예상되는 지역일수록 진성당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이 동원 의혹을 부채질한다. 앞서 언급한 연기·공주 외에도 재·보선이 예정된 경기 성남 중원의 경우 진성당원이 6600여명으로 인근 분당의 400여명보다 15배나 많다. 시장이 수뢰 혐의로 실형을 받아 사실상 공석인 전북 군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진성당원이 9000여명을 넘는다. 당비 대납 흔적도 많다. “입당원서만 써서 달라”고 한 뒤 당비는 특정 정치인이 대납하는 경우다. 2005년 2월 4·2 전당대회와 관련 영남권 한 지역에서 수십장의 입당원서를 받아 특정 후보 측에서 가져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만원이면 진성당원 100명(1인당 2000원)을 모집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의욕이 지나쳐 실존하지 않은 유령 당원들을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버젓이 진성당원으로 가입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1월 우리당 광주시당에는 수년 전 사망한 사람 명의의 입당원서가 제출돼 ‘사자(死子) 당원’ 논란이 일었다. 중앙당이 진상조사에 나서 잘못을 바로잡았지만 이런 현상이 멈춘 것은 아니다. 1월 말에는 신용카드 모집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카드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당원을 모집했다는 제보가 우리당 인터넷 게시판(아이디 ‘alpsdr’)에 올라 중앙당이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원 확보 경쟁은 때로 무차별 영입으로 이어진다. 2월 서울시당 한 선거구에서 선출된 모 당원협의회장의 경우, 폭력 등 전과 기록이 14건이라는 제보가 중앙당에 전달됐다. 당원협의회장 당선자와 낙선자 간에 금품살포와 동원 의혹이 제기된 경남 김해 및 거제시는 재선거를 치렀고, 전북과 전남 등 일부 지역에선 “진성당원이 되겠다”고 약정만 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종이 당원’ 논란도 일었다.

    이에 비하면 한나라당의 진성(책임)당원 제도는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소 100만 당원을 자랑하는 한나라당의 진성당원 수는 2005년 3월 초 현재 ‘1만여명’상태. 여의도연구소 한 관계자는 “100만 당원은 선거 때 동원된 허구일 뿐 실제 활동이 없는 죽은 당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진성(책임)당원제’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는 최근 “한나라당도 책임당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원들의 성향이 일단 우리당 및 민노당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은 고령층이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공중전화형 정치문화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당비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큰 모험이라는 게 여의도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의 후원 및 당비 납부를 짐작할 수 있는 사례 하나.

    상향식 민주주의 핵심 … 권력 행사는 평당원의 몫

    2003년 2월 중순,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 당 지도부는 각 지구당에 모금함을 설치했다. 당 지도부는 수시로 모금 독려 전화를 했으나 모금함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지구당 위원장 자신이 모금함에 100만원을 넣어 중앙당으로 넘겼다. 이처럼 모금함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중앙당에 성금을 전달한 지구당 위원장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런 현실을 잘 안다. 그래서 평이한 방법으로는 ‘진성당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 조직국 김현석 팀장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보좌진들과 박사모(박근혜 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큰 기대를 건다. 박 팀장은 “당원으로서 기본적인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사모에는 중앙당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진성당원으로서 참여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집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당 진성당원의 모태는 2002년 대선 당시 활동했던 노사모”라고 설명하면서 “같은 논리로 박사모가 앞장서 불씨를 지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 창당 때 진성당원이란 개념을 처음 들여온 민주노동당(민노당)은 ‘진성당원’이 중심이 되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민노당은 현재 6만 당원을 넘어섰다. 그런 덕분인지 5당 중 민노당만이 국고보조금을 정책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이중 4만5000여명이 매달 1만원 이상의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다.

    당원 확보도 문제지만 관리는 더 힘들다. 특히 당원의 자격과 기준이 되는 ‘2000원 납부’를 유도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우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진성당원이 늘어났지만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당비를 연체 한다”며 “일일이 통지하기도 어렵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비를 계속 내는 당원이 60~70%만 돼도 큰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다. 휴대전화 요금 결제 등을 통해 납부율을 높이지만 한 달도 안 돼 해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그러나 장기적으로 당원이 주인 되는 정치 상황의 도래는 불가피해 보인다. 당원을 동원하고 당비를 대납하는 행위도 과도기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발붙이기 어렵다는 것. 3김이 비운 권력의 공백은 이제 평당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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