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유권자 중 22.1%에 해당하는 40대는 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성향을 띠고 있다.
40대는 경제적으로도 빈곤과 풍요의 극단을 두루 경험한다. 빈곤이 어린 시절 질곡의 시간이었다면 사회로 진출한 20대 시절은 개발독재가 가져다준 경제성장에 흠뻑 취한 풍요의 시간이다. 사회적으로 40대는 모든 조직의 허리를 장악하고 있다. 부·차장이 그들 차지고 빠른 사람은 임원 및 경영자의 입장에 서 있다. 자영업을 한 40대는 웬만큼 부를 축적, 가진 자의 대열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그들은 리더로서 의사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권위적인 50대와 재기발랄한 20, 30대에 끼어 숨죽인 샌드위치 세대 또한 40대의 자화상이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한창 무거울 나이다. 대학진학 혹은 고교진학 문제로 자녀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낯선 문화코드로 인해 서먹서먹해지는 경우도 많다. 대화 부족으로 부부갈등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세대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K씨는 “직장에서는 위아래에서 치이고 집에서는 자식과 노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피해자가 바로 40대”라고 말한다.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년배들의 비참한 최후, 특히 IMF 체제 후 급격히 무너지는 40대의 자화상을 보면서 노후에 대한 설계, 주식·부동산 투자 등 재테크 등에 조건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 속에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선보인다.
교육 및 직장 안정성 등 따라 표심 움직일 듯
불혹(不惑)의 세대, 40대는 세상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세대다. 사회에서 각종 부조리, 부패구조를 직접 겪으면서 사회변화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 안정을 원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들의 개혁론은 그래서 이상과 현실, 진보와 보수가 혼재된 모순 덩어리로 평가받는다. 2002년 대선을 앞둔 40대는 바로 이런 ‘모순’을 안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40대는 선동적 개혁에, 인기몰이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 그들은 “기호는 변화하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잘못된 개혁에는 이내 실망하고 곧바로 지지를 철회한다.
고미숙 연구원(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은 “40대를 자신의 삶을 보다 능동적으로 조직할 힘과 안목을 갖춘 세대”로 정의한다. 전통적 보수와 선을 긋고 점점 개혁지향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교육 및 직장 안정성, 노후설계 등 40대의 고민을 헤아려주는 쪽으로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노규형 리서치 앤드 리서치 대표는 “대체로 40대 후반은 보수적 성향, 40대 초반은 진보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