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반상혁명이냐고? 그동안 조훈현 9단은 특유의 흔들기 수법과 치열한 몸싸움으로 신예기사들의 혼을 빼놓아 ‘10대들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한다하는 신예들이 이창호 9단과 싸워보기도 전에 그 길목에서 항상 조훈현에게 좌초되었기에 조훈현이란 이름 석 자는 호랑이, 마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1988년 대왕전에서 유창혁 9단이, 90년 최고위전에서 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을 꺾고 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조훈현 9단을 상대로 타이틀을 따낸 기사는 송태곤 3단이 유일하다.
다 기운 바둑을 극적으로 뒤집은 승리였기에 더욱 짜릿했다. 를 보면 바둑판 아래위를 관통한 거대한 백쫔 대마가 미생인 상태. 백 ‘가’로 한 점을 잡으면 간단히 살 수는 있으나 그러면 다른 큰 끝내기를 당해 아예 가망이 없게 된다. 따라서 백1의 수는 상대의 칼날 아래 목을 쑥 들이민 채 무리하게 안다리걸기에 들어간 일종의 도박성 승부수였다. 이때 단박에 목을 치지 못한 흑2의 수가 결국 패착이 되었다. 이하 백7까지 주고받은 뒤 9로 살자 역전무드.

‘술의 신’ 박카스가 미소년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근래 박카스배는 이세돌 3단, 박영훈 3단에 이어 또다시 10대 소년기사 송태곤 3단에게 우승잔을 하사함으로써 ‘신예들의 등용문’으로 통하게 되었다. 253수 끝, 백 1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