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이염은 중이(귀의 한 부분으로, 고막이 있다)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 염증이 생겨 ‘삼출액’이라는 액체가 고이는 질환이다. 급성인 경우 38℃가 넘는 고열과 함께 통증이 동반되며, 액체와 고름이 나온다. 중이염은 현재 항생제를 가장 많이 쓰는 소아 질환으로 6세까지의 어린이 중 90% 이상이 한 번씩은 앓으며, 소아의 3분의 1 정도는 1년에 세 차례 이상 앓는 흔한 질환. 하지만 자칫 잘못 대응했다간 난청 및 청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 중이염 치료에서 최선의 방법은 귓속의 액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기간인 한 달 또는 수개월, 심지어는 6개월 이상 항생제를 꾸준히 먹는 것이었다. 이처럼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케 한 까닭은 고열, 이통 등 급성 증상이 없어진 뒤에도 중이 안에 액체가 고이는 원인(세균이나 바이러스)이 제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때문. 문제는 항생제를 오랜 기간 다량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가 만들어진다는 점. 슈퍼박테리아는 우리 몸이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떨어뜨리고 몸을 보호하는 이로운 세균까지 소멸시킨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이염으로 인한 고통보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합병증이 인체에 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약물 내성 합병증 더 심각한 부작용
‘중이염의 최소항생제 치료법’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항생제 사용을 가능한 한 줄여 어린이들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소아 중이염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셈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이 방법은 항생제를 급성 중이염에만 최소량 사용하고 만성 삼출성 중이염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 항생제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학계에는 귓속에 항생제보다 몇 배나 강한 자연 면역 기능이 있으며, 이는 세균 및 바이러스의 내성과 관계없이 작용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보통 중이염에 걸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낫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소항생제 요법은 바로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치료법이다.


중이염 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청력검사에서 출발한다.
급성 때만 단기 사용 … 삼출성 중이염엔 특히 효과
전 원장은 “항생제는 급성 중이염의 경우에만 짧은 기간 사용이 권장되며, 일주일 이내의 단기간 사용으로도 균을 없앨 수 있어 이 치료법의 도입으로 항생제 사용은 50% 이하로 최소화하면서 기존 치료법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소항생제 요법’이 우리나라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동안 이 치료법이 정착되지 못한 데는 장기간 항생제 투여에 익숙한 부모들의 관찰 치료에 대한 불신과 조바심이 큰 걸림돌이었다. 항생제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의 인식 변화와 인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항생제의 내성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 원장은 “여전히 항생제는 중이염 치료의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최소량만을 사용해서 오·남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이 치료법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부모의 인식 변화를 위한 설득 및 지도와 함께 항생제 사용 여부에 대한 의료진의 정확한 판단과 결정 능력, 환자에 대한 집중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이염은 재발이 잘되는 질병이므로 병원 치료 못지않게 가정에서의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재발이 잦은 경우 유·소아에 대한 정기적인 청력검사가 필수며,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가 병행돼야 한다. 가족들은 반드시 금연을 실천해야 하며, 영·유아는 가능한 한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 유치원, 놀이방 출입은 일정 기간 피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적은 인원이 수용된 시설을 택해야 한다.
도움말/ 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이승철, 전영명 원장
● Tips
삼출성 중이염
고막 안쪽에 있는 중이강(공기가 차 있는 부분)에 주위 조직에서 스며 나오거나 분비된 ‘삼출액(일종의 체액)’이 고여 있는 염증 증상으로, 대체로 급성 중이염의 후유증으로 많이 생긴다.
삼출액이 고여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끈끈하게 되어 잘 나오지 않고, 그 액에 들어 있는 효소나 독소로 인해 고막과 중이 안의 점막이 손상돼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