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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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 조훈현의 버그

조훈현 9단(백) : 송태곤 3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2-12-12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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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컴 조훈현의 버그
    열여섯 살의 ‘소년장사’ 송태곤이 드디어 일을 내는가?

    제7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5번기에서 백전노장 조훈현 9단과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송태곤 3단이 결승2, 3국을 연거푸 이기고 전세를 2대 1로 뒤집으며 예상외로 분전하고 있다. 이제 남은 두 판 가운데 한 판만 이기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반상 승부세계에서 환갑 나이에 해당하는 만 49세임에도 다승 1위를 달리는 등 여전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조훈현 9단이지만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그 완벽하던 수읽기가 요즘 들어 부쩍 버그현상을 보인다. 흑1에 백2의 이음이 그것. 의 백2로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흑3 이하로 두어봐야 백8까지면 한 수 빠른 수상전.

    그렇다면 어떤 착각이 있었는가. 흑에게 의 1·3으로 둔 뒤 5로 젖히는 반격타가 있다는 것까지는 감지했다. 문제는 백6으로 둔 뒤 14에 꼬부리는 묘수가 있어 흑을 잡을 수 있다고 본 것. 그런데 백4 때, 즉 백1 때 흑2로 한 번 밀어둔 뒤 흑4 이하로 움직이는 교묘한 수를 미처 못 보았다. 흑14까지, 수상전을 벌이기 위해선 백이 A 자리부터 잇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은 한 수 느리다.

    슈퍼컴 조훈현의 버그
    백2로 이은 이상 흑 ‘가’, 백 ‘나’, 흑 ‘다’에 백은 ‘라’로 단수쳐서 두 눈 버젓이 뜬 채 흑 ‘마’의 패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실전도 이렇게 됐다). 당장 팻감이 부족한 흑은 3으로 기수를 돌렸지만 좌상귀에 이런 큰 패맛을 남겨놓은 자체로 횡재를 한 셈. 221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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