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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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票心 유세가 ‘특효’

지지율 따라 일정 바꿔가며 지역 공략 … 후보 얼굴 보면 바람 일으키는 효과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2-12-12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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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票心   유세가 ‘특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왼쪽)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1월27일과 12월1일 각각 부산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2월5일 경기 시흥, 안산, 군포 유세를 마친 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안색이 굳어졌다. ‘경기도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표밭이었던 분당 신도시조차 위험하다는 얘기가 들렸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이 가운데 하나가 주말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릴 반미 촛불시위 참가였다. 돌발상황 발생을 우려해 이후보의 참가는 취소되기는 했지만 한동안 진지하게 고려됐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컸다.

    12월6일 수도권과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한 ‘또 다른 특단의 대책’이 보고됐다. 이 대책은 12월7일 조정작업을 거친 끝에 다음 날 오전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이후보의 정치개혁 7대 방안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7대 방안 중엔 한나라당 현직 의원의 내각 참여 불가 방침도 들어 있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남경필 대변인은 이회창 정권의 초대내각에 현역 의원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은 지난주 ‘주간동아’ 커버스토리 보도를 거론했다. 이 보도 후 한나라당 일각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새 정부가 현역 의원들의 자리 나눠 먹기로 비치지 않는 공약을 새로 제시하자는 논의가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촛불시위 참가 등 두 가지 보고는 지금까지 선거운동을 주로 기획하던 파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올라온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제기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주도했던 팀이 일단 2선으로 물러났다고 한다. 여기엔 이후보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李, 초기 부산 집중 충청은 오가며 공략

    대통령후보는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표심’을 체감할 수 있다. 유세를 통해 선거전략이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12월5~8일 한나라당에서 일어난 일이 그 사례였다. 또한 후보가 유세를 한 뒤 해당지역에서 지지율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후보 유세와 유세지역 지지율에 사이에선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다.11월27일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12월8일 현재까지 11일간 이회창 후보의 유세 동선은 PK(부산-경남-울산)-충청-수도권-TK 순으로 비중을 두어 이들 지역을 반복해서 왔다갔다하는 노선이 주축이었다. 여기에 호남, 제주 등지가 ‘끼는’ 양상이었다. 강원지역은 12월8일로 방문 일정이 잡혔으나 폭설로 취소됐다. 부동표가 많은 지역, 유권자 수가 많은 지역에 일단 유세 일정을 집중하는 양상이었다.

    이후보의 유세 동선을 광역단체 단위로 연결하면 서울-울산-부산(11월27일)-부산-경남-대구-경북-대전-충북-충남(11월28일)-충남-경기-서울(11월29일)-서울(11월30일)-부산(12월1일)-부산(12월2일)-서울-TV 합동토론(12월3일)-서울-경기-인천(12월4일)-경기-충남(12월5일)-충남-대전-전북-광주-제주-대구(12월6일)-대구-서울(12월7일)-여중생 사망사고 유가족 방문(12월8일)이다. 이후보가 서울(자택)을 포함해 이 기간 동안 숙박을 한 도시는 서울 5회, 부산 2회, 충남 2회, 대구 1회 등이다.



    흔들리는 票心   유세가 ‘특효’

    12월8일 서울에서 정치개혁 7대 방안을 발표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왼쪽)와 같은 날 대전에서 임기 내 수도 이전 착공 공약을 밝히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

    대선 초기 이후보의 첫 지방 유세지역이 부산-경남-울산이었다는 사실은 이 지역 판세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이 지역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35%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었다. 이후보가 파격적으로 12월1, 2일 이틀의 유세 일정을 모두 부산 한 도시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초의 타 지역 방문 계획은 당연히 철회됐다. “부산에서 노후보에게 ‘디비지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위기감의 반영이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자체 및 외부 여론조사 결과 PK지역 노후보 지지율은 대선 초기보다 5~7%선까지 빠졌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집중적으로 유세를 한 전략이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부동표가 많은 충청지역의 경우 이후보는 수도권과 영남지역을 오갈 때 반드시 거쳐가는 방식으로 일정을 잡아 접촉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이로써 선거 중반까지 충청지역에서 최소한 노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현상유지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PK, 충청에서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거 초·중반 이후보의 유세 일정에서 소외돼온 TK, 수도권 지역이 들썩거렸다. 12월6일 이후보가 대구를 다시 찾아 하룻밤을 잔 것은 당초 일정엔 없던 계획이었다. “TK지역에서 이후보 지지율이 5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에 따른 것이었다.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해 정치개혁 발표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유세 일정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이회창 후보보다 더 확연히 드러난다. 노후보의 박빙 우세 양상이 선거 중반까지 지속되는 것은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노후보측 분석이다.

    흔들리는 票心   유세가 ‘특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11월27일~12월8일간 유세 지역.

    노후보의 유세 동선은 서울-부산-대구-대전-경기-서울(11월27일)-서울-인천-경기-서울(11월28일)-서울-경북-울산-서울(11월29일)-부산(11월30일)-경남-서울(12월1일)-서울(12월2일)-서울-TV 합동토론(12월3일)-서울-인천-경기-서울(12월4일)-서울-부산(12월5일)-부산(12월6일)-경남-경북-대구(12월7일)-대구-경북-대전-충남(12월8일)이다. 노후보는 선거 중반까지 제주, 강원을 찾지 않았다. 또한 전북 전남 광주 등 호남지역도 방문하지 않았다. 표심이 출렁이고 있는 충청을 유세 첫날 잠시 들른 것을 빼고 선거 중반인 12월8일까지 한 번도 찾지 않은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盧, 수도권과 PK지역 절대 시간 투입

    대신 노후보는 수도권과 PK지역에 유세일정의 절대 부분을 투입했다. 특히 선거운동 중반인 12월4일까지 수도권에 전력투구했다. 이 때는 이회창 후보가 PK 사수에 주력하던 시기였다. 후보단일화 이후 노후보 지지율이 가장 급격하게 상승한 지역이 수도권이었다. 노후보는 후보단일화 직후인 선거 초·중반 수도권에 유세를 집중함으로써 최다 유권자 지역인 이곳에서 이후보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유세 전략의 포인트를 맞춘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2월8일 “수도권에서 노후보가 오차범위 이상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후보측은 이후보에 비해 충청권에 훨씬 적게 유세 일정을 할애하고도 충청에서 우위를 유지시켰다. 호남은 한 번도 찾지 않았지만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다 유권자 지역, 최다 부동표 지역인 수도권, PK에 선거 초·중반 유세를 배타적으로 집중시켜 지지율 역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현재까지 성공하고 있는 것. 노후보측은 특히 수도권에서의 우위가 접경지역인 충청, 강원에서 지지율이 내려가지 않도록 떠받치는 부수 효과도 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풍의 진원지로 삼으려 했던 PK에서 당초 계획대로 선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노후보측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12월9일부터 투표일인 19일까지 열흘간의 선거운동 기간이 남았지만 두 차례의 TV 합동토론 일정을 빼면 실제 대통령후보들이 유세에 나설 수 있는 날은 8일이다. 이회창 후보도 유세의 포인트를 수도권으로 맞췄다. 노무현 후보에게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수도권에서의 접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지구당 위원장들은 현재 자신의 지역구에서 개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득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자신들의 당락이 달린 선거처럼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대통령후보가 유세에 나서면 해당 지역 의원들과 지구당 위원장들의 자세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조직도 부쩍 활발하게 가동되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커지게 마련이라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이 때문에 후보는 특정 지역 유세를 통해 그 지역에서 바람이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후보 유세의 동선이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총재대행,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등의 움직임과 유세 일정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대표가 유세에 나설 경우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 울산과 인접한 경남지역, 부산, 현대 간척지가 있는 충남 서산,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고향지역인 강원에서 표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후보에게 서산에서의 하룻밤 숙박을 권유하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조직력이 막판 후보 유세와 맞물려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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