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설정만 가지고 가슴 아픈 멜로드라마를 연상했다면 여러분은 할리우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자, 여러분이 할리우드의 영화사 간부라고 치자. 늑대인간들과 뱀파이어들이 전쟁을 벌이는 영화를 만드는 데 수천만 달러의 돈을 퍼붓고 있다고 치잔 말이다. 그런 영화를 만들면서 가슴 아픈 멜로드라마에 시간과 돈을 들이고 싶겠는가? 당연히 연애는 뒤로 미뤄놓고 ‘매트릭스’와 같은 액션을 쏟아 부으라고 주문할 것이다.
‘언더월드’는 정말 그렇게 했다. 멜로드라마를 기대했다면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영화엔 ‘그런 것’ 따위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멜로적 요소는 아주 가끔 주인공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해줄 뿐 독자적인 실체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영화가 진짜로 공들여 보여주는 것은 쿨한 가죽옷을 입은 뱀파이어들과 변신하면 개의 머리를 한 헐크처럼 보이는 거대한 늑대인간들이 다양한 최첨단 무기들을 동원해가며 서로를 쏴대는 것이다. 그 뒤에는 거의 자코비안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창한 음모가 버티고 있긴 한데, 그건 여러분이 직접 알아내시길 바란다. 사실 그것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흥미로운 비주얼에 비해 내용이 결여된 느낌을 주고 이를 덮고 있는 스타일도 완전히 독창적이지는 못하다. 라텍스와 총성이 뒤섞인 와이어 액션만으로도 만족하는 관객들이라면 이런 것들이야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이상을 기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