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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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보급 나를 따르라”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2-12-12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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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폐소생술 보급 나를 따르라”
    2년 전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전 롯데 포수 임수혁 선수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그때 간단한 심폐소생술을 익힌 사람만 옆에 있었어도 임선수가 지금처럼 의식불명인 채로 누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최근 발족된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초대 이사장 김성순 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심혈관센터 원장)는 “심장마비 또는 호흡마비 환자의 경우 5분 이내의 응급치료가 치료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말한다. 선진국의 경우 길거리에서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일반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가 40%에 이르러 혈액 공급이 막혀 뇌손상이 오기 시작하는 5분 이내에 기초적인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살릴 수 있는 환자도 못 살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심장마비 환자에게 응급처치로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일반인들에게도 보급하기 위한 모임으로 대한심폐소생협회를 만들었다는 게 김이사장의 설명.

    “흔히 집이나 직장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람이 쓰러졌을 때 찬물을 먹이거나 바늘 같은 것으로 손발을 따주는데 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때는 가슴 압박 등 기초적인 심폐소생술을 한 뒤 바로 병원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기초적인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에 온 환자는 살아서 퇴원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실려온 환자는 사망하거나 의식불명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심폐소생술은 일반인도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3~4시간만 투자해 손으로 심장을 자극하는 압박법과 전기적 충격으로 심장을 소생시키는 장비인 ‘심실 제세동기(除細動機)’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면 된다. 요즘은 제세동기 장비가 훌륭해 기계가 육성으로 지시하는 대로 사람이 버튼만 눌러주면 될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인이 심폐소생술 같은 의료행위를 하다 환자가 잘못됐을 경우 법적 다툼이 생길 여지가 있고, 선진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제세동기 장비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도 않다.

    “바로 그것이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창립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폐소생술을 보급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반인에게 보급하는 한편으로 법적·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아까운 생명을 살려내자는 거지요. 선진국의 공항에는 심장마비시 전기쇼크로 치료하는 자동 제세동기가 각 층마다 설치돼 있는데 우리라고 왜 그렇게 하지 못합니까.”

    현재 김이사장이 이끄는 심폐소생협회는 순환기학회·응급의학회·마취과학회·중환자의학회 소속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협회·응급구조사협회·대한적십자사·보건복지부·행정자치부 등 정부와 응급의료 관련 보건단체 등이 망라돼 있다. 김이사장은 “급사환자에 관한 한 의료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이제는 벗어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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